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0월 6일
며칠 전에 집사람에게 '마흔 넘어 걷기 여행'이라는 책을 권했다. 한참 전에 읽었던 책인데 요즘 김남희 작가의 '일본의 걷고 싶은 길'이라는 책을 두 권 읽으면서 나중에 집사람과 함께 여러 나라로 걷기여행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관심을 유도하고 싶어서 권했던 책이다. 요즘 내 주변 사람들이 세계 곳곳으로 여행을 많이 다녀오곤 하는데 사실 나는 그동안에 해외여행이라는 것에 크게 관심이 가지 않았었다. 우리나라에도 좋은 곳이 얼마나 많은데 굳이 말도 통하지 않는 외국으로 여행을 가는지 솔직히 이해가 되지 않았었다. 기껏 해외여행이라고 가봐야 단체로 인솔자를 따라서 유적지 몇 곳 보고 쇼핑에나 끌려다니는 것 같아서 영 내키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여행을 좋아한다. 다만 시간에 쫓기면서 뜰려다니듯이 하는 여행을 싫어할 뿐이다. 우리나라에도 나를 감탄하게 하는 자연과 풍경이 있지만 전 세계에는 내가 알지 못해서 그렇지 얼마나 멋지고 황홀한 풍경과 다양한 사람들의 일상 들이 있겠는가. 요즘은 통역기가 있어서 낯선 나라에서도 최소한의 의사소통이 크게 어렵지 않을 것 같고, 여행을 다녀봐야지 그 나라의 풍경과 사람들의 사는 모습, 그들의 언어돠 문화에 대해 관심이 더 가지 않을까 싶다. 당장 나만 해도 김남희 작가의 일본 여행책을 읽으면서 일본의 풍경이나 음식, 그들의 문화가 궁금해지면서 마쓰오 바쇼로 대표되는 일본의 짧은 시의 형태인 하이쿠에 관심이 생겼다.
먼 곳으로 걷기여행을 하려면 체력도 중요하다. 나도 그렇지만 함께 여행을 해야하는 집사람이 늘 허리가 아프고, 체력이 좋지 않은 것 같아서 지난 주부터 동테 천변길을 며칠 정도 같이 걸었다. 어제는 산행을 하자고 대청호오백리길을 같이 갔지만 비가 오는 바람에 3-1 코스만 돌고 왔다. 오늘은 좀 길게 산행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집 근처의 보덕봉으로 향했다. 구즉도서관 옆에 차를 주차하고 똘이와 함께 셋이서 출발한다.
보덕봉은 시작부터 제법 경사가 있어서 전에는 몇 번 쉬면서 보덕봉을 올랐지만 오늘은 훈련의 의미도 있으니 휴식 없이 정상 근처의 조망터까지 올랐다.
나는똘이와 함께 자주 다녔던 길이지만 집사람은 오랜만에 걸어보는 길이겠다. 가을이 시작되는 숲길은 밤송이 천지다. 이제 겨우 단풍이 시작되지만 조금 있으면 제대로 가을을 느낄 수 있게 되겠지.
산길에는 가을꽃들이 자주 눈에 띈다. 구절초, 개망초, 쑥부쟁이 . . . . . . .
용바위고개 못미쳐에 있는 쉼터에서 빵과 커피를 먹고 물도 마신다. 늘 그랬듯이 500미리 물 한병만 들고 왔는데 아무래도 물이 부족할 것 같다. 결국 나와 집사람은 물을 아끼느라 제대로 마시지도 못하고 똘이에게 물 한 병이 거의 다 돌아갔다.
옥련봉 정자에 서지 노은동과 반석동의 아파트 단지가 훤하게 내려다 보인다.
적오산으로 향하는 숲길이 참 좋다. 걷기에 편하고 바람은 시원하고 분위기도 좋다.
고도 337m의 용바위고개에서 고도 80m까지 급경사를 내려오니 분위기 좋은 습지가 나온다. 이곳에서 잠시 앉아 길가에 떨어진 밤을 주워서 생밤을 까먹어보았는데 어린시절 먹어보았던 그 맛이었다. 집사람이 칼집을 내서 구워준다고 해서 밤을 한 줌 주워서 배낭에 넣고 적오산 바향으로 향한다.
오늘 하루 모처럼 산에 와서 신이 난 똘이는 이곳저곳을 헤집고 다니느라 눈가에 도꼬마리가 잔뜩 붙어있다. 이 녀석을 처음에 유기견보관소에서 데리고 올 때만 해도 작은 계단도 오르지도 못하고 내려가지도 못해서 장애견을 데려왔다고 걱정했었는데 이제는 산행의 이력이 붙어서 한 이틀만 쉬어도 산에 가자고 낑낑거린다.
적오산성에서 어느쪽으로 하산할까 고민하다가 원자력연구소 방향으로 하산한다.
계곡에 물이 보이자 그동안 우리 물을 다 마신 똘이가 또 달려가 물을 마신다. 우리는 목이 마르지만 계곡물을 먹을 수는 없지 않는가.
원자력연구소를 지나서 관평동 방향으로 향한다.
원자력연구소에서 개울을 따라 관평동 쪽으로 조금 향하니 냇물이 제법 깨끗하고 그늘도 있어서 여름에 찾으면 좋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주유소부터는 도로를 따라서 산행 시작지점인 구즉도서관까지 걸었다. 도서관 조금 못미쳐 있는 편의점에서 맥주 한 캔을 사고 시원하게 마시고 차를 회수해서 코다리찜을 하는 식당에서 반주를 하면서 늦은 점심을 먹고 집으로 돌아왔다. 오늘 하루는 보람있게 보낸 것 같다. 11Km의 거리를 4시간 20분 동안 산행했는데도 별로 피곤하지도 않고 오히려 기분이 상쾌한 느낌이다. 집사람도 컨디션이 좋았는지 산행을 마치고 사무실로 가서 짐을 정리하고 왔는데도 피곤한 기색도 없이 블로그를 쓰고 있는 지금 내 서재에서 책을 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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