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9월 25일 일요일
오늘은 금강에서 해파랑길 16코스를 하는 날이다. 지난번 15코스를 하는 날에는 태풍 힌남노로 극심한 피해를 입어서 15코스를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오늘 지난번 하지 못한 15코스를 하는가 했는데 금강에서는 오늘은 그냥 16코스를 하고 15코스는 나중에 한다고 한다. 오늘도 일찍 버스로 출발했지만 출발지인 흥환보건소에 도착한 시간이 10시 25분 정도였다. 흥환마트에서 해파랑길 스템프를 찍고 출발한다.
잠시 방향을 모르고 우왕좌왕하다가 이내 정방향으로 출발한다.
조금 진행하니 바로 바다풍경이 반겨준다. 하지만 오늘은 흐린 날이다. 하늘이 흐리니 바다빛깔도 잿빛에 가깝다.
해안에 가보니 지난번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해안이 온통 쓰레기로 가득했다. 뿌리채 뽑힌 나무, 어느 집이 쓸려왔는지 기둥과 석가래도 보인다.
해안 데크길을 걷는데 바위모양이 예사롭지 않았다.
그 와중에서도 사람들이 저 테트라포트 근처에서 낚시를 하고 있었다.
여러가지 모양의 바위들을 구경하고 조금 진행하니 누군가의 집 앞에 벽돌 블럭으로 장식해놓은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우리집에도 이렇게 해볼까 생각했다.
누구 집인지 낚시를 참 좋아하는 사람인가보다. 여러가지 낚시용품을 창고에 진열해놓았다.
연오랑세오녀공원 바로 직전에 정자가 있어서 우리는 이곳에서 잠시 쉬면서 과일도 먹고 물도 마셨다.
연오랑세오녀공원을 지나면서 작은 마을을 지나는데 나뭇가지에 차일을 매놓고 그늘을 만들어놓은 모습이 보인다. 시원한 바다바람을 맞으면서 그늘에 앉아있으면 참 시원하고 평화롭겠다 싶었다.
한참 지나서 솔밭을 지나는데 이밈 점심 시간도 지났다. 우리는 솔밭 옆의 해변에 앉아서 빵과 과일로 점심을 먹었다. 점심은 간단히 먹고 해파랑길을 마치고 죽도시장에서 물회로 뒤풀이를 하기로 했다.
조금 가다보니 지난번 태풍의 흔적이 역력하다. 튼튼해보이는 콘크리트 다리도 쓰러져있고 철 난간도 다 쓰러져있었다.
태풍과 파도에 백사장의 모래가 다 넘어왔는지 대형 포크레인이 연신 주차장의 모래들을 해변으로 옮기고 있었다.
길은 해변 데크길로 이어지는데 이곳의 소나무들이 바닷물이 덮쳐서 그런지 점점 죽어가고 있었다.
곳곳에서 수해복구 작업을 하는 모습도 보인다.
그 와중에서도 해당화는 참 예뻤다.
해변에는 태풍과 홍수에 쓸려내려온 쓰레기들을 전부 모아놓았는데 언제 다 정리할지 걱정스러웠다.
해안의 나무들도 이번 태풍에 쓸려온 파도때문에 모래가 다 파여서 뿌리를 드러낸 채 죽어가고 있었다.
한참 걸어가다보니 이번에는 태풍에 침수된 차들을 야적해놓은 모습도 보였다.
침수차 야적장 옆의 철망에는 장미가 예쁘게 피어있었다.
길은 도심으로 이어지는데 도심의 가로수는 포도나무들이 대신하고 있었다.
이제 길은 포스코를 지난다. 포스코는 이번 태풍에 아주 많은 피해를 입었다는 보도를 보았는데 아닌게 아니라 꽤 높은 제방 위까지 홍수가 덮쳤던 흔적이 보인다.
횡단보도 바로 옆도 홍수에 벽돌들이 쓸려내려간 흔적이 보인다.
지면보다 적어도 2~3 미터 이상 높은 포스코 공장의 담장들을 홍수가 쓸고 지나간 흔적이 보인다.
길가의 가로수둘도 쓰러지고 부러진 모습이다.
그래도 지역주민들이 포스코를 응원하는 플랭카드를 걸어놓았다.
인도 옆에는 급하게 포크레인으로 치워서 걷어낸 진흙들을 그냥 쌓아놓았는데 그 와중에 그런 진흙 위에도 새싹들이 자라나고 있었다.
이제 길은 구형산교를 지난다 . 형산강을 가로질러서 건너게 된다.
다리를 지나서 제방을 따라서 걸어간다. 이제 목적지가 얼마 남지 않았다. 나는 포스코를 지날 때부터 허리가 아파왔는데 더 신경써서 자세를 똑바로 하고 참으면서 걸어간다. 현철이가 파스를 주어서 허리에 붙이고 걸었더니 조금 통증이 사라지는 것이 느껴진다.
드디어 송정해변의 모습이 보인다.
송정해변에 있는 해파랑길 스템프를 찍고 주변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겨본다.
해파랑길을 마치고 우리는 택시를 타고 죽도시장으로 가서 허영만의 백반기행에 나왔다는 수향회식당에 가서 물회와 회덮밥으로 뒤풀이를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날이 흐려서 멋진 바다풍경을 감상하지는 못했다. 지난번 태풍의 피해를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해보니 마음이 아팠다. 포스코 앞에 나부끼던 프랭카드에 써있는 글귀처럼 시련이 없는 영광은 없을 것이다. 부디 슬기롭게 피해를 극복하고 정상화되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