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7월 1일
오늘은 제주 올레 코스 중에서 거리가 가장 긴 4코스(23.6Km)를 걷는 날이다. 올레 소개 책자에는 4코스를 두 번에 나누어 걷는 것을 생각해보라는 안내가 있었다. 출발하기 전부터 사실 갈등을 했다. 하지만 일단 출발해보고 나누어 걸을 것인지 그냥 끝낼 것인지 결정하기로 하고 출발해본다. 오늘은 차를 숙소에 두고 숙소 주인의 차를 이용해 시작점에 도착하고 마칠 때에는 버스를 타고 온평초교 앞에서 내리면 숙소주인이 데리러 온다고 한다. 해비치해변의 올레 안내소에서 기념품을 사라고 권하기에 올레손수건을 하나 사서 목 부위까지 내려 덮고 그 위에 모자를 쓰고 다녔다.
날씨는 맑았지만 아침부터 더웠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흐르는데 걸으면 얼마나 땀이 나겠는가. 하니만 나는땀이 나는 것도 모르고 종일 다녔다. 올레길을 끝내고 배낭을 보니 배낭에 땀이 배어서 등판은 물론이고 앞쪽까지 젖어 있는 것을 보고서야 오늘 땀을 많이 흘렸다는 것을 알았다.
아직도 등산화가 마르지 않아서 아쿠아슈즈를 신고 이런 돌길을 걸으려니 여간 고역이 아니다.
보통 사람들은 제주의 바다풍경을 좋아하고, 오름길을 걷는 것보다 해안길을 더 좋아한다는데 나는 바다 풍경을 그냥 멋지군 하는 정도다. 대신에 길을 가다가 낚시를 하는 사람이 있으면 꼭 한참 동안 서서 무슨 고기를 잡았는지 확인하곤 한다.
계속 땡볕에서 걷다가 나무 정자가 보이기에 정자그늘에 앉아서 쉬면서 숙소에서 가져온 텀블러의 커피를 마셔본다.
조금 더 걸어가는데 해녀들이 물질을 끝내고 돌아오는 모습이 보였다. 잡은 해산물은 모두 트럭에 실려 보내고 드문 드문 걸어오는 해년들을 보니 한 번에 보통 10명 전후의 해녀들이 함께 작업을 하는 것 같았다. 오전 시간이라 일할 시간인지 지나가는 곳곳마다 해녀들이 물질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아래의 사진은 게스트하우스인데 첫번째 방에서 장의자 두 개에 한 명씩 누워서 해변의 풍경을 감상하는 모습을 보았는데 그 편안함이 잠시 부러웠다.
길을 걷다가 예쁜 꽃이 보이면 유심히 바라보았다.
이것은 봉수대라는데 내 생각에는 대충 모양만 복원해놓은 것 같았다.
해안길을 걷다가 이렇게 숲길이 나오면 반갑다. 그 속으로 걸으면 그늘이 짙어서 무척 시원했다.
가끔 바닷바람이 불어올 때에는 시원한 느낌이 드는데 거의 대부분의 시간동안은 머리 위로 내리꽂는 직사광선이 뜨겁다.
땀을 뻘뻘 흘리며 걷다보니 저 아래 바닷가에 앉아서 시원한 물에 발을 담그고 있는 저 아저씨가 부러웠다. 하지만 나는 오늘 먼 거리를 걸어야 하는 사람이다. 그냥 발걸음을 재촉해본다.
토산산책로가 끝나고 토산리 끝부분에 매일더탐나라는 게스트하우스 겸 카페이다. 원래 이곳에 예약을 하려했는데 현재 있는 게스트하우스에 손님도 하나도 없고 나마저 나오기가 미안해서 하루 더 연장해서 숙박하는 바람에 무산되었다. 게스트하우스는 위치도 좋고 방에서 바로 보이는 바다의 풍경이 좋을 것 같은데 아쉽다.
이제 해안도로는 끝나고 오늘 코스를 나누려면 이곳에서 결정해야 한다. 날은 덥지만 컨디션이 나쁘지 않은 것 같아서 하루에 다 마치기로 하고 중산간 길로 진행한다.
시간은 이미 오후로 접어들었고 지금까지 13.6Km를 걸었고 이제 11Km를 더 가야한다.
망오름 입구이다. 계속 뜨거운 날씨에 걸어서 그런지 망오름을 오르면서 무척 힘이 들었다. 하지만 여기도 역시 숲길은 참 좋다.
여기까지 올라오는데 힘이 들었지만 이제는 내려갈 일만 남았으니 힘을 내본다.
거슨새미라는 이름의 샘이다. 물길이 한라산 방향으로 거꾸로 올라간다고 거슨새미라고 한다고 한다.
여기는 노단새미란다. 바로 옆에는 영천사라는 절이 있다.
다시 중산간길을 한참 동안 걸었다.
중산간 길이 끝나고 도로를 건너서 해안도로 방향으로 진행한다.
민물이 바다와 만나는 곳이어서 그런지 낚시를 하는 사람들이 여럿 있었다.
포토존이 있었지만 나는 그냥 기계적으로 걸을 뿐이다.
계속 해안도로를 따라 걷는다. 시간은 벌써 4시가 지났다. 길이 사람을 너무 지지게 한다. 게다가 졸립기도 했다. 눈을 감고 걷다가 차소리가 나면 깜짝 놀라 눈을 뜨고 하는 식으로 걸었다.
졸면서 걷다가 낯선 풍경이 나오면 사진을 찍고 다시 졸면서 걸었다.
5시 반이 지났다. 그런데도 아직 2Km가 더 남았다. 중간에 차를 얻어타고 갈까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누구에게 보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나와의 약속인데 그러지 말자고 생각하고 걸었다. 마지막 1Km정도가 남았을 때부터는 정말이지 너무 힘들어서 잠시 앉았다가 이러다 잠들지 싶어서 다시 걸음을 재촉해본다.
이제는 풍경도 그다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연대가 있었지만 사진만 찍고 또 걷는다.
드디어 남원포구의 제주올레 안내소에 도착했다. 버스를 기다리다가 바로 앞에 중국집이 있기에 들어가서 고기짭뽕이라는 것을 한 그릇 시키고 소주와 맥주를 주문해서 소맥을 마셨다. 너무 시원하고 맛있다. 고생하고 목마르니 술도 맛있는 것 같다. 어제 중산간 길을 걷다가 어느 집 담에 " 땀 흘린 농부는 비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라는 글을 읽었다. 갑자기 그 글이 생각나면서 무슨 의미인지 한참 생각해보았다. 중국집에서 나와 버스를 타고 버스에서 깜박 졸았나보다. 미리 버스 기사님에게 온평초교에서 내린다고 당부해놓기를 잘했다. 기사님이 도착했다고 내리란다. 픽업하러 온 숙소 주인을 만나서 숙소로 돌아왔다. 길고 긴 길이었고, 참으로 힘든 하루였다. 내일은 짧은 코스를 걷고 남은 시간에 새 숙소를 찾고 필요한 물품도 구입하고 목욕탕이라도 다녀올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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