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올레

아무생각 없이 걸었던 올레7-1코스

준형아빠 2023. 9. 20. 09:53

2017년 7월 5일

 

어제 7코스를 할까 7-1코스를 먼저할까 고민했었는데 결국 7코스를 먼저했다.  결론적으로 정말 잘한 선택이었다.  어제의 7코스는 환상적인 바다 경치와 맑고 높은 구름과 어울려 내게 커다란 만족을 주었다.  순서를 바꿔서 오늘 7코스를 했다면 어제와 같은 감동은 없었을 것 같다.  오늘도 새벽에 일어나 5시쯤 지나서 소로우의  '월든'을 들고 옥상에 올라가 책을 읽으면서 음악도 듣고 기상도 관측한다.  오늘은 어제보다 흐린 느낌이다.  그런데도 아침부터 무척 덥다.  오늘의 출발점도 내 숙소인 올레스테이 앞이다.  어제는 숙소에서 나와서 좌측으로 진행했는데 오늘은 건널목을 지나서 편의점 골목으로 진행한다.  

오늘은 순방향이 아닌 역방향으로 진행한다.  원래 순방향의 시작점은 서귀포 월드컵경기장에서 시작해서 내 숙소인 올레스테이로 도악하는 것인데 월드컵경기장에는 사우나가 있어서 전에 몇 번 이용했던 기억이 나서 올레 코스를 마치자 마자 사우나를 하고 버스를 타고 숙소로 돌아오기 위해 이렇게 하기로 했다.  올레 순방향은 파란색 화살표이고 역방향은 주황색 화살표 방향으로 진행한다.  

동네를 벗어나자 마자 걸매생태공원 입구다.

사진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어제 이 하천을 지나면서 커다란 오리 같은 새가 날개짓을 하는 것을 보았는데 물오리가 맞았다.  얼마나 큰지 한 마리 잡아서 구워 놓으면 소주 한 두병은 거뜬히 할 것 같았다.  

공원을 빠져나오자 어제 걸었던 7코스와 약 100미터 정도 길이 겹쳐서 7-1코스 진입지점을 찾기가 어려웠다.  올레센터에 전화로  물어보고서야 겨우 진입지점을 찾았다.  

아래의 사진에 있는 파란 지붕이 있는 집 앞으로 진행해야 하는데 오른쪽 큰 길로 올라가는 바람에 한참을 고생했다.

7-1코스 초반에는  '절로 가는길'과  '천주교 성당길' 등의 안내표시가 경쟁적으로 붙어 있어서 올레 표시와 헷갈린다.  

하논분화구를 보려고 땀을 뻘뻘 흘리며 힘들게 올라갔는데 분화구는 구경도 하지 못하고 허무하게 그냥 도로만 나온다.  울레 표시를 충실히 따라 왔는데 분화구를 막아 놓은 것인지 도저히 분화구 입구는 없다.

길을 가다보니 여러가지 장식을 대문에 해놓은 집이 있어서 대문과 안쪽을 사진 찍어보았다.  규모가 꽤 큰 것으로 보아 돈이 많은 사람의 것인 것 같은데 관리를 따로 하지 않는가 싶다.  

올레길을 걸을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나는 제주의 이런 돌담길이 왜이리 좋은지 모르겠다. 

호근동복지회관 주차장에서 잠시 쉬어본다.  정말 덥다.   땀도 비오듯 쏟아지고.......

중간스템프를 찍는 제남아동복지센터까지 가서 스템프를 찍는데 저 앞에서 젊은 올레꾼이 내려온다.  순방향으로 진행하는 모양인데 온 몸이 땀에 젖어 있었다.  길이 어떠냐고 물었더니 고개를 저으면서 너무 힘들단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곳을 지나면 식당도 없어서 그냥 진행하면 안될 것 같아서 한참을 다시 돌아와서 순대국밥짐에서 국밥과 막걸리를 한 병 먹었다.  지금까지는 점심에 막걸리를 마시고 나면 길을 걸으면서 항상 후회했는데 오늘은 그래도 점심을 먹은 후에 바로 비가 올 것처럼 날이 흐리고 바람이 불어서 막걸리를 마셔도 그리 힘들 것 같지는 않을 거라고 예상했기 때문이다.

한참을 완만한 포장도로로 올라가니 고근산 입구가 나온다.  

숲길은 걷기에 좋았고 날이 흐리고 바람까지 불어주니 그동안의 더위가 싹 사라진다.  

정상 부근까지 오르니 바람에 안개가 이리저리 몰려다닌다.  

고근산에 오르면 서귀포시와 남쪽 바다와 섬들이 다 조망된다고 망원경까지 설치되어 있었지만 지금은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조망은 없지만 대신에  바람과 구름때문에 너무나 시원해서 좋았다.

잉 숲길에는 이렇게 무슨 야광 표시 같은 것들을 땅에 박아놓았다.  아마도 저녁 시간에 산책을 오는 사람들을 위한 안내 용도이지 싶다.  

조망 데크에서도 조망 보다는 바람을 맞았다.

숲길이 끝나고 나니 다시 무척 덥다.  숲길이 계속 이어졌으면 하는 마음이지만 세상이 내 마음대로 되지는 않는 일이다.

땀을 줄줄 흘리면서 내려가니 엉또폭포 주차장이 나온다.

엉또폭포 산장이라는데 사람은 없었다.

더운 날시에 힘들게 끝까지 가보았는데 폭포에 물이 하나도 없다.  산장주인이 재미있는 사람인지 엉또폭포가 세계4대 폭포란다.  높이는 나이아가라와 같은(?) 50미터인데 물이 없는 폭포라서 세계4대폭포란다.  참 웃기는 사람이다 싶어서 얼굴이나 한 번 볼 까 했지만 산장에는 인기척도 없었다.

아래의 내용을 읽어보았는데 셰계4대폭포니 하는 허튼소리때문에 도대체 신뢰가 가지 않는다.

키스하는 굴이란다.  원래 있던 천연굴에 입구쪽을 콘크리트로 발라놓고 빠레트 몇 장을 깔아놓았다.  불륜커플 출입자제라 써놓았는데 자기 사유지도 아닐 것인데 너무 유치하고 황당해서 관계 기관에서 시정해야 하지 않나 싶었다.

엉또폭포를 내려오니 다시 덥고 땀은 비오듯 쏟아진다.

주택과 정원이 멋져 보였다.  나도 나중에 이렇게 정원이 있는 집에서 살고 싶다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월산동 마을길이 끝나고 대신중학교 길인데 역시 덥다.  더워도 너무 더웠다.  

오늘의 목적지인 월드컵경기장이 코 앞 인데도 너무 덥고 힘들어서 나무 그늘에 10여분 정도 앉아 있었다,

월드컵경기장에 도착한 후에도 올레 스템프를 찍는 곳을 찾지 못해서 경기장을 한 바퀴 돌고 나서야 겨우 찾았다.

종점 스템프를 찍고 나서 사우나에 가서 옷을 벗으려는데 온통 땀에 절어서 잘 벗겨지지도 않는다.  오늘 코스의 백미는 고근산의 조망인데 조망은 보지도 못하고 하논분화구는 입구도 찾지 못하고, 엉또폭포에는 물도 없고, 날은 덥고 몸은 지치고 솔직히 7-1코스는 완주를 하기 위해서 다 돌았지만 그다지 추천하고 싶지 않은 코스였다.  오늘은 총 15KM를 걸었다.  

 

추가기록 :  하논분화구는 내가 걸은 전체가 넓은 분지를 일커는 말이었다.  따로 입구가 존재하지 않는데 내가 착각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