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올레

숙소를 지나가는 올레길 3코스

준형아빠 2023. 9. 14. 09:37

2017년 7월 1일

 

오늘은 제주올레 3코스를 간다.  어제 비를 맞은 등산화를 빨아서 말려보지만 거의 마르지 않았다.  할수없이 오늘은 가벼운 아쿠아슈즈를 신고 나선다.  3코스는 통오름, 독자봉 등을 통과하는 A코스(19.9Km)와 해안도로를 걷는 B(13.7Km)로 나누어져 있다.  나는 예상 소요시간이 6~7시간인 A코스를 선택했다.  아침 일찍 내 차를 종점인 표선 해비치해변 올레안내소 앞에 주차해놓고 게스트하우스 주인의 차를 얻어 타고 시작점인 온평포구로 가서 길을 시작한다.  온평포구 시작 지점에서 스템프를 찍고 있는데 그저께 강병희이장님 숙소에서 만났던 누부부가 이장님 아들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왔다고 한다.  그 분들은 2코스를 역으로 시작하기 위해 온평포구에 왔다고 한다.  날씨는 흐리지만 비는 오지 않고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서 걷기에 좋은 날이다.

온평포구 주변의 풍경이다. 

포구 주변의 사진을 찍고 조금 걸어가다보니 A코스와 B코스가 갈라지는 곳에 도착했다.  

아래의 지도에 나오지만 원래는 A코스만 있었는데 너무 길고 힘들어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해안도로를 따라가는 B코스를 추가로 만들었단다.  사실 올레길을 걷기 전에는 해안도로를 걷는 것이 편하고 좋을 것 같았는데 막상 올레길을 며칠 걸어보니 중산간도로를 따라가는 원래의 코스가 더 좋게 느껴졌다.

조금 걷다보니 갑자기 배가 아프면서 화장실이 급해진다.  이 때는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는데 다음날에도 화장실이 급해지는 상황을 겪게 되어서 생각해보니 아마도 숙소에서 조식으로 빵 두 조각과 사과 반 쪽 그리고 계란 후라이와 우유를 주는데 그 우유때문에 그런 것 같다.  마땅한 장소도 없어서 중산간의 아무 밭에 들어가 돌담 뒤편에서 구덩이를 하고 해결한다.  

이런 도로를 지나 길은 다시 중산간길로 이어진다.  

주구네 집인지는 모르겠지만 집 마당 곳곳에 돌하르방을 진열해 놓았다.  돌하르방의 표정이 무척 고집 세고 나는 다른 것들은 아예 안볼란다라는 표정인 것 같아 재미있다.

조금 더 걸어가니 내가 묶고 있는 숙소의 이정표가 보인다.  

제주에 온 후로 매일 새벽에 일찍 눈을 떠서 아침 산책을 하게 된다.  오늘 아침에 산책했던 그 길을 다시 걷는 것이 익숙하고 반가웠다.  

올레길 표시는 파란색이 순방향이고 노란색은 역방향으로 구분한다.  

구덩이를 파느라 손이 더러워져서 숙소에 들러 손을 씻고 나오려는데 숙소 주인이 올레길 떠난 사람이 왜 돌아왔느냐며 웃는다.  어차피 오늘 코스가 숙소를 통과하는 것을 아는데 자신의 예상보다 너무 빨리 이곳에 도착했다고 하면서 천천히 다니라고 한다.  올레길을 걷다 보면 인상적인 풍경들과 여러가지 모습들을 사진을 찍으면서 걷게 되는데 그렇게 해도 평소보다 걸음이 더 빨라지기는 한 것 같다.  길이 좋아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그간 러닝머신에서 속보로 걷던 습관이 붙어서 그리된 것이 아닐까.  

어느새 통오름 입구에 도착했다.  올레길에서 오름을 오르는 것은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언덕을 걷는 느낌이다.  뭍에서 산행하는 것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다.  숲길은 잘 정비되어 있어서 걷기에 편하고 그렇게 오름을 올라서면 바람이 시원하게 불고 사방의 조망이 좋다.  아마도 제주 자체가 평평한 상태에서 한라산이 가운데 커다랗게 자리잡고 나머지 지역에서 오름들이 여기 저기 솟아올라 있는 모양이기 때문에 제주의 어느 오름을 올라도 사방의 조망이 좋지 않나 싶다.  

독자봉 바로 직전에 벤치가 있어서 잠시 앉아본다.   올레길을 걷는 내 작은 배낭에는 수건과 물 그리고 조그만 텀블러에 얼음물에 카누 커피를 타서 가지고 다니면서 마시는데 물을 마시는 것보다 시원한 커피를 마시면 기분이 상쾌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독자봉(망오름)을 올라서니 사방의 풍경이 참 멋져보여서 파노라마 사진을 찍었는데 사진을 확인해보니 내가 받은 그 풍경의 멋짐이 잘 표현되지 않은 것 같다.  

