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7월 22일 토요일
산에 다니다 보면 한 번 가봤다는 기억만을 남기는 산과, 일상에 지치고 무언가가 필요할 때마다 다시 찾게 되는 산이 있다. 지리산, 설악산,덕유산 등과 함께 포항의 내연산은 나에게 그런 산 중의 하나다. 12폭포의 멋진 절경과 계곡의 아름다움 때문이겠지만 이번에 다시 찾은 내연산은 또 다른 이유를 한가지 더해주었다. 2011년이었던가 한토에서 포항의 내연산을 갔던 기억이 있다. 그 때는 경북수목원에서 천령산을 거쳐서 보경사 계곡으로 하산했었는데 삿갓봉과 천령산(우척봉)을 거치면서 힘들어서인지 제대로 계곡과 폭포의 멋을 즐기지 못했었다. 이번 답차 산행은 경북수목원에서 조상한 생태관찰로를 타고 시명리의 원시적인 아름다움이 남아있는 계곡을 타고 가보기로 한다.
경북수목원은 입장료도 주차비도 받지 않는다. 잘 정비된 수목원에 도착해서 차량을 주차하고 수목원 본 건물의 옆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나무계단을 따라서 약 200미터 정도 오르면 영춘정이라는 정자에 도착한다. 이곳은 사방이 잘 조망되고 먼 곳의 조망을 위한 망원경까지 갖추어져 있지만 오늘은 흐린 날씨 탓에 조망이 어렵다. 이곳 포항지역은 오랜 가뭄으로 계곡에 물이라도 있으려나 하는 걱정이 된다. 게다가 오늘은 폭염경보까지 내려졌다. 하지만 경북수목원이 거의 산 정상에 가까운 곳이어서 그런디 더운 줄을 모르겠고, 바람이라도 불면 오히려 시원하다.
산행안내지도를 보면 오늘 내가 걸어갈 길은 빨간색으로 표시된 생태관찰로를 타고 삼거리까지 진행한 다음 녹색의 등산로를 타고 시명폭포와 실폭포,북호1,2폭포를 지나 지도에는 표시되어 있지 않지만 은폭포, 관음폭포 등의 내연산 12폭포를 차례대로 거쳐서 보경사로 하산하게 된다. 길을 가다보면 거의 두 줄기로 길이 나뉘는데 하나는 등산로이고 다른 하나는 생태관찰로다. 그 두 길은 대부분 곧 다시 만나게 된다. 땀 좀 흘리고 싶은 사람은 등산로로 가면 될 것이지만 생태관찰로가 산의 8부능선을 끼고 조성되어 있어서 시원하고 길이 고속도로 처럼 편안하게 잘 닦여있어서 꼭 권하고 싶다.
두 갈래로 나뉜 길은 대부분 다시 만나고 합쳐지는 지점에는 가끔씩 쉬어갈 수 있는 정자가 마련되어 있다.
이렇게 잘 닦여진 생태관찰로를 따라 6Km남짓 걷게 되는데 길이 너무 편하다 보니 산행시작후 2시간이 채 되지 않았는데 삼거리에 도착하게 된다. 삼거리 채 못미친 지점부터 길 옆으로 계곡이 있는데 오랜 가뭄으로 모양이 별로다. 하지만 비가 오고 나면 참 시원하고 멋진 길이 될 것 같다.
삼거리 정자에서 준비한 빵과 과일로 간단히 점심을 해결하고 바로 시명리계곡으로 들어선다.
오랜 가뭄으로 계곡의 물은 수량이 많지는 않지만 바위와 어울리는 모습이 참 멋지다. 더군다나 내연산의 유명세를 생각하면 이곳 시명리쪽은 사람들이 거의 찾지 않다보니 원시적인 멋까지 느껴진다. 가을쯤에 와도 참 좋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계곡에 발을 담그니 조그만 물고기들이 닥터피쉬처럼 달려든다.
얼마나 오랜 세월을 조그만 물길이 흘렀는지 마치 인위적으로 도랑을 만든 것처럼 바위가 깎여서 물길을 만들었다.
단렌즈만 달린 간단한 카메라로 표현하기 어렵지만 삼거리에서 시작되는 시명리계곡은 참으로 멋진 곳이었다.
전에 왔을 때보다 길도 잘 정비되어 있고 다리도 새로 놓아져서 편하게 걸으면서 내연산의 12폭포를 다 감상할 수 있다.
대전의 산악회에서 온 모양인데 이들은 한토가 예전에 갔던 그 코스를 따라서 온 모양이다. 결국 시명리의 계곡과 몇 곳의 폭포를 다 보지 못하고 천령산을 내려와서 관음폭포부터 아래쪽의 폭포를 따라 내려간다.
관음폭포 주변의 모습이다.
겸제 정선이 이곳 청하의 현감으로 있을 때 이곳 청하골에서 진경산수화를 그렸다고 하는데 정말 내가 그림을 그릴 줄 알았다면 나도 이곳에서 그림을 남기고 싶어졌다.
계곡을 따라 보경사로 하산했다. 콜택시를 불러서 수목원으로 돌아가 내 차를 타는 순간부터 비가 쏟아진다. 집사람과 함께 산행을 하면서 산행을 주관하는 그 때까지 비라도 한번 내려주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대화를 했는데 쏟아지는 빗줄기가 반갑다. 주왕산 입구의 청향이라는 횟집에 들러 회정식과 소맥을 하고 느긋하게 대전으로 귀가했다.
경북수목원에서 시작해서 생태관찰로를 타고 시명리계곡을 거쳐 보경사로 하한하는 이번 코스는 14Km정도의 짧지 않은 거리지만 숲길이 편안하고 바람이 시원해서 그야말로 힐링이 되는 시간이었다. 나는 등산화도 신지 않고 제주 올레길을 걸었던 아쿠아슈즈를 신고 걸었지만 등산을 마치고도 다리도 아프지 않고 좋았다. 특히 시명리계곡은 사람의 흔적도 느끼지 못할 만큼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참 좋았다. 지치지 않은 상태에서 12폭포를 즐기면서 내려온 청하골의 계곡도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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