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9월 3일 화요일
재작년 여름에 제주 올레길을 걷기 위해 한 달을 예정하고 제주에 와서 올레길을 걸었다. 한 열흘인가 혼자 걷다가 집사람이 제주로 와서 깉이 몇 코스를 걸은 후에 중간에 멈추고 다음 기회에 나머지 코스를 끝내자고 해서 반 정도를 걷고 그만두었다. 그 후 어찌하다 보니 장사를 해보겠다고 패밀리 레스토랑 같은 것을 개업했었지만 내 뜻대로 잘 되지를 않아서 채 1년을 채우지 못하고 거의 날리다 시피 가게를 정리했다. 가게를 하는 동안 집사람도 사무실 일로 바쁠텐데 일이 끝나면 매일 오창으로 와서 거들어주곤 했다. 내가 생각해도 참 못할 짓이다 싶었다. 여자의 몸으로 얼마나 힘들었을까.. 여차 여차해서 가게를 정리하기로 결정하고 가게를 내놓았지만 쉽게 정리가 되지 않아 거의 1년 가까이 가게를 하게되었다. 그 힘든 시절에 우리는 자주 앞으로 다시는 장사나 사업같은 것을 하지 않기로 약속했고 가게가 정리되면 전처럼 자주 여행도 다니고 비박도 하고 캠핑도 하자며 서로를 위로했었다. 8월 말까지 영업을 하고 하루 이틀 정도 나머지 정리를 마치자 마자 제주로 오게 되었다. 우선은 나 혼자 올레길을 몇 코스 정도 걷고 주말에 집사람이 제주로 와서 몇 코스 정도를 더 걷고 집으로 가기로 했다.
청주공항까지 기차를 타고 가라며 새벽에 신탄진역에 나를 내려주었다.
6시 17분 신탄진역을 출발한 기차는 6시 57분에 청주공항역에 도악했다. 늘 청주공항을 차량을 이용해서 다니다가 처음으로 기차를 타고 공항에 가는 기분이 새롭다. 마치 정말 여행을 가는 느낌이었다.
역에서 내려서 건널목을 건너자 마자 바로 공항이 보인다.
처음으로 기차를 타고 가서 그런지 시간을 제대로 일찍 도착하지 않아서 공항에 도착해보니 내가 예약했던 비행기는 이미 수속이 끝났으니 다음 비행기를 타든지 다른 항공사를 이용하란다. 너무 어래 기다릴 수도 없고 해서 8시 20분에 출발하는 대한항공 편으로 티켓을 끊고 제주로 가기로 한다.
오늘 여러가지 일로 해서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긴 코스는 안되겠다 싶어서 올레 10-1코스인 가파도를 가려고 했는데 가파도를 검색한다는 것이 깜박하고 비양도 가는 길을 검색해서 차를 몰고 한림항에 도착했다. 잘못 도착한 것을 알고 부랴부랴 다시 가파도를 갈 수 있는 운진항을 검색해서 차를 달린다.
결국 운진항에 도착해서 부지런히 표를 끊고 가까스로 오후 2시 배를 타고 가파도에 도착한다.
가파도는 전에 두 번 정도 와보았지만 섬이 참 아기자기하고 예쁘다. 청보리가 한창일 때도 와보았지만 지금처럼 청보리가 없을 때에도 깨끗하고 예쁜 모습이 내 마음을 설레게 한다.
올레길이 시작되는 바다별장 앞 간세에서 출발도장을 찍고 10-1코스를 시작한다.
상동마을의 할망당이라는 곳인데 풍어와 안녕을 기원하는 제를 지내던 곳이란다. 요즘은 관광객이 대신 제를 지내는지 인스턴트 커피병이 몇 개 놓여있다.
편의점인데 담을 돌에 소라껍데기를 잔뜩 붙여놓은 모습이 이채롭다.
마을길이 참 예쁘다. 백련초가 많았고 군데군데 빈 집이 여럿이다. 저런 빈집 하나쯤 사서 생활하는 상상을 해보았다.
제주의 다른 곳은 검정색 현무암으로 돌담을 쌓아놓았는데 가파도에서는 바닷가에서 주워 온 돌로 담을 쌓았는지 다른 곳과는 사못 다른 모습이었다,
가파도를 걸으면서 느낀 것은 이곳에는 유독 강아지풀이 많았다. 처음에는 수크령인가 했지만 아무리 보아도 강아지풀이었다.
