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6월 1일 수요일
얼마전 집사람이 몽골로 초원트레킹을 가자고 한다. 해외여행에는 별 관심이 없는 나였지만 몽골은 꼭 한번 가보고 싶었다. 항상 그랬듯이 여행의 준비는 집사람의 몫이다. 항상 느끼지만 집사람은 꼼꼼하고 현명한 편이어서 무슨 일이든 잘하지만 특히 여행을 준비하는 면에서는 더더욱 믿음이 간다. 덕분에 나는 날짜만 기다리다가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2022년 6월 1일 ~ 5일까지 4박5일의 일정이고 산이좋은사람들이라는 여행사를 통해서 가게 되었다. 나중에 몽골에서 만난 다른 사람들은 혜초여행사나 JS투어를 통해서 온 사람들인데 숙소나 프로그램이 우리보다 조금 떨어지는 것 같았는데 가격은 훨씬 비싼 것 같았다. 몽골트레킹을 한다고 집사람이 5월 말쯤에 백화점에 데려가더니 자켓과 셔츠 등 옷을 사준다. 6월 1일 아침에 대전청사에서 공항버스를 타고 인천공항에 도착한 시간이 1시 30분 정도였다. 간단히 미팅과 출국서류 등을 작성하고 출국장에 가더니 면세점에서 썬그라그도 하나 사준다. 3시간 40분 정도 비행한 후에 울란바타르의 징시스칸 공항에 도착한 것은 거의 7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몽골은 우리나라와 1시간의 시차가 있어서 기내에서 내 순토워치를 몽골시간으로 조정했다. 우리나라보다 1시간이 늦은 것 같았다. 현지 가이드의 버스를 타고 중간에 저녁을 먹고 울란바타르의 Hollyday Inn이라는 호텔에 도착하니 거의 9시가 다 되었다.
호텔은 시설이 훌륭하고 깨끗했다. 저녁을 먹으면서도 술을 한잔 했지만 호텔에 도착해서 맥주 한병을 마시고 잠을 청하니 아침까지 아주 잘 잤다. 몽골은 저녁 9시 정도에 날이 저무는 것 같았고 새벽 4시가 지나면 날이 밝아온다. 아침 9시에 호텔 로비에 모여서 첫 일정인 체체궁산으로 간다.
체체궁산에 도착한 시간은 10시 50분 정도 되었다. 여기까지 오는 도중에 몽골의 풍경들을 보았는데 들판과 낮은 산에는 아주 어린 풀들만 있었고 어느 정도 고도가 있는 산에는 나무들이 보인다. 들판과 야산에는 소,말,야크,염소,양 들이 풀을 뜯어먹고 있었다. 몽골 전체의 인구가 330만명 정도인데 가축들은 7~8천만 두 정도 된다고 하니 사람보다 가축이 더 많은 나라다. 아닌게 아니라 수도은 울란바타르 근처를 지나면서 바라보니 이곳에도 사람보다 가축이 더 많은 것 같았다. 다른 초원지대는 더하겠지 싶다.
우리의 가이드인데 이름이 오카란다. 체체궁산을 오르며 JS투어를 통해서 온 사람들을 만났는데 그 사람들의 가이드그 오카의 부인인 을지였다.
이번 여행의 전 일정을 함께 한 우리 일행이다. 오른쪽 두 분은 고교 교사를 정년퇴직하신 선생님부부이고 가이드 옆의 두 아주머니는 친구 사이란다. 여행에서 일행 중에 특별히 불편한 사람이 있으면 여행 전체가 힘들어지는 경우가 있는데 다행히 우리 일행들은 무난한 사람들이어서 여행 내내 즐겁게 보냈다.
체체궁산의 시작부분의 풍경인데 그냥 초원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가보면 온갖 야생화가 피어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여러가지 야생화를 드문드문 보게 되는데 여기는 아주 지천으로 널려있어서 원없이 꽃구경을 하게 된다. 신기한 것은 고도가 낮은 산의 시작부분에는 많지 않다가 정상 쪽으로 갈수록 꽃들이 더 많이 피어있었다. 나무들도 그러한데 들판이나 산의 아래쪽은 나무도 거의 없다가 정상 부근으로 갈수록 숲이 형성되어 있었다.
길은 완만하게 거의 평지같은 오르막이어서 걷는데 별다른 어려움이 없었다.
나는 유난히 컨디션이 좋아서 먼저 올라가서 뒤따라오는 일행들을 기다리곤 했다.
