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산의 산정에서 맞이하는 일몰과 일출의 감흥은 어떨까?
참 오랫동안 궁금해왔고 망설여왔던 일을 드디어 해보았습니다.
혼자서는 엄두가 나지 않고, 여러 사람과 어울려 해보자니 낯가림이 심한 소심한 캠퍼에게는
난해한 숙제였습니다. 혜련이님이 함께 해준다면 참 좋겠는데 집사람은 종주나 비박 등의 이런 단어들을
무척 두려워한다는 점이 문제였습니다.
얼마전 재미 ㅋㅋ님과 함께 산행을 하면서 재미 ㅋㅋ님이 " 저는요, 산에 올라가 텐트를 치고 침낭에서 잠을 자고,
그런 산행을 해보고 싶어요,"라는 말을 하는 것이 아닌가.
순간 캠퍼의 머리가 고속회전을 시작합니다.
' 그래, 일단 집사람과 친한 재미 ㅋㅋ님을 꼬시는 거야. 재미ㅋㅋ님은 순진하니까 꼬시기도 쉽잖아.'
제가 슬슬 군불을 피워줍니다.
" 하고 싶으면 하면 되잖아요. 산행도 산행이지만 산정에서 텐트 문을 열고 장엄한 일출을 본다고 생각해보세요.
얼마나 감동적이겠습니까. 살면서 그런 추억 하나 쯤은 가지고 살아야 하는데 ......"
순진한 재미 ㅋㅋ님은 상황을 참 대견스럽게 풀어갑니다.
" 그래서요, 저도 해보려고 하는데 텐트하고 침낭하고 그런 것이 있어야겠지요? 한 백만원 정도 들이면 될까요?"
' 어라? 세게 나오는데......."
제가 기름칠을 합니다.
" 무슨 그렇게 거창하게...... 침낭 정도만 있으면 되요. 제가 텐트는 여분으로 가지고 있거든요."
" 침낭도 비싸지요? 몇십만원 정도는 할테지요?"
상황이 참 스피디하게 진행됩니다.
" 카페 공구하는 침낭이 좋던데.... 한 이십만원 정도도 안되는 것 같던데........"
필 받은 재미 ㅋㅋ님에게 혜련이님이 한마디 거듭니다.
" 그래도 기왕에 비박을 시작한다는데 텐트는 준비해야 되는거 아니에요?"
캠퍼가 슬슬 상황을 정리합니다.
" OO카페 공동구매 코너에 들어가 보세요. 좋은 침낭이 참 싸더라고요."
" OOOO싸이트에 들어가보면 텐트가 직수입이라 저렴해요."
" 말 나온 김에 다음 달 정도에 한번 갑시다. 덕유산 어때요. 설천봉에서 곤도라 타고 산행을 시작하면 말이 종주지 그다지 힘들지도 않을 것 같던데 ......."
다음날 월요일 아침부터 재미ㅋㅋ님에게 전화가 오기 시작합니다.
" 카페에 가봤는데 참 괜찮은 것 같아요. 가격도 적당하고."
신난 캠퍼는 양쪽으로 바빠집니다. 재미 ㅋㅋ님에게 군불을 때면서 혜련이님을 압박합니다.
" 저쪽은 저렇게 결단력이 있는데 너는 뭐야."
결국 재미 ㅋㅋ님의 침낭을 구매하는데 혜련이님 것도 주문을 하고 평소에 봐두었던 여성용 대형배낭도 슬쩍 카드로 긁습니다.
" 할 수 있으려나? 한번 더 생각해봐요."
망설이는 혜련이님에게 다시 쐐기를 박습니다.
" 해보는거지. 인생 뭐 있어? 해보고 안되면 준형이(아들)라도 쓸 거 아냐."
침낭 하나면 된다고 시작했는데 택배가 도착해보니 매트리스도 같이 오더군ㅛ. ㅋㅋ
집사람 물품을 구매하면서 평소 캠퍼가 사고 싶었던 소소한 물품들을 같이 구매합니다.
보조자일, 계란보관케이스,비박용 도마 ........
참 쉽게 일이 풀립니다. 재미 ㅋㅋ님 덕분에 며칠을 지청구 들으면서 사야하는 물품들이 덤으로 따라옵니다.
드디어 첫 출정일이 다가옵니다.
부푼 마음으로 종주를 기다리는 재미 ㅋㅋ님에게 망신당할 수는 없지 않겠냐며 연습의 중요성을 각인시킵니다.
박배낭을 꾸려보니 제 것이 25Kg, 혜련이님 것은 정확히 재보지 않았지만 자기 말로는 20Kg이 넘는다고 하지만 제 경험상 약 15Kg 내외 정도 될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배낭을 메지도 못하더군요. 힘껏 들어서 허벅지에 올리고 한 쪽 어깨에 케고 돌리면서 다른 쪽 어깨를 끼우라고 몇 번을 가르쳐주어도 제대로 못하고 휘청거립니다.
어차피 몇 번 해보면 할 것 같아서 내버려 둡니다.
한토님들이 지리산으로 향하던 그 날 우리는 덕유산으로 갑니다.
나머지는 사진으로 보시고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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