저 사람들도 나처럼 시원한 바다풍경과 온통 초록초록한 가파도의 들판을 보면서 감탄하고 있겠지.
의자 겸 조명 시설인 듯한데 가파도의 곳곳에 설치되어 있었다.
저 앞에 마라도가 보인다. 가파도가 아름다운 것은 가파도 그 자체도 아름답지만 가파도에서는 한라산, 산방산을 비롯한 제주 본 섬의 여러 봉우리가 제대로 조망이 되어 가파도에서 보는 제주의 풍경이 참 멋지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길을 걸으면서 새로운 경치가 보이면 사진을 찍고 그리고는 또 걷는다.
가파도는 풍력발전과 태양광발전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친환경 섬이라고 설명되어 있었다.
이 무덤의 주인은 이렇게 평화로운 곳에 누워 가파도와 제주의 수려한 풍광을 원없이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니 부러운 마음도 들었다.
길을 걷다보니 나 어렸을 때 자주 보았지만 요즘은 보기 힘든 커다란 거미가 보여서 반가웠다.
농사를 짓지 않는 곳은 온통 강아지풀이 지천이다.
소망전망대인데 전망대라고 해봐야 가파도에서 가장 고도가 높은 곳이 해발 20미터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래도 이 전망대에 올라서면 제주 본섬의 풍경도 잘 보이고 마라도 방향도 잘 보인다. 사방의 조망이 참 좋다. 그런 이유때문인지 전망대 주변을 공들여 가꾼 것 같다. 식재한지 얼마 되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모양이 좋은 수목들을 어울리게 잘 심어놓았다. 공원 주변은 코스모스와 금계국, 해바라기 등을 일부러 심어서 가꾼 흔적이 있었다.
다음에 가파도를 다시 찾아올 때에는 텐트를 가지고 와서 충분한 시간동안 여유있게 가파도의 경치를 즐기고 이렇게 기가막히게 아름다운 곳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작은 섬이지만 느끼고 볼 곳이 많은 섬이었다.
구름이 짙어서 잘 보이지 않지만 산방산 오른쪽으로 밝은 부분이 한라산이다. 육안으로는 분명히 한라산을 볼 수가 있는데 사진으로는 잘 표현이 되지 않았다. 날씨만 좋았다면 가파도에서 보는 본섬의 풍경이 참 멋졌을 것이 확실한데 그 점이 아쉽다.
해수 담수화 시설이 있는 건물이다. 아래 사진을 보면 필터같은 것이 쌓여있고 담수화 시설이 계속 가동되고 있었다.
두 부부의 모습이 느껴지는 바위가 있어서 방향을 바꾸면서 잘 구경했다.
가파도에서는 본 섬의 7개 산 중에서 6개가 다 조망된다고 한다. 정말 본섬이 가까이 있어서 본섬의 전체적인 모습을 확실히 볼 수가 있었다. 이곳을 지나면서 그동안 조금씩 흩뿌리던 비가 갑자기 장대비가 되어 소나기처럼 퍼붓는다. 재빨리 우의를 꺼내 입었지만 너무 많은 비가 내려서 어쩔 수 없이 바지까지 다 흠뻑 젖었다.
비가 내리면서 하늘까지 심상치 않아서 거의 뛰다시피 걸었다.
관광객들이 중국집 담벼락에 낙서를 잔뜩 해놓은 모습이 귀엽게 느껴졌다.
잠깐씩 사진을 찍었지만 정말 부지런히 걸었다. 왜냐하면 돌아갈 배 시간을 맞추기가 어려울 것으로 생각되어서다. 게다가 마음이 조급하니 길도 제대로 눈에 들어오지 않아서 갔던 곳을 다시 걷기도 했다. 거의 뛰다시피 걷다가 다행히 전기차를 타고 가는 관광객을 만나서 같이 얻어타고서야 겨우 배 시간에 맞출 수 있었다. 운진항에 돌아와서 렌트한 차량을 회수하고 예약해둔 게스트하우스로 가서 마른 옷을 챙겨서 산방온천에서 목욕을 하고 옷을 갈아입은 후에 숙소로 돌아와 오늘 하루를 기록하고 정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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