사진으로 남기지는 못했지만 중간 중간에 희미하게 숫자가 적혀있다. 1번부터 시작해서 정상에는 54번이고 내려가는 길은 다시 1번부터 63번까지 있단다. 또 나무에 노란 페인트를 칠해놓은 곳이 자주 있어서 노란 표시만 따라가면 길을 잃을 일은 없었다.
나무들은 소나무와 낙엽송이 주종이었고 가끔 전나무로 보이는 나무들도 있었다.
사진으로는 그 크기를 짐작하기 어렵지만 이 바위는 거의 20미터 이상 정도의 높이였다.
우리 가이드인 오카의 부인 을지의 모습이다. 오카는 천안의 단국대에서 어학당을 다녔고 을지는 숙명여대의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단다. 몽골의 평균 직장인의 월금이 우리돈으로 50만원 정도라는데 이 둘은 6월부터 9월까지 가이드만 해도 1년을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을만큼 벌고 있다고 한다. 오카는 한국에서 이삿짐센터에서 알바를 했었기 때문에 여행 비수기가 되면 한국으로 다시 돌아가 이삿짐센터의 일을 한다고 하고 을지는 몽골 학교의 행정실에서 근무한다고 한다. 마침 몽골은 6월 부터 9월까지 방학이라서 방학 동안 가이드 일을 하는 셈어었다. 두 부부를 보니 참으로 순박하고 착해보였다. 내가 본 몽골 사람들은 대부분 순수해보였고 또 잘 웃는 편이었다.
별로 힘들지도 않았는데 가이드가 가끔씩 쉬는 시간을 준다. 이럴 때에 나는 담배를 피우곤 하는데 공기가 깨끗하고 맑아서 그런지 담배 맛이 유난히 좋게 느껴졌다.
이 검은색 개는 시작부터 우리를 따라와서 하산할 때까지 같이 다녔다. 중간에 트레킹하는 사람들의 도시락을 얻어먹으면서 사는 것 같았다. 또 가끔은 우리나라의 두더쥐같은데 크기가 더 큰 동물들을 잡아먹기도 한단다.
집사람도 기분이 좋은가보다.
이 꽃은 아직 덜 핀 상태라고 한다.
걷는 내내 자주 보던 꽃인데 얼마나 예쁘고 소박한 아름다움이 있는지 모른다.
저 앞에 보이는 곳이 체체궁산의 정상이다.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온갖 야생화들이 얼마나 예쁘고 많았는지 어차피 힘든 코스도 아니지만 꽃을 구경하면서 감탆하다 보니 발걸음이 절로 가벼워진다.
정상 바로 직전에서 도시락을 먹었다. 정상에는 바람이 심하게 불어서 점심을 먹기 힘든다고 한다.
도시락은 호텔에서 준비해주었는데 제육볶음과 미역국 그리고 반찬이 다 한국식이었다.
아래의 파란색 표시에 정상을 알리는 54번이 적혀있었는데 멀리서 찍어서 잘 보이지 않는다.
몽골에서는 할미꽃도 여러가지 색이 있었다. 줄기에 털이 있고 다 진 모습을 보면 수염처럼 보이는 것이 있는 것으로 보아 분명히 할미꽃인데 파란색, 흰색 그리고 여러가지 색의 할미꽃이 보였다. 점심을 먹고 바로 앞의 정상으로 가는 중에 본 풍경은 아주 꽃들의 낙원이었다.
나는 꽃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그렇게 호들갑스럽지 않았는데 이곳에서 꽃들을 볼 때마다 참으로 놀랍고 기특하게 느껴졌다.
드디어 정상에 도착했다. 11시 정도에 산행을 시작해서 정상에 도착한 것이 2시가 조금 넘었으니 3시간을 쉬엄쉬엄 꽃들을 구경하면서 왔기 때문에 힘들지 않았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니 기분이 좋아진다.
날이 흐려서 저 멀리 풍경이 사진으로는 잘 나오지 않았지만 탁 트인 풍경이 아주 멋졌다.
이 사람들은 몽골사람인데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내서 올려놓고 공손히 불공을 드리고 있었다.
이제 하산이다.
우리는 투리 크라크라는 캠핑장 쪽으로 하산한다.
하산길도 좋았다. 키 큰 침엽수림을 지나는 숲길이 얼마나 멋지고 시원하던지 서로 즐거운 대화를 나누면서 내려왔다.
노란색 할미꽃이 보인다.
이런 길이라면 하루 종일 걸어도 행복할 것 같았다.
일행들은 서로의 사진을 찍어주며 좋아한다.
각시붓꽃도 여러가지 색이 있었다.
거의 다 내려왔는데 위에서는 볼 수 없었던 눈이 보인다. 며칠 전에 이곳에 눈이 많이 왔단다. 그런데 어째서 위에는 다 녹았는데 아래에는 저렇게 녹지 않고 만년설처럼 있는지 신기했다.
