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올레

집사람과 함께 걸었던 올레20코스

준형아빠 2023. 9. 20. 11:26

7월 7일 아침 첫 비행기로 집사람이 제주에 오기로 했다.  오늘은(2017년 7월 6일) 10-1코스인 가파도를 갔다 와서 그동안 빠뜨렸던 7코스에 있는 삼매봉과  7-1코스의 하논분화구를 다시 찾기로 한다.  배시간에 거의 맞추어 모슬포항에 도착하기 직전에 카메라를 놓고 온  것을 알았다.  어쩔 수 없이 숙소로 다시 돌아가서 카메라를 챙기고 나니 가파도를 다녀오는 것은 시간상 어려울 것 같다.  하는 수 없이 우선 삼매봉으로 향한다.

 

어제 진행 방향의 반대쪽에 있는 저 올레 화살표를 발견하지 못하고 외돌개 방향으로 직직하는 바람에 삼매봉을 빠뜨렸다.

삼매봉에 올라보니 외돌개 주변의 서귀포 앞바다와 시내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곳임을 알 것같다.  하지만 오늘은 흐린 날씨때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정삼부근은 남성대공원이라고 잘 관리가 되어 있어서 주변에 사는 분들이 올라와서 바람도 쏘이고 운동도 하기에 참 좋다.

삼매봉을 내려와서 어제 하논분화구 입구를 찾지 못했다는 것이 생각나서 다시 봉림사 앞까지 가서 찾아보았는데 알고 보니 하논분화구라는 것이 작은 모양의 언덕이 아니라 어제 내가 걸었던 마을길을 포함해서 아래 사진의 원형 전체가 분화구라는 뜻이었다.  결국 하논분화구의 한가운데를 질러서 걸었으면서 분화구가 어디냐고 찾았던 것이다.  

하논분화구를 나와서 어제 보아둔 대신중학교 앞에 있는 국수집게 가서 점심을 먹고 오후에는 모처럼만에 당구장에 갔다.  21살 이라는 제주 청년과 게임을 하고 나서 몇가지 자세와 기술을 알려주니 제주에서는 이런 것들을 배울만한 곳이 없었다며 기뻐하는 모습을 보았다.  나중에 제주에 정착하면 당구 아카데미나 차려볼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2017년 7월 7일

 

아침 일찍 제주로 가서 8시쯤 도착한 집사람을 태우고 며칠 전에 알게 되었던 각재기국을 먹었다.  각재기는 전갱이라고 할 수 있는데 된장을 구수하게 풀고 배춧잎과 함께 끓여낸 국이다.  멜은 멸치를 말한다.  원조식당은(돌하르방식당)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밖에 영업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할 수 없이 연동의 분점에 가서 각재기국과 멜조림을 주문해서 먹었는데 나는 아주 만족할 만한 맛이었는데 집사람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집사람이 제주에 오기 전부터 자기가 갈 곳을 정해왔다고 하면서 20코스를 가자고 한다.  제주까지 응원차 온 성의를 생각해서라도 그대로 하기로 한다.  차를 김년서포구에 주차시키고 함께 20코스를 걷는다.  

 

스템프를 찍고 바다를 보더니 너무 좋아한다.  하기야 신랑은 먹고 노는데 혼자 사무실을 꾸려가느라 얼마나 고생했을까.  걷는 내내 잠도 못자고 왔는데도 이런 경치를 보니 몸이 불편한 것도 다 잊을 정도로 좋단다. 

나는 이런 풍경들을 계속 보아왔지만 집사람은 모든 풍경이 좋은 모양이다.  걸을 때마다 '와 멋지다.' , ' 정말 예쁘다." 라며 감탄을 한다.  

길을 가다보니 아래처럼 청동(?)으로 물고기를 만들어 놓았는데 지느러미며 비늘 모양까지 너무나 실물처럼 만들어 놓았다.  나는 예전에 낚시를 오래 해서 물고기들의 모양과 디테일을 잘 기억하고 있는데 참 놀라울 만큼 잘 만들어 놓았다.

