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올레

두 가지가 다 있다 제주올레 11코스

준형아빠 2024. 1. 26. 07:05

2019년 9월 5일

 

오늘은 11코스를 갈 차례다.  가을 장마라고는 하지만 오늘은 하늘이 화창하다.  아침을 먹고 전날의 기록을 재빨리하고 오늘의 시작지점인 제주 하모체육공원에 10시 정도에 도착했다.  중간에 떡집이 보이기에 점심을 위한 작은 떡을 4개 사고 편의점에 들러서 생수 한 병과 커피를 사서 기분좋게 출발했다.  홍마트와 하모체육공원 사이에 올레사무실이 있었다.

출발지 바로 앞에 오좌수의거비가 있다.

모슬포항 방어축제 거리이다.

산이물은 바닷가에 민물인 용천수가 나오는 곳이란다.  해녀들이 물질을 끝내고 씻던 곳인가?

날씨는 맑고 바람은 시원하다.

2Km 남짓 걸었을 때 올레표시가 저 앞집의 벽면에 작게 표시가 되어 있어서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직진하다가 한참동안 올레 표시가 없는 것을 알고 되돌아와서 찾게 되었다.

대정 청소년수련원인데 건물 앞의 나무 두 그루가 아주 멋지다.

저 앞의 봉우리가 모슬봉인데  정상은 군부대 시설이 있어서 들어갈 수가 없다고 한다.

조금 오르다 보니 언덕 중간의 밭에 나무 세 그루가 서있는 곳이 바다도 내려다 보이고 조망도 좋을 것 같아서 집 짓고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이런 포장도로를 한참을 올라가려니 날씨도 덥고 바람까지 불지 않아서 땀을 꽤 많이 흘렸다.

모슬봉은 전체가 다 공동묘지라 할만큼 묘가 많다.  이 나무 아래의 테이블에서 잠시 쉬면서 쪽잠을 잤다.

11코스의 산길은 요 며칠 사이에 정리 작업을 했던 것 같다.  큰 실 작은 길을 가리지 않고 길의 풀들과 잔가지들을 말끔하게 정리해놓아서 걷기에 편했다.

이런 동굴같은 숲길로 들어서면 햇빛도 없어서 어두웠지만 대신에 시원해서 좋았다.  어쩌다 바람이라도 불면 얼마나 시원하고 상쾌한지 계속 이런 그늘이 이어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모슬봉 정상에는 중간 스템프를 찍을 수 있는 간세가 있었는데 이곳에서 내려다 보이는 조망이 아주 훌륭했다.

정식으로 묘를 만들기 어려운 사람들의 간이 묫자리인지 촘촘하게 작은 비석들만 심어져 있는것이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모슬봉 주변은 온통 무덤 천지였다.  제주 사람들이 죽으면 다 모이는 곳처럼 느껴졌다.

저렇게 나무 사이에 올레 표시가 있는 곳으로 들어서야 하는데 아무 생각없이 걷다가 다시 돌아와서 저 표시를 보고 들어가보니 올레길이 이어진다.

정난주 마리아의 묘가 있는 천주교 성지였다.

사진을 찍고 있는 저 두 사람도 천주교 신자인지 정난주마리아 표소에서 기도를 드리는 모습이 숙연해보였다.

신평리를 지나면서 누군가의 집 돌담과 능소화가 예쁘다.

모슬봉을 내려온 후로는 햇볕에 노출된 도로만 지겹게 걸어야 한다.  덥고 지친다. 아래의 정자에서 등산화를 벗고 잠시 쉬었다.  

길가에 편의점이 보이기에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너무 덥고 목도 마른 상태라 얼린 생수를 한 병 사서 길을 이어간다.

드디어 신평 무릉사이 곶자왈에 도착했다.  덥고 지겨운 도로를 3Km이상 걸었더니 숲이 너무 반갑다.

저 앞 작은 언덕 사이에 사슴 두 마리가 한가롭게 서있었는데 카메라를 들이대자 숲 속으로 쏜살같이 도망쳤다.

곶자왈에 들어서면 정말 시원하고 기분이 좋다.  그늘진 숲이어서 그런지 이끼도 많았다.

조금 진행해보니 최근에 비가 와서 그런지 길이 온통 물 웅덩이가 되었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다른 곳으로 우회할 곳도 없어서 할 수 없이 등산화와 양말을 벗고 맨발로 걸었다.  이틀동안 겨우 말려서 신고온 등산화를 다시 젖게 할 수는 없었다.

정씨라는 사람이 숲을 개발했다고 정개밭이라고 하는데 이분은 참 부지런한 분이셨던 모양이다.  숲 이곳 저곳에 돌을 쌓아 담을 어찌나 여러곳에 공들여 만들어 놓으셨는디 길을 걸으면서 누군지 모르는 이분에게 고마움을 느끼기 까지 했다.

곶자왈이 끝날 즈음에 정자가 있어서 그사이 녹은 얼음생수를 마시고 쉬어간다.

자세히 보면 야생 귤나무 두어그루가 있었는데 아직 익지는 않았지만 산 속에  귤나무가 있는 것이 신기했다.

이렇게 생긴 크고 억센 가시가 달린 나무 줄기가 몇군데 있어서  두어번 정도 종아리를 찢겼다.

곶자왈이 끝나니 다시 덥고 지겨운 도로가 이어진다.

 

이 마을에는 유난히 크고 멋진 나무가 많았다.  저런 그늘에 앉아서 쉬고 싶었지만 그냥 지나쳤다.

드디어 오늘의 목적지인 무릉외갓집에 도착했다.  

끝나고 나서 콜택시를 불러 출발했던 모슬포항으로 가서 해수사우나에서 목욕을 하고 모슬포항 근처에 있는 항구식당이라는 곳에서 장어탕을 주문했다.   이곳의 장어탕은 된장을 풀어서 지리 형태로 끓여냈는데 색다르지만 그래도 시원하고 구수한 맛이 좋았다.

오늘 걸은 총 거리는 19.11Km이고 총  6시간 걸렸다.  하루 하루 지날수록 몸이 걷는 것에 적응이 되는 느낌이다.  내일은 집사람이 제주로 오기로 했다.  늘 혼자 걷다가 집사람과 함께 걸을 것을 생각하니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