제주올레

바다가 없어도 멋지다. 제주올레 13코스

준형아빠 2024. 2. 7. 12:50

2019년  11월  12일

 

2019년  11월  11일 오후 늦게 청주를 출발한 비행기가 제주에 도착한 시간은 5시 30분 정도였다.  렌트카를 빌리고 숙소인 통큰게스트하우스에 도착한 것이 7시가 다 된 시간이었다.  이곳은 숙박료가 1만2천원으로 저렴하고 저녁에는 파티비용이라고 해서 술값은 별도로 하고 2만원이란다.  숙박비를 포함해서 3만2천원이니 다른 곳보다 저렴한 편이다.  싼 곳이니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고 저녁 파티에 참석해보니 의외로 주인의 음식솜씨가 좋았다.  흑돼지김치찌게와 두부조림도 맛있었는데 무엇보다도 처음 먹어본 딱새우가 별미였다.  딱새우를 전에도 먹어보았지만 회로 먹기는 처음이었다.  새우를 회로 먹는다는 것이 생소한 느낌이었지만 싱싱해서 그런지 맛을 보니 달큰하고 먹을만 했다.  오늘 손님은 나를 포함해서 3명 밖에 없었는데 아가씨 한 명은 파티에 참석하지 않는다고 해서 주인과 내 아들뻘 되는 젊은이 둘과 함께 넷이서 즐겁고 기분좋게 술을 마셨다.

 

  다음날 아침에 눈을 떠보니 6시도 채 되지 않은 시간이어서 전날 과음한 주인이 일찍 일어날 것 같지도 않고 아침을 준비해달라고 부탁하기도 어려울 것 같아서 씻고 준비를 해서 8시 정도에 숙소를 나섰다.  오늘 걸을 코스는 13코스로 용수포구에서 저지마을까지 15.96Km이다.  올레안내문에는 14.72Km로 나오지만 막상 걸어보니 낙천리 의자마을에 새로운 코스로 변경이 되어서 실제는 15.96Km(수평거리 기준)이고  오르막 내리막을 감안해서 거리를 측정하는 방식인 내 순토시계로는 17.24Km로 기록된다.

 

아침에 담배와 물을 사러 들른 편의점에서 아침을 먹을 만한 곳을 물어보니 편의점 아가씨가 추천해준 곳이 훈이네해장국이었는데 정말 추천할 만한 식당이었다.

 

아침을 먹고 용수포구에 도착한 시간이 8시 40분이었다.  전에 12코스를 할 때에 내가 핸드폰을 두고 오는 바람에 용수포구까지 거의 다 도착해서 나는 용수포구를 보지 못하고 핸드폰을 찾으러 돌아갔고 집사람만 용수포구까지 온 적이 있었는데 오늘 도착해서 현장을 보니 그 때에 그야말로 용수포구를  500미터 정도 남기고 돌아간 것이었다.

올레 진행방향 표시를 찾지 못해 한참을 찾아다녔는데 바닥에 표시가 되어 있었다.

용수포구에서는 마을길을 따라서 올레길이 이어진다.

날씨는 맑고 적당히 바람도 불어서 걷기 좋은 날이었다.

이곳에는 콜라비를 많이 재배하는 것 같았다.  처음에 이 작물의 이름을 몰라서 비트인가 생각했었는데 길을 걷다가 만난 올레길 청소하는 자원봉사자에게 물어보니 콜라비란다.  13코스를 걷는 중에 여러곳에서 콜라비를 재배하는 모습을 보았다.

억새를 보니 집사람 생각이 났다.  같이 왔으면 "억새다!"하면서 좋아했을텐데 함께 오지 못한 것이 아쉽다.

밭일을 하기 위해 타고 온 오토바이인데 삼발이로 개조하고 짐을 싣기 위한 장치까지 있어서 생소했다.

업무전화가 와서 이곳에 잠시 앉아 통화를 하면서 담배를 피웠는데 깜빡하고 담배와 라이타를 놓고 왔다.  한참 진행한 후에 담배가 없는 것을 알았는데 나는 담배가 없으면 일정을 계속하기 어렵기 때문에 늘 예비담배와 라이타를 배낭 머리부분에 가지고 다닌다는 것을 생각해서 뒤져보니 담배와 라이타가 있었다.  코스를 다 마치고 차량을 회수해서 이곳에 다시 가보니 내가 앉았던 자리에 그대로 있어서 찾아왔다.

13코스에는 주로 감귤과 콜라비를 많이 재배하는 듯한데 가끔씩 마늘밭도 보인다.

무슨 나무인지는 모르겠는데 노란 열매가 벌어져 빨간 씨가 보이는 모습이 예뻤다.

