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천왕봉의 정상석을 마주합니다. 등산을 시작하면서 오랫동안 서 있고 싶었던 그 자리에 저는 서게 되었습니다.
날씨가 좋았다면 이렇게 한가롭게 천왕봉의 정상석을 어루만지고 있을 수 없었겠지요.
좋지 않은 날씨 덕분에 한가하게 천왕봉의 정상에서 여유롭고 한적하게 제 인생의 어느 멋진 하루를 만끽합니다.
오래도옥 잊혀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곳에 제가 서있었다는 사실이 소시민인 캠퍼에게는 훈장과 같은 것일 수도 있습니다.
저 하늘과 저 구름과 저 고사목, 그곳의 바람과 바람에 누운 풀들, 나를 기대게 해준 지리산의 바위와 귀엽고 사랑스러웠던 지리산의 야생화. 그곳에서의 불편과 스쳐지나간 많은 사람들..........
그런 모든 것들이 오랫동안 제 추억 속에서 잊혀지지 않고 저를 미소짓게 할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이번 한번 뿐이 아니라 어쩌면 삶이 고달프고 서러울 때, 사람들이 싫어지고 일상이 지겨울 때.
저는 다시 그곳을 찾을 것 같습니다. 산은 언제나 거기 그대로 있을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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