조금 더 가다보니 전망데크가 있어서 올라보았는데 역시 경치가 좋다.  

중산간길을 걷다 보면 이런 비닐하우스를 자주 보게 된다.  하우스 사이 사이 마다 그리고 옆으로 빗물이 흐르는 물길을 설치해놓았다.  그렇게 모인 빗물은 저 물길을 따라서 커다란 저수시설로 흘러간다.  아마도 폭우로 인한 하우스의 손상을 막고 또 비가 오지 않는 경우를 대비하기 위함일 것이다.  하우스 안에는 대부분 키위가 심어져 있었고 가끔씩은 귤밭이 하우스 안에 있는 경우도 보았다.  

아래의 사진과 같이 낮은 지대의 주변에 돌로 담을 막아 놓은 모습이 보이는데 이것이 우수 저장시설이다.  하우스에서 모인 빗물들을 이 저장시설에 모아서 저수지처럼 저장해놓았다가 가뭄이 들 때 사용한다고 한다.  

어느새 3코스의 중간스템프를 찍을 수 있는 김영갑갤러리에 도착했다.  오래 전에 집사람과 함께 두모악이라는 이름의 김영갑갤러리를 방문한 적이 있다.  그 때는 김영감씨가 살아있을 때였는데 루게릭병을 앓고 있었다.  무척 깡마르고 힘들어 하던 모습이 기억난다.  그 때 방문한 후에 한 달도 되지 않아서 김영갑씨가 작고했다는 기사를 읽었던 기억이 난다.  김영감갤러리는 그 때보다 더 크게 확장되었고 주차장도 새로 생겼다.  정원을 잘 꾸며놓았고 갤러리에는 김영갑씨의 그 멋진 사진들이 있으니 사람들이 많이 방문하는 것 같았다.  

여기까지 김영갑갤러리의 풍경들이다.  게스트하우스 주인이 점심을 김영갑갤러리 바로 옆에 있는 의령소국밥에서 꼭 먹어보라고 권해주어서 들렀다.  개업한 지 얼마 되지 않는 식당 같은데 서빙하는 여자가 젊고 예쁜데다 얼마나 사교성이 좋은지 내가 국수 한 그릇을 먹는 그 짧은 시간 동안 여러 시골 남정네들이 추근대고 또 멀찍이 서서도 눈길을 흘깃대며 바라보는 것을 느낄 정도였다.  올레길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온 후에 왜 의령소국밥에서 점심을 먹으라고 했는지 알것 같다며 게스트하우스 주인에게 백치미가 있어서 보기에는 좋지만 길게 사귈 상대는 아닌 것 같으니 일찍 마음을 접으라고 충고(?)해주었다.  ㅎㅎㅎ

점심을 먹고 한 참 걷다보니 신풍포구에 도착했다.  이제부터는 해안길을 걷게 된다.  

신천바다목장에 도착했다.  이곳은 사유지인데 올레길을 조용히 걷는 사람들을 위해 개방했으니 소 쪽으로는 접근하지 말고 바다쪽으로만 걸으라고 씌여있었다.  바다에 접한 풍경이 너무 좋고 그 넓은 땅에 소는 몇십마리 정도밖에 없었다.  아마도 소 키우는 목장은 여벌이고 땅에 대한 투자라면 성공한 셈이지 싶다.  

배고픈다리이다.  배가 고파서 푹 꺼진 낮은 모양이라서 그렇게 이름이 붙여졌단다.

오늘 처음으로 올레꾼을 만났다.  요즘 올레길에 대한 관심이 줄었는지 올레길을 걸으면서 올레꾼을 만나기가 쉽지 않았다.  하루 종일 거의 보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어쩌자 한 두 명 정도 볼 수 있을 뿐이다.  하기야 이렇게 여름에 올레길을 걷는 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니 좋은 계절을 선택할 것 같다.  

가끔은 이렇게 나무 터널을 만나기도 하고,

야자매트가 깔린 편안한 길을 걷기도 한다.  

탁 트인 바다를 바라보지만 흐린 날이라 바다도 뿌옇다. 

표선 해비치해변에 거의 도착했으니  오늘의 목적지가 얼마 남지 않았다.

드디어 오늘의 목적지인 표선해비치해변의 올레안내소에 도착했다.  표선해변에 가까워지면서 이슬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비가 내리기 시작하면서 2코스 때의 생각이 나서 얼른 마쳐야지 하는 마음으로 거의 뛰다 시피 서둘렀다.  다행히 비는 많이 맞지 않았고, 이곳에 주차해놓은 내 차를 회수해서 숙소로 돌아갔다.  19.9Km라는 짧지 않은 코스였지만 그다지 힘들거나 지루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