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록

동해바다가 시원한 영덕 칠보산

준형아빠 2023. 9. 12. 19:04

일상에 치이고 마음이 답답할 때면 바다가 생각난다.

내가 가장 많이 찾은 바다는 남해였다.

서해는 물색과 풍경이 그다지 나와 맞지 않았고, 동해는 그 검푸른 빛깔과 호쾌한 맛은 좋지만 자동차로 가기에는 너무 힘들었다.  아무리 빨리 간다고 해도 내가 있는 대전에서 3시간 이상 걸리고, 내가 좋아하는 영덕이나 울진 쪽은 족히 4시간 이상이 걸렸기 때문이다.

그랬던 동해를 이제는 쉽게 갈 수 있게 되었다.

작년 말부터 상주-영덕간 고속도로가 개통되어 이제는 대전에서 영덕을 가는데 2시간이면 갈 수 있다.

20년 전에 산림청에 계시던 지인의 배려로 영덕 칠보산휴양림을 알게 된 뒤로 가끔씩 칠보산을 찾았었다. 

휴양림 숙소에서  아침에 눈을 떠서 창문을 열면 검푸른 동해바다의 시원함과 고래불해수욕장이 펼쳐진 그 경치를 좋아했다.

당시에는 등산을 좋아하지 않아서 정상을 올라보지는 못했지만 산책 삼아 걷던 그 숲이 너무 좋았었다.

금강소나무라고 해야 하나, 황장목이라 해야 하나 잘 알지는 못하지만 어른이 팔을 벌려서 안으려 해도 다 안지 못하는 굵직한 소나무가 참 멋지다.

산 전체가 어찌 그리 크고 멋진 소나무로 가득했는지, 그 소나무숲은 어찌 그리 시원했는지 조금만 올라도 뒤를  돌아보면 검푸른 동해의 수평산이 보이던 그 산을 나는 참 좋아했다.

마침 한토의 6월 주관 산행지로 칠보산을 하면 어떻겠냐는 혜련이의 제안에 흔쾌히 답사겸 주말여행으로 떠나기로 한다.

토요일 오전 아침 식사를 하고 1박2일을 위해 킴핑 준비를 해서 출발했다.

 

영덕에 도착하니 점심시간이 되어서 칠보산 바로 앞에 있는 별미회식당(054-732-1140  영덕군 병곡면 백석리 81-6)에서 생대구지리로 점심을 한다.

이 식당은 전에도 먹어보았지만 대구의 애까지 넣어서 함께 끓여내는 지리가 참 고급진 맛이다.

식사를 마친후 칠보산휴양림의 반대쪽 진입로로 휴양림을 찾아가 보지만 그 쪽 방향은 멋진 소나무 숲이 있어서 좋았지만 대형버스가 오가기 불편해보여서 패스하고 다시 휴양림 정식 입구쪽으로 진입한다.

 

휴양림에 도착해 대형버스 주차위치를 확인하고 예약한 야영데크에 텐트를 쳐놓고 산행을 시작한다. 

 

아래가 주차장의 모습인데 차량 앞쪽으로 데크가 있다.  사진에는 잘 나오지 않았지만 차량 앞쪽에 지붕까지 갖춰진 넓은 데크가 있어서 혹시 비가 오더라도 뒤풀이를 하기에는 무리가 없지 싶다.

산행은 휴양림매표소에서 조금 지나는 지점에서 시작된다.  약 1시간 정도 완만한 경사를 오르면 그 후에는 거의 평지와 다름 없는 능선길이 이어진다.

산사랑쉼터에서 우측방향 칠보산으로 2.3Km를 왕복한 후에 등운산으로 진행한 다음 휴양림으로 하산하면 4~5시간 정도 소요된다.

마침 날이 흐리고 안개가 자욱해서 바다 조망은 보이지 않았지만 바다와 해수욕장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다.  산행시작 후 5분 정도면 도착하게 된다.  

길이 너무 좋다.  온통 소나무로 된 숲은 너무 시원하다.

오늘 산행의 유일한 오름 계단이다.  

산사랑쉼터의 모습이다.  산행시작후 여기까지 1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오름길이 그만큼 어렵지 않았다는 뜻이다.  우측 칠보산 방향으로 향한다.

