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몽골여행 - 3

준형아빠 2024. 2. 29. 11:23

2022년  6월 3일 금요일

 

 

게르에서의 두번째 밤도 편하게 보냈다.  충전을 할 수 있는 콘센트가 하나밖에 없어서 번갈아 충전하는 불편을 빼고는 아쉬울 것이 없었다.

아침을 먹고 숙소 주변을 산책했다.

산책을 마치고 모두 모여서 가까운 엉거치산에 도착한 시간이 9시 10분 정도 되었다.  엉거치산도 테를지국립공원 내에 있는 산인데 이곳은 관광지로 개발을 하는지 입구 주변이 온통 공사를 하고 있었다.

말이나 소 혹은 야크들이 나가지 못하게 펜스를 쳐놓은 입구를 통과할 때만 해도 이틀을 보아온 몽골의 풍경과 다를 것이 뭐가 있을까 하는 마음이었다.

하지만 이곳 역시 또 다른 풍경으로 나를 놀라게 했다.  어제까지와 달리 이곳에는 자작나무 숲들이 많아서 색깔이 또 다르다. 

여러가지 모양의 커다란 바위들도 나를 감탄하게 했다.

마치 누군가가 인위적으로 설치해놓은 것 같은 바위들이 서로 어울리면서 멋진 풍경을 선사한다.

조금만 방향을 바꾸면 저 넓은 몽골의 초원과 초원을 둘러싼 산들의 멋진 풍경에 저절로 카메라를 들게 된다.

오늘은 저 아래에 혜초여행사 팀들이 보인다.  하지만 가이드가 우리 오카만큼 이 산을 잘 알지 못하는지 제대로 된 경치구경을 하지 못하고 이리 저리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다.  JS투어 팀들은 오늘 시내로 가서 문화관광체험을 한다고 한다.  아침에 숙소에서 만난 그  팀의 사람들이 우리를 따라오고 싶어하는 눈치였다.  몽골까지 와서 이 멋진 풍광을 즐기지 못하고 뻔한 문화체험을 한다니 조금 안쓰런 마음이 들었다.

저 아래에도 관광시설을 짓는 모양인데 몽골의 이 아름다운 풍광을 해치지 않고 잘 어울리는 시설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오늘도 멀머리뼈를 본다.  나도 이제는 죽음에 대해서 조금씩 생각을 하게 된다.  그다지 잘 살았는지는 모르겠지만 별로 후회를 남기지는  않을 것 같다.

이제 초원을 지나 숲으로 간다.

숲을 지나면 또 다른 언덕이 나오고 그 언덕 위에 올라서면 저 먼 풍경이 시원하다.

언덕을 몇 개를 넘는지 모른다.  그래도 힘들기 보다는 놀라움과 감탄의 마음이 든다.

저 먼 초원에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역사가 잠들어 있을까 싶다.  여건이 허락한다면 사륜구동 차를 타고 저 초원과 구릉들을 넘나들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문들 이 초원에서 바람을 피할 수 있는 언덕 아래에 게르 하나 지어놓고 한동안 살아보았으면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저 바위들을 보면서 우리나라의 식당에서 자주 보던 못난이형제들 인형이 닮았다고 생각했다.

모두들 제법 오르내리는 코스가 길게 이어지는데도 불평도 없이 즐거운 마음으로 이 시원한 풍경을 즐기고 있는 눈치였다.

저 멀리 지평선까지 시선을 고정하다보면 영겁의 시간에서 티끌처럼 살아온 내가 다시 그 영겁의 시간 속으로 한 줌의 흙이 되어 돌아가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몽골의 풍경 속에 있다보면 왜인지  엄숙해지고 또 편안해지는 것을 느꼈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바람을 막아줄 바위가 있는 곳에는 나무가 자란다.  바람을 막아줄 산과 구릉이 있는 곳에는 나무가 살고 있다.  그렇지 않은 곳은 그 바람을 피할 수 있는 작고 낮은 풀들과 꽃들이 자라고 있다.  낮게 살 것인가 우뚝 선 나무로 살 것인가를 생각하다가 그만두었다.  바람을 막아주는 바위로 살 것인가 그 바위에 의지해 살아가는 나무로 살 것인가.  이런 생각도 하다가 그만두었다.  그런 생각 자체가 부질없는 짓이지 싶었다.

