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1월 14일
어제밤부터 바람이 심상치 않더니 새벽에는 창문이 흔들리고 현관문까지 들썩거렸다. 아침 일찍 채비를 하고 숙소를 나서는데 몸이 휘청일 정도의 바람이 불고 있었다. 나오자마자 내 모자가 바람에 날라가서 골목 안쪽으로 거의 50미터는 날라가서 모서리이 걸려있었다. 겨우 모자를 주워와서 잠시 고민하다가 일단은 아침을 먹고 생각하기로 한다. 한림항에 가서 아침식사를 하고 오늘의 출발지인 저지리에 가보니 내륙 방향이어서 그런지 그런대로 갈만하다 싶다. 바람이 많이 부니 생각보다 몸도 추웠다. 고어자켓을 입고 방한모로 귀까지 덮고 장갑을 끼고 출발해본다.
오늘은 어제와 반대방향으로 진행된다. 저지오름을 끼고 진행하게 된다.
출발하자마자 저지오름을 배경으로 아주 크고 멋진 나무가 서있다.
감귤밭은 질릴 정도로 많이 보았지만 이 나무들은 유난히 많은 귤들이 다닥다닥 달려있었다.
조금 더 가니 길은 도로를 따라서 이어진다. 도로 옆의 공간도 협소하고 다른 방도도 없어서 운전자들의 선량함을 믿고 도로를 따라 걷는다.
월림리를 지나는데 잔디도 아니고, 맥문동도 아닌데 따로 재배를 하는 것 같아서 무엇인지 궁금했다.
귤나무에서 귤을 따서 그냥 바닥에 깔아놓은 모습을 자주 보았는데 판로가 없서서 방치해놓은 것인지 아니면 조금 더 숙성을 시킨 후에 판매하려고 깔아놓은 것인지 모르겠다.
출발하면서부터 돌길을 걷느라고 고관절부분이 좋지 않았는데 이런 편한 흙길을 걸으면 그나마 통증이 덜 느껴져서 좋았다.
하지만 길은 이내 돌길로 바뀌어서 오늘 하루 종일 저런 돌길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다. 돌길을 조금이라도 걷다보면 여지없이 고관절부분이 아파온다. 그래도 어쩌겠나 그냥 걷는 수밖에 없다.
고관절부분이 불편하다 못해 이제는 발목까지 아파온다. 너무 아프면 길 가운에 앉아서 잠시 쉬었다 간다.
양배추 종류인 것 같은데 뒷면의 줄기부분이 아주 건강한 사람의 핏줄처럼 선명해서 한참을 관찰했다.
아까는 양배추처럼 보이는 식물이었는데 이번에는 무처럼 보이는데 뽑아보지 않아서 무가 맞는지 모르겠다.
이 코스에는 백련초가 많다.
저 앞에 야자수들이 길게 늘어선 모습이 이국적이면서 멋져보였다.
땅을 파고 있는 굴삭기를 자세히 보면 앞에는 주걱이 달려있고 뒤에는 갈퀴같은 모양의 것이 집게처럼 땅 속의 커다란 돌을 캐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올레길을 걸으면서 땅을 파놓은 곳을 볼 수 있었는데 자세히 보면 파낸 빈 공간의 2/3이상은 흙이 아닌 돌이었다. 그만큼 돌이 많으니 돌담도 많겠시 싶다.
오시록헌이라는 말은 제주어로 아늑하다는 뜻인데 오늘은 바람이 많이 불어서 그다지 아늑한 느낌은 받지 못했다.
잠시 길가에 배낭을 내려놓고 앉아서 숙소에서 준비해온 뜨거운 물에 커피 스틱을 두 개 넣고 커피를 타서 마셨다.
제주를 다니다보면 늘상 느끼는 것이지만 그 많은 돌담을 누가 쌓았는지 참 대단하다 싶다. 아마도 아버지가 돌담을 쌓는 모습을 보며 자란 아들이 이어서 쌓고 그 아들의 아들이 대를 이어서 돌담을 쌓아 내 땅이라는 표시를 하지 않았을까 싶다. 아무리 작은 밭이라도 꼭 돌담으로 둘러싸놓은 것을 보면 땅에 대한 애착이 그만큼 강하지 않았을까 싶다. 돌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무리 세찬 바람이나 태풍이 불어도 여간해서 무너지지 않는 것 같다. 돌과 돌 사이의 공간으로 바람이 통해서 바람에 대한 저항을 그만큼 충분히 소화할 수 있어서 그랬을 것이다.
이곳을 지날 때에는 한쪽의 삼나무벽이 바람을 막아주어서 기분좋게 걸었다.
또 돌길이다. 하지만 어쩌겠나. 참고 걸을 수 밖에.
혼자서 걷는다는 것은 자신과 대화를 하는 것이다. 자신을 돌이켜보고,자신의 허물을 꾸짖고 자신에게 변화할 것을 독려한다는 것이다. 또 혼자 걷다보면 주변의 풍경과 작은 사물들, 자연의 변화, 새소리, 바람소리 같은 것들에 대해 조금 더 예민해진다. 전에 올레길을 걸을 때에는 종일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면서 걸었는데 이번에는 잠시 쉴 때나 밤 시간이 아니면 거의 음악을 듣지 않고 그저 걷는 일에만 집중하고 있다.
이제 길은 무명천이라는 개울을 따라 이어진다.