용수저수지의 모습이다.  낚시가 잘 되는지 다른 사람의 블로그를 보니 잡은 물고기 사진이 많았는데 내가 걷는 동안 어떤이가 차를 주차해놓고 낚시를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았지만 잡은 물고기는 보지 못했다.  이런 곳에 살면서 산책도 하고 가끔씩 낚시도 하면서 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저수지를 지나면 다시 감귤밭이다.  상품성을 높히기 위해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하는 듯했다.

혼자 걷는 길이 이제는 너무 좋다.  대견한 마음에 내 그림자를 찍어보았다.

나는 멀리서 걸어오면서 이 건물을 보고 무슨 박물관이나 전시장이겠지 했는데 도착해서 보니 올레꾼들을 위한 화장실을 짓고 있는 모습이다.  들어가 보니 아직 완공이 되지는 않았지만 무슨 호텔에 있는 화장실 수준이었다.  오늘 걸으면서 올레길을 청소하는 자원봉사자들도 여러번 만났는데 지자체에서 올레길에 대한 투자를 많이 하는 것 같았다.

길을 걷다보니 이런 통나무들을 늘어놓은 것을  자주 보았는데 처음에 나는 잠시 쉬기 위한 의자인가 생각했었는데 길을 걷다보니 저지대에 비가 많이 올 때를 대비해 징검다리용으로 설치해놓은 것 같았다.

이제 길은 특전사숲길로 이어진다.  이 길은 올레길을 만들 때에 특전사부대원들을 동원해서 길을 만들었다고 한다.  걸어보니 길을 만들 때에 고생 좀 했겠다 싶다.  온통 돌길이고 길을 만들기 위해 나무도 적지 않게 베어내서 길을 만들었던 것 같았다.

 

저 앞에 배낭을 메고 걷는 사람은 이야기를 해보니 언제 돌아간다는 일정도 정하지 않고 올레길을 걷다가 적당한 곳에서 텐트를 치고 잠을 자고 식사도 하루에 한 끼 정도만 사먹고 나머지는 과일이나 과자 등의 간식으로 때운다고 했다.  13코스를 마치는 저지오름에서 저 사람을 하루라도 내가 머무는 숙소에서 재우고 밥이라도 사주려고 한참을 기다렸는데 길이 엇갈렸는지 오지 않았다.

청소를 하는 자원봉사자들의 모습이다.  이곳을 지나기 전부터 가끔씩 멀리서 총소리가 났었는데 이곳을 지날 때에는 아주 가까운 곳에서 총소리가 크게 나서 깜짝 놀랐었다.  아마도 수렵기간인 모양이다. 

오늘 걷는 동안 바다 풍경은 없었지만 맑은 날씨 때문인지 오늘따라 제주의 내륙의 풍경도 참으로 멋졌다. 

노란색 설치물이 보이기에 무엇인지 궁금했었는데 가까이 가보니 물을 저장해놓았다가 호스로 연결해 밭에 물을 주는 용도였다.

 

사진에는 내가 본 느낌이 잘 표현되지 않았지만 저 멀리서부터 걸어오면서 연두빛 빛깔이 참 예쁘다고 생각하면서 도착해보니 머위밭이었고 연두빛은 수확한 뒤의 모습이었다.

아까 텐트를 치며 걷고 있다는 젊은 올레꾼이 이 카페에 앉아서 차를 마시는 모습을 보았는데 나중에 만나서 들어보니 이곳의 녹차가 너무 훌륭하다고 극찬을 한다.  

처음에 이모습을 보고 귤이 나무에 달린 모습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줄기가 있는 것이 무슨 호박의 일종이 아닐까 싶다.  

이 그늘에 앉아서 처음으로 물도 마시고 아침에 준비한 커피도 마셨다.  

 

날씨가 좋으니 단순히 아스팔트길인데도 왠지 멋지게 느껴진다.

청명한 하늘 아래 온통 녹색밭들에 둘러싸인 이런 곳에서 집을 짓고 사는 사람은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마을사람들이 모기를 퇴치하기 위해서 연목을 파고 미꾸라지를 방류해놓아싿라고 씌여있는데 그 효과가 의심스러웠다.

제주는 어디를 가더라도 아무리 작은 동네라도 저렇게 크고 멋진 나무들이 늘 자리잡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제주의 상징인 돌담에 빛이 드는 모습이 예뻤다.

제주의 모습이 예쁘다고 생각하니 오래된 나무의 이끼까지 예뻐보였다.