일행들이 물개를 닮았네 제비를 닮았네 하면서 바위를 구경하는데 그런 명명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다.  그냥 바라보면서 내가 이곳에 서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할 뿐이다.

마음을 주면 내 집 앞 단풍나무도 얼마나 멋지고 사랑스러운지 모른다.  생각해보면 우리집 옆의 검고 오래된 바위도 영겁의 세월을 견디며 그곳에 서있었겠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저 드넓은 초원을 보면서 내가 한 마리 새가 되어 천천히 우아하게 비행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 때를 생각하면서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는 갑자기 울컥하는 마음이 든다.

바위에 착 달라붙어서 살아내고 꽃을 피우는 나무가 참으로 대견하다

저 바위들을 바라보고 있다보면 내가 바위를 보는 것이 아니라 바위가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우리 가이드 오카는 저 풍경을 무슨 마음으로 보고 있을까.  그도 나와 같은 마을일까.

오래된 화강암은 늙은이의 거친 주름처럼 갈라져있고 또 떨어져 나간다.

한참을 가다보니 늑대모양의 조각품이 언덕 위에서 울부짖고 있었다.  저 아래 멀리에는 사슴모양의 조각품이 있단다.  우리의 단군신화처럼 몽골에도 늑대와 사슴의 신화가 있다고 한다.  그 신화가 몽골인 오카에게는 크게 감흥이 없는지 이제 하산하자고 한다.  길도 모르고 일정도 정하지 못나는 여행객은 그저 따라갈밖에.

 

 

 

 

 

 

 

엉거치산을 내려와서 우리는 울란바타르로 가기 전에 칭키스칸 동상을 구경한다.  이곳에는 관광객 보다는 몽골 어린이들이 더 많았다.  소풍을 왔는지 동상 앞의 광장에서 수십명의 아이들이 즐거운 게임을 하고 있었다.

 

 

 

 

칭기스칸 동상을 나와서 우리는 울란바타르의 한국가든이라는 한국식당에 들러서 점심을 먹었다.  점심 역시 맛있게 먹었다  

점심을 먹고 우리는 울란바타르 시내에서 발맛사지를 했다.  발맛사지나 전신이나 가격이 같다고 모두들 전신 맛사지를 받았다.  힘 센 몽골 아가씨가 정성껏 맛사지를 해주니 며칠의 여독이 풀리는 느낌이었다.  맛사지가 끝나고 시내 백화점으로 가서 구경을 했는데 특별히 관심 가는 것도 없어서 아무것도 사지 않고 처음에 묵었던 홀레데이인  호텔로 가서 짐을 내려놓고 가까운 샤브샤브 식당에 가서 저녁을 맛있게 먹었다.  여러가지 채소로 육수를 내고 양고기,말고기,소고기 등을 데쳐먹었는데 특히 말고기가 맛있었다.  식사후에 호텔로 돌아와 편하게 오랫동안 잠을 푹 자고 아침 일찍 간단한 샌드위치와 과일 등을 먹고 징기스칸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귀국했다.

 

 

이번 몽골여행은 여러가지로 아주 만족스러운 여행이었다.  이국적인 몽골의 풍경이 너무 인상적이어서 4박5일의 일정이 전혀 지루할 틈도 없었고, 산행이나 트레킹이 모두 어렵지 않고 적당히 운동이 될 정도였다.  숙소도 호텔도 좋았고 게르도 좋았다.  무엇보다도 매 끼마다 음식이 너무 맛있었다.  몽골 사람들은 모두 순박해보였고 웃는 모습이 환하고 꾸밈이 없어서 보고만 있어도 미소가 절로 나왔다.  내가 항상 그렇듯이 외국에 나오면 며칠이 되지 않아도 집이 그립고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지는데 이번 몽골여행은 그런 마음이 들기 시작할 때 귀국할 수 있었다.  항상 여행할 때마다 게으르고 무심한 나를 대신해서 모든 것을 준비해주는 내 아내가 고맙다.  외국을 많이 여행하지는 않았지만 몽골은 내가 집으로 돌아와서도 언제고 다시 한법 가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던 곳이다.  정말 잘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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