우리나라의 별꽃과 비슷한 꽃인데 그 색깔이 얼마나 예뻤는지 모른다. 한 송이 안에 여러가지 색의 꽃잎들이 있어서 신기했다.
어차피 오늘의 일정은 체체궁산 등산이 끝나면 테를지 국립공원에 있는 게르 숙소로 가는 것 밖에 없으니 일행들은 모두 여유있게 정자나 쉼터가 보이면 잠시 쉬면서 담소를 나눈다.
몽골에서는 이렇게 각시붓꽃이 축구공 만하게 모여서 피어있었다. 이런 꼿의 군락이 차를 타고 가다가도 너무나 자주 보였다.
마지막 초원을 걸을 때에는 발바닥이 조금 아팠다. 체체궁산을 걸은 순토시계의 기록을 보니 15.12Km였는데 적지 않은 거리를 걸었는데도 그다지 힘든 줄 몰랐다. 아마도 시원하고 멋진 숲길, 온갖 야생화가 줄지어 있는 초원, 멋진 바위와 저멀리 시원한 조망을 즐기다보니 힘든 줄도 몰랐을 것이다.
초원을 지나다가 소의 시체를 보았다. 살은 새들이 다 파먹었는지 가죽과 머리만 남았다. 다 파먹힌 눈을 보면서 왠지 엄숙한 느낌을 받았다. 말로 표현하기는 힘들지만 삶과 죽음에 대한 어떤 묵직한 생각들을 한참 동안 했던 것 같다.
드디어 목적지인 캠핑장에 도착했으나 캠핑장은 지금 운영하지 않았다. 아직 시즌이 되지 않아서인지 아니면 다른 더 좋은 시설을 갖춘 곳으로 손님을 다 빼았겼는지 모르겠다.
우리 일행은 다 내려왔지만 JS투어의 일행 중에 82세인 노인분이 다리에 쥐가 나서 걷지를 못한다는 연락을 받았기 때문에 오카에게 우리는 기다리고 있을테니 버스를 보내서 태우고 오라고 했다.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캠핑장 주인과 잠간 대화를 해보았는데 어차피 언어가 통하지 않아서 많은 대화를 할 수는 없었다. 그 사람은 담배를 좋아하는지 담배를 원하는 것 같아서 한 갑을 주었더니 한 주먹을 꺼내 가지고 나머지 담배를 돌려주었다. 돌아오면서 생각하니 그냥 한 갑을 통채로 줄 걸 하는 후회가 들었다.
버스를 타고 제법 규모가 큰 테를지국립공원을 가로질러서 로지라는 이름의 게르촌으로 왔다.
이곳은 테를지국립공원 내에 자리잡고 있었는데 야마트산 등 주변의 멋진 바위 산군들 아래에 자리잡고 있었다.
게르는 4인실이었는데 우리는 1박에 5만원씩을 더 주고 우리 둘이 사용했다. 우리 일행들 모두 그렇게 2인이 사용했다. 게르는 어떻게 했는지는 모르지만 우리나라 온돌처럼 바닥이 따뜻했기 때문에 춥지는 않았다. 침대도 침구도 깨끗하고 화장실과 샤워장 그리고 식당은 중앙의 건물에서 공동으로 사용한다.
게르 앞에는 데크가 있어서 이틀 동안 의자를 내놓고 앉아서 담배도 피우고 좋은 경치도 구경했다.
첫날 저녁은 몽골의 전통음식인 허르헉을 먹었는데 허르헉은 양이나 염소의 내장을 제거하고 뜨겁게 달궈진 돌을 넣어 조리한다는데 우리가 먹은 것은 양고기였다. 고기를 넣은 만두도 맛있었고 양고기도 맛있어서 정말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게르로 돌아오는 도중에 마트에 들러서 몽골맥주를 10병을 사와서 저녁에 거의 다 마셨다. 맥주 10병을 샀는데도 우리돈으로 1만5천원도 되지 않았다. 우리 일행들은 식사 때마다 같은 테이블에 앉았기 때문에 서로에 대해서 많이 알 수 있었다. 오늘 체체궁산의 등산도 좋았고 게르도 음식도 너무나 만족스러웠다.
'해외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몽골여행 - 3 (3) | 2024.02.29 |
---|---|
몽골여행 - 2 (1) | 2024.02.29 |
베트남 다낭 여행 마지막날 (0) | 2024.02.15 |
베트남 다낭여행 셋째날 (2) | 2024.02.15 |
베트남 다낭 여행 둘째날 (1) | 2024.02.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