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7월 9일 일요일
사실 제주올레 전코스를 여름에 완주하는 것은 힘든 일이다. 아무 생각없이 제주에 도착해서 제주 사람들에게 말을 들어보니 올레 전 코스를 한창 덥고 게다가 장마철에 걷기 위해 온다는 것은 무모한 일이라고 한다. 아닌게 아니라 막상 올레 1코스부터 시작해보니 내가 올레 코스를 도는 동안 만난 올레꾼은 거의 없었다. 한 2일에 한 명 정도 올레꾼을 만났다. 게스트하우스도 거의 텅 비었고, 올레스테이 마저도 여행객이 대부분일 뿐 올레꾼은 거의 없었다. 집사람이 제주에 온 뒤에 같이 올레 코스를 걸으면서 집사람이 집에 가는 날에 나도 배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나머지 구간은 다음에 좋은 계절에 이어가기로 한다. 일요일인 오늘은 8코스를 걷기로 했다.
8코스 시작지점인 월평마을의 아왜낭목이다.
오늘은 집사람도 있으니 내 사진도 찍어본다. 사진을 찍고 선크림을 바르고 팔토시까지 착용하고 기분좋게 시작한다.
동네길을 지나다가 꽃들이 예뻐서 찍어보았다.
패밀리 리조트인데 바다 방향으로 객실이 있어서인지 꽤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았다.
리조트를 지나니 바로 약천사가 나온다. 안내 책자에 따르면 아시아 최대의 대적광전(대웅전)으로 유명한 절이란다. 바다가 바로 보이는 위치에 있는 절의 입지가 참 마음에 든다. 조금은 이국적인 느낌이 있지만 절은 곳곳이 깨끗하고 잘 관리된 상태였다.
약천사를 지나니 야자나무가 즐비하게 늘어선 길은 바다로 향한다.
아래 사진의 가장 먼쪽의 바위에는 무슨 낚시대회를 하는지 사람들이 여럿 모여서 낚시를 하고 있다. 내가 낚시를 그만둔 것도 벌써 15년이 넘는다. 하지만 지금도 한 2년에 한 번 정도 예전의 낚시 도구들을 꺼내서 방청액으로 낚시대를 닦고릴도 점검하기도 한다. 지금도 나이를 더 먹게 되면 바닷가 마을에서 낚시를 하면서 여생을 보내고 싶은 마음이다.
대포포구다. 오늘도 참 더운 날씨다. 포구의 끝 쪽에 바위 그늘이 있어서 가보니 다른 곳보다 더 시원한 느낌이 들어서 그 바위 그늘에 앉아 시원한 커피를 마시며 쉬었다.
중문단지축구장 가는 길에 카페가 있는데 한적한 다른 곳과는 달리 사람들이 많다. 바다를 끼고 있어서 이기도 하겠지만 음료가 맛있는지 레게풍의 음악이 좋아서인지 정말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주차장도 거의 가득 차 있었다.
중문단지축구장이다. 바닷가에 축구장을 만들어 놓았는데 잔디도 천연잔디이고 관람석도 있는 것을 보니 아마도 경기를 유치하거나 아니면 프로축구팀이나 국가대표 축구팀의 연습장으로 사용하는 것 같았다.
날은 덥지만 이렇게 기분 좋은 산책길을 따라 바다 풍경을 보면서 걷는 재미가 괜찮다.
주상절리 안내소 못미쳐 바닷가의 풍경인데 이곳에도 규모는 좀 작지만 제법 멋진 주상절리가 있다. 이곳에 한참을 앉아서 파도와 주상절리의 모습을 감상하고 있었는데 먼저 진행한 집사람이 왜 오지 않느냐며 전화를 한다.
밸련초 꽃이다. 노란색이 참 예쁘다.
안내소 앞에서 제주 한라봉쥬스를 파는데 살짝 얼린 쥬스를 마시니 정신도 번쩍 나고 무척 시원하고 새콤달콤한 것이 맛있었다.
씨에스 오텔 입구의 모습이다. 호텔 안의 정원을 어찌나 예쁘고 깨끗하게 잘 관리해 놓았는지 이곳에서 한참 동안 구경도 하고 사진도 찍었다.
여기까지가 모두 씨에스호텔의 모습이다.
호텔을 나오니 바로 베릿내공원이다. 정말 더웠다.
저 아래 어떤 젊은 부인이 아이를 데리고 나와서 물장구를 치면서 쉬고 있는데 먼 걸음만 아니라면 나도 물 속에 들어가 발이라도 담그고 싶을 만큼 날이 더웠다.
사진으로는 잘 나오지 않았는데 물 속에는 족히 50센티는 넘을 듯한 잉어들이 여러마리가 유영하고 있었다.
자귀나무 꽃들이 지고 있다.
뜨거운 아스팔트 길을 한참 동안 걷다보니 중문색달해변이 나온다.
이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수영도 하고 서핑보드를 타기도 한다. 우리도 이곳에서 해물라면을 시켜서 점심을 먹었다.
8코스의 뒷부분은 전에 걸었었고 날도 너무 더워서 생략하기로 하고 롯데호텔로 택시를 불러서 타고 내 차량을 회수해서 집사람이 예약해둔 고투베드라는 리조트에 여장을 풀고 샤워를 했다. 이곳은 내가 두번째 묵었던 하늘게스트하우스 근처에 있는데 중산간의 바람이 시원하고 주변의 풍경이 제주다운 맛이 나는 곳이었다. 늦은 오후에 고성읍에 나가서 도다리세꼬시와 함께 술을 마시면서 제주여행의 마무리를 한다. 다음날 아침에 리조트에서 빵과 커피로 간단히 허기를 면하고 짐을 챙겨서 제주시내로 가서 돌하르방이라는 식당에서 각재기국과 고등어구이를 시켜서 막걸리 한 병을 마셨다. 각재기국은 이번에 제주에 와서 처음 먹어본 음식인데 각재기는 전갱이를 제주도 사람들이 부르는 이름인 것 같다. 배추와 각재기를 넣고 된장을 풀어서 끓여낸 국이 아주 시원하고 맛있었다. 집사람을 공항에 데려다주고 나는 배 시간이 남아서 용두암 해수랜드에 가서 목욕을 하고 제주항으로 가서 배를 탔다. 한참을 걸려서 녹동항에 저녁 8시 30분에 도착해서 차를 타고 집에 오니 거의 12시가 다 되었다.
이렇게 거창한 계획으로 제주올레 전 코스를 돌겠다며 떠났던 여행이지만 올레코스의 절반 정도만 마치고 돌아왔다. 나는 평소 여행을 떠날 때에 미리 준비를 잘 하지 못하는 편이다. 심지어는 숙소 예약도 없이 그냥 그 때 그 때 마음 내키는대로 돌아다니고, 피곤하면 쉬는 스타일인데 이번 제주 여행은 그나마 집사람이 숙소도 인터넷 검색을 해서 예약해주고 여행 준비물도 꼼꼼히 챙겨주어서 별 문제 없이 마쳤다. 다음부터는 여행을 떠나기 전에 내가 직접 준비도 하고, 일정도 미리 계획해보고 해서 능동적인 여행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2주일이 되지 않는 기간이었지만 집 떠나면 가족이 그립고 심지어는 집에 들인지 며칠 되지도 않은 우리집 강아지 똘이도 보고 싶어졌다. 올레길을 걸으면서 제주의 풍경을 많이 보기도 했지만 그 못지 않게 내 속의 마음풍경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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