철쭉은 지고 병꽃이 한창이다. 

산길은 계속 호젓하고 걷기 좋은 상태로 이어진다.  헬기장을 지나면서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한다.  

칠보산 정상 사진을 찍고나자 바로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는데 곧바고 폭우로 변해서 쏟아진다.  우산도 우비도 없어서 이대로 더 이상 산행을 진행하는 것은 무리다 싶어서 급히 하산을 한다.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도 폭우가 얼마나 심한지 속옷까지 젖어서 바람까지 불어대니 잠시라도 쉬려 하면 추워진다.  결국 할수 없이 뛰다시피 하산을 한다.  평소 느긋한 산행을 하던 내가 정상에서 휴양림까지 1시간 30분만에 하산을 완료했다.  내 차에 히터를 켜고 등산화를 말려보지만 어림도 없었다.  할수 없이 다음날 후포로 가서 속옷과 양말을 구입해서 갈아입고 나머지 구간의 답사를 이어가기로 한다.  

 

어제의 폭우때문인지 아침에 안개가 많이 끼어있었다.  아래의 텐트 옆으로 보이는 데크에서 뒤풀이를 할 예정이다.  

후포로 가서 속옷과 양말을 사고 아침 식사를 하고 텐트로 돌아와 어제 다 하지 못한 나머지 구간의 답사를 시작한다.  어제와 다르게 오늘은 아주 화창하고 맑은 날씨다.  오늘은 휴양림에서 산사랑쉼터까지 오른 후에 등운산 방향으로 하산하면서 답사를 마칠 예정이다.  

 

 

이곳으로는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았는지 등로가 뚜렷하지 않아서 초반에 길을 잘못 들어서 알바를 조금하고 계속 오르막길을 오른다.  거의 능선에 다다르기 전에 갑자기 멧돼지 울음소리가 어찌나 크게 들리던지 무척 놀랐다.  저희들끼리 싸우기라도 하는지 계속해서 멧돼지들의 비명 소리가 모골을 송연하게 만든다.  평소에 멧돼지를 만나면 우리 부부가 스틱 2쌍으로  동시에 눈을 찌르는 연습을 했었는데 지금의 멧돼지 소리는 여러마리가 모여 있는 듯하니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얼른 발걸은을 빠르게 조용히 지나갔다.  

아래의 사진은 산사랑쉼터에서 등운산 방향으로 800미터 정도 진행한 상태인데 이곳의 숲길도 역시 분위기가 좋다.

등운산 바로 직전에 바다전망대가 설치되어 있었는데 올라가 보아도 주변에 높은 나무들이 많아서  바다를 볼 수가 없었다.  

등운산에는 정상석도 없었고 이런 팻말만 설치되어 있었다. 

하산하는 길도 역시 기분 좋은 숲길이 이어진다.  이곳에는 참으로 소나무가 많은 것 같다.  

오늘은 어제와 달리 중간 중간 쉬면서 느긋하게 진행한다.  

천천히 하산하다 보니 예쁜 꽃도 보인다.  

이제 거의 다 내려왔다.  이 이정표가 보이면 바로 휴양림이다.  휴양림에 내려서면 시설 좋은 샤워장이 있다.  남자 용 4개, 여성용 4개의 부스로 독립된 샤워장이 있다.   한 칸마다 유리 격벽으로 샤워시적이 독립되어 있고 바로 옆에는 옷이나 소지품을 보관할 수 있는 공간도 있었다.  어제 폭우를 맞으며 하산한 후에 이곳의 샤워장에 들러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나니 얼마나 기분이 상쾌했는지 모른다.  칠보산은 여러가지로 꼭 한번 가볼만한 좋은 점들을 다 갖추고 있는 산이다.  여기는 여름산행지로 아주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었다.  온통 소나무숲이어서 바람이 잘 통해서 그런지 산행하는 내내 시원한 바람이 좋았다.  산행 중에 잠시 돌아보면 검푸른 동해와 수평선, 그리고 고래불해수욕장을 내려다 볼 수 있었다.  길은 걷기에 딱 좋을 만큼 편하고 분위기도 좋다.  게다가 하산 후에는 호텔 부럽지 않은 샤워장도 있으니 얼마나 좋은 곳인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