걷다보면 이렇게 잠시 쉴 수 있는 테이블이나 의자가 보인다. 잠시 누워서 담배를 피워물었다.
연세선교센터에서 자칫하면 올레표시를 보지 못하고 직진할 뻔 했다. 트랭글에서 올레코스 따라가기를 해놓고 다니다 보니 길을 잘못 들면 코스이탈이라고 경고를 해주어서 편하다.
이곳의 의자는 다리를 올려서 쉴 수 있도옥 가로막대기가 설치되어 있었다. 나도 다리를 올리고 쭉 뻗어서 잠시 쉬어간다. 잠간이지만 그래도 훨씬 편해졌다.
선인장마을이라더니 아니게 아니라 선인장이 많이 심어져 있었다.
월령포구 못미쳐서 4.3사태 희생자 가족의 집터라고 팻말이 있었다. 4.3은 제주사람들에게 절말 지울 수 없는 상처로 남아있을 것이다.
월령포구애는 중간스템프가 있었다. 도장을 찍고 바다를 둘러본다. 바람이 거세다 보니 파도도 길을 넘어서 들이친다.
하늘을 보면 무척이나 맑은 날씨인데 왜 이렇게 바람이 세차게 계속 부는지 모르겠다.
이곳 월령포구는 평소에도 바람이 많이 불어서 저 멀리 바다를 보면 풍력발전시설이 있는데 하물며 오늘같이 바람이 거센 날에는 어떻겠는가. 그동안 풍력발전을 위한 풍차를 여러번 보았지만 돌지 않는 것도 있었는데 오늘은 팽팽 돌아가는 것이 제법 발전량이 될 것 같다.
월령에서 한림까지는 바로 앞으로 비양도를 바라보면서 걷게 된다.
아! 또다시 돌길이다. 오늘 정말 지겹도록 돌길을 걷는다. 이제는 고관절이나 발목이 아픈 것은 그냥 그러니라 하며 걷는다.
중간에 중국집이 보여서 짬뽕을 시켜서 점심을 먹었다. 맛은 SO SO
파도가 넘쳐서 저 길을 그냥 가지 못하고 옆의 밭으로 돌아서 간다. 조금 후에 벤틀리를 타고 드라이브 나온 사람이 있었는데 결국 이곳을 지나지 못하고 차를 돌려서 돌아가는 모습을 보았다.
맑은 날씨 덕분에 저 멀리 한라산의 영실기암의 모습을 볼 수가 있었는데 사진을 찍으니 잘 나오지 않는다.
협재해수욕장 근처의 바다인데 바람이 심하게 불어서 뻘이 뒤집혔는지 물빛이 탁했다.
협재해수욕장 근처를 지나가는 차량도 파도가 치면 온통 물벼락을 맞으면서 지나간다.
이 모래사고길을 걷는데 바람이 세차게 불어서 모래도 날리고 고생을 했다. 바로 옆에는 언덕으로 가려진 좋은 길이 있었는데 미리 보지 못했다.
이곳의 모래는 유난히 희다. 조금 지나다보니 모래가 유실되지 않도록 커다란 방수포로 덮어놓고 그 위에 모래주머니를 덮어놓은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렇게 하얗고 좋은 모래가 유실되면 얼마나 손해가 클 것인가.
아무리 보아도 개인주택인 것 같은데 모양이 독특했다.
이 카페의 벽에는 인생뷰를 볼 수 있다고 씌여있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유난히 손님이 많은 것 같았다.
비양도가 보이는 곳에 방사탑이 설치되어 있었는데 조금 더 진행하면 같은 모습의 방사탑을 하나 더 볼 수 있었다.
바람이 세차서 파도가 넘치는 바람에 이곳에 물이 많이 고여있어서 지나가는데 애를 먹었다.
기상때문에 출항하지 못한 배들이 단단히 묶여서 정발되어 있었다.
두 시간 전부터 빠른 걸음으로 계속 걸어서 그런지 옆구리가 아파왔다. 주먹으로 두드려가면서 여기까지 왔는데 더는 무리다 싶어서 골목 옆 빈집에 잠시 들어가 쉬면서 커피도 마셨다.
내가 쉬었던 집의 앞마당에 이런 건조물이 있었는데 안에 저수시설이 있는지 파이프와 수도꼭지도 있었다.
한림에 도착하니 유명한 칼국수 맛집인지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모습이다. 진작 알았으면 짬뽕을 먹지 말고 여기서 칼국수를 먹을 걸 그랬다.
드디어 오늘의 목적지가 가까워졌다. 한림항에는 기상때문에 출항하지 못한 배들이 많이 정박해있었다.
드디어 오늘의 목적지에 도착했다. 시계를 보니 20.2Km를 걸었다. 이제 며칠을 걸었더니 걷는 일에 익숙해진 느낌이다. 그다지 힘들지는 않았지만 돌길이 계속되어서 발목과 무릎이 아파서 조심조심 걸었다. 전에 집사람과 간달프 내외와 함께 걸얼던 길을 나는 14-1코스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오늘 와서 보니 15-A코스인 것 같다. 내일 15코스는 바닷길로 이어진 B코스와 내륙으로 이어지는 A코스로 나워지는데 15-A코스는 전에 걸었기에 내일은 15-B코스를 걸을 생각이다. 일찍 마치게 되면 바로 쉬지 않고 21코스를 걸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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