 

길은 의자공원으로 이어지는데 이곳에는 여러가지 모양의 의자들을 늘어놓았다.  의자공원이라 그런지 조금 후에 공원을 벗어나고도 곳곳에 나무의자들을 설치해놓은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의자공원에는 13코스의 중간스템프를 찍는 곳이 있다.  이곳을 지날 때가 점심 때였는데  아무리 찾아보아도 식당이 보이지 않는다.  길을 걷다가 몇 군데의 식당을 보았는데 모두 영업을 하지 않았다.  결국 오늘 13코스를 걷는 내내 점심을 먹지 못하고  나중에 저지오름에서 배낭을 맨 젊은 사람에게 고구마 한 개를 얻어서 겨우 요기(?)를 했다.

정갈한 모습의 돌담과 연푸른 길이 내 눈에는 너무 예쁘고 사랑스러웠다.

바다풍경은 없지만 이렇게 예쁜 길을 걸으니 기분이 좋다.  이렇게 좋은 올레길을 걷고 있는 이 순간이 행복했다.

노란 감귤과 푸른 나무와 풀들, 파란 하늘과 바다, 검게 멀리 자리잡고 있는 한라산과 현무암이 깔려있는 길,  길가에는검은 돌담이 늘어서있는 제주가 나는 너무 좋았다.  제주에 대한 인상이 나에게는 예쁜 색으로 각인되었다. 

점심을 먹기 위해 검색까지 해서 겨우 찾아간 돈까스집도 결국 문이 닫혀있었다.

배가 고파 실망하며 돌아서는 나를 저 담장 위의 개가 측은하게 바라보는 것 같았다.

동림원이라는 농장인데 그 규모가 참 대단했다.  족히 만 평은 넘을 듯한 넓은 농장이 모두 동림원이었다.

아무리 돌이 많은 곳이라 해도 어쩌면 저렇게 모든 밭과 모든 담을 일일히 돌로 쌓아놓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니 제주 사람들과 그 사람들의 역사가 대단하다 싶다.

이 나무 아래에서 물을 마시는데 혹시 가다가 물이 모자르지 싶어서 마지막 한 모금을 마실 수 없었다.

이제 길은 점점 오르막으로 이어진다.

배가 너무 고파서 귤밭에 떨어져있는 귤이라도 하나 먹어볼까 생각했지만 마치 일부러 모아놓은 것처럼 보여서 그만두었다.

드디어 저지오름이다.  주차장에 있는 화장실에 잠시 들렀다가 종일 배낭에 매달고만 다녔던 스틱을 꺼내서 조심조심 올라간다.  오랫동안 나를 귀찮게 하는 모릎이 다시 아파올까 싶어서다.

올레길은 저지오름을 올라가서 분화구 둘레를 돌고 다시 내려가는 코스로 이어진다.

저지오름의 숲길은 참 좋았다.  다양한 나무가 있고 그 나무를 타고 기어오르는 덩쿨식물들이 어우러진 아주 멋진 길이었다.  지칠만도 한데 나는 이런 호젓한 길을 걷고 있자니 그저 행복한 마음이었다.

전망대에 서서 앞을 바라보니 제주의 넓은 들판과 저멀리 바다까지 보인다.  

정상의 전망대에 올라보니 사방의 조망이 훌륭했다.  

저지오름에서 내려오면 오늘의 목적지가 얼마 남지 않는다.

예쁜 마을길을 걸어서 종점에 도착해보니 종점이 120미터 앞으로 이동했다고 한다.  지금까지 얼마나 걸었는데 그까짓 백여미터를 더 못갈까.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했고 택시를 불러 용수포구로 가서 차량을 회수하고 오는 길에 한림마을 다이소에 들러서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서 우비와 과자, 에너지바 등을 사서 숙소로 갔다.  오늘 쫄쫄 굶은 생각을 하니 혹시 식당이 없을 경우에 먹을 수 있는 간식용이다.  샤워를 하고 오늘 하루의 기록을 마치고 나니 바고 저녁파티를 한다고 올라오란다.  오늘의 메뉴는 대방어회와 주인장과 어제의 젊은이들이 바다에 가서 힘들게 잡았다는 뿔소라 구이를 한다고 한다.  젊은이들이 정말 맛있는 김밥이라며 김밥도 나를 위해 사왔단다.  그 고마운 마음이 기특해서 오늘의 별도 술값은 모두 내가 낼테니 마음껏 먹고 마시라고 했다.  

<iframe title="바다가 없어도 멋지다 제주올레 13코스" width="640" height="360" src="https://play-tv.kakao.com/embed/player/cliplink/v81f1IYtFyaacdTknINYkjk@my?service=player_share" allowfullscreen frameborder="0" scrolling="no" allow="autoplay; fullscreen; encrypted-media"></ifra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