옛등대란다.  예전에 송진과 물고기 기름으로 불을 밝혀 등대로 사용했다고 한다.  옆에 있는 정자에서 잠시 쉬어간다.

이곳의 물 빛깔은 다른 곳보다 더 연해서 보기 좋았다.

김녕성세기해변이다.  요즘 젊은이들은 사진을 찍어도 참 재미있게 찍는다.  며칠 전에도 외돌개에서 젊은 친구들이 사진 찍는 모습을 보면서 재미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이곳에 도착하기 바로 전에는 쇠로 된 철봉이 있었는데 비키니를 입은 아가씨가 뜨겁게 달구어진 철봉에 매달리고 마치 봉댄스를 하는 것처럼 다리를 꼬아서 봉에 매달리며 친구에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하는 모습을 보았는데 그저 놀라울 뿐이다.  그 아가씨 허벅지 안쪽은 아마도 뜨거운 철봉에 데이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날은 덥고 집사람이 지치는지 점점 걸음이 늦어진다.  빨리 오라고 재촉하니 올레길은 그렇게 걷는게 아니란다.  놀멍 쉬멍 걸으멍도 모르냐고 한다.  하긴 한 열흘 정도 걸은 사람과 이제 막 제주에 도착해서 걷기 시작한 사람이 어찌 같을까.  집사람의 페이스에 맞추어 걷기로 한다.

월정해변에 도착하니 오늘 처음 개업했다는 푸드트럭이 있었다.  날도 덥고 해서 시원한 자몽에이드를 주문했는데 얼음도 몇 개 들어있지 않고 맛도 자몽을 덜 넣었는지 맹숭맹숭했다.  빈 컵을 반납하면서 얼음도 더 넣고 자몽의 비율을 높이면 더 맛있을 것이라고 말해주었다.  

날씨가 너무 더우니 길가에 막국수라는 간판이 보이기에 빨려들어가듯이 들어갔다.  집사람 뒤로 여러나라의 젊은이들이 함께 여행을 와서 식사하는 모습이 보인다.  닭갈비를 먹는데 보통은 상추에 고기를 얹어서 싸먹는데 미국 아가씨는 고기를 먹고 상추를 접어서 상추만 뜯어먹는 모습이 우스웠다. 

집사람이 엊그제 새로 산 핸드폰이란다.  그렇게 바꾸라 해도 듣지 않더니 내 속이 다 시원하다.  

막국수는 전문점에서 먹는 그런 맛은 아니었지만 더운 날에 막국수를 시원하게 먹을 수 있는것 만으로도 행복했다.

길은 구좌농공단지로 이어진다.

 좌가연대라는 곳이다.  

좌가연대를 지나면 한동안 해안도로를 따라 멋진 풍경이 이어진다.

다시 평대옛길을 따라 걷는데 참 덥다.  그래도 혼자 걸을 때는 정말 인내심의 극치를 발휘해가며 걸었는데 집사람과 같이 걸으니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다.  

세화마을을 지나고 있다.  오늘의 목적지가 얼마 남지 않았다.  집사람은 걸으면서도 계속 전화를 받는다.  짐짓 모른척 했지만 이런 여행까지 와서 업무 전화를 받는 것이 얼마나 짜증나고 귀찮은지 내가 겪어본 사람인데 왜 모르겠는다.  사실 나는 가끔씩 고객에게 짜증도 내고 화도 내면서 일을 해왔는데 집사람은 늘 좋은 말만 하고 정제된 표현을 쓴다.  내가 시작한 일을 혼자 맡아서 하는 모습이 안쓰럽다.

드디어 오늘의 목적지인 제주해녀박물관에 도착했다. 

스템프를 찍고 김녕서포구로 돌아가기 위해서 버스를 기다린다.  차를 회수하고 오늘의 숙소인 서귀포 롯데호텔로 가서 사우나를 하고 저녁을 먹고 쉬었다.  그래도 자주 다니던 곳이라 낯선 느낌도 없이 편안한 마음으로 쉬었다.  집사람이 제주에 오고 나니 왠지 나도 이제는 집에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