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4월 17일 일요일
지난주에 한토에서 계룡산 등산을 하고 일요일에는 금강산악회를 따라 해파랑길 5코스를 다녀왔다. 그런데 어찌 하다보니 이틀 동안의 사진이 다 날라가서 기록을 남기지 못했다. 이번주 토요일은 우리집 썬룸의 방충망 공사 때문에 집에 있어야 했고 일요일인 오늘 보곡리 산벚꽃마을에서 시작해서 천태산으로 이어지는 길을 걷기 위해 출발해본다. 코고문님이 미리 준비한 코스대로 내 차를 하양꽃빛마을에 두고 고문님 차를 이용해서 보곡리 봄처녀정자까지 가서 출발한다.
봄처녀정자에 고문님 차를 두고 산행을 시작한다. 기온은 낮았지만 산행하기에는 적당했고 날씨는 화창해서 아주 좋았다.
시작하자마자 계곡을 따라서 대성산과 천태산 사이에 있는 능선까지 올라가야 한다.
이곳은 사람들이 거의 다니지 않아서 낙엽이 잔뜩 쌓여있고 나뭇가지들을 헤치고 진행해야 해서 고생을 조금 했다.
그렇지만 계곡을 흐르는 물이 얼마나 맑고 깨끗한지 시간이 넉넉하다면 계곡에서 한참 놓아보고 싶을 정도였다.
인적이 드문 계곡 비탈길을 헤치고 올라가다보니 왼쪽 종아리 부분만 힘이 들어가서 그런지 조금 땡기지만 걱정했던 허리는 아직 멀쩡하다. 요즘 디스크때문에 허리가 편치 않아서 산행을 시작하기 전에 집사람이 준 진통제를 미리 먹고 시작했다.
드디어 천성장마(천태산,대성산,장용산,마성산) 능선에 도착했다. 사실 이 능선까지만 오르면 편안한 능선길을 기대했었는데 결과적으로 오산이었다.
진달래가 자주 우리를 반겨주는 좋은 능선길이지만 급격히 오르고 또 그만큼 급한 경사길을 내려가야 하는 쉽지 않은 길이었다.
이렇게 진달래가 활짝 펴서 도열해있는 길을 걸으면서 우리는 엊제 또 이렇게 좋은 꽃길을 걷겠냐며 흡족한 마음으로 진달래를 즐겼다.
고생하면서 신음산에 도착했는데 이곳에서 천태산까지는 더 힘든 구간이 남아있었다.
그래도 조망이 좋았고 저 멀리 신록이 참 예뻐보였다.
우리는 천태산이 보이는 소나무 그늘에 앉아 점심을 먹었다. 집사람이 준비한 상추쌈과 고문님이 가져오신 김밥으로 맛있는 점심을 먹고 다시 출발한다.
이곳에서 천태산 방향으로 직진했어야 했는데 바로 직전 바위에서 내려다보니 천태산 올라가는 계단이 보이기에 절터로 가는길이 천태산을 우회하는 길로 생각하고 급경사길을 내려갔다.
작은 우회로로 생각했던 것이 오산이었다. 한참을 내려와서 다시 한참을 급경사로 계단을 올라가야 했다. 계단을 오르는데 나도 힘들었지만 고문님이나 다른 사람들은 무척 힘들어했다. 우리 똘이도 계단을 오르는 모습을 보니 그야말로 사투를 벌이면서 올라가고 있었다.
천태산 정상이 코 앞에 보이는데 그 코 앞이 자꾸 멀어지는 느낌이었다. 500미터 남았다는 지점에서 잠시 쉬고 왔지만 그 500미터를 오르는데도 무척 힘이 들었다. 올라가 보면 일행들이 보이지 않아서 한참을 기다려야 했고 또 올라가면 일행들은 저 아래에서 힘겹게 올라온다.
드디어 천태산 정상에 도착했다. 정상까지 힘들게 올라왔으니 이제는 행복한 하산길이겠지 생각했지만 또 오산이었다. 하양꽃빛마을로 내려가는 하산길은 등로도 찾기 힘들어서 거의 개척하다시피 내려와야 했다.
정상에서도 하산길의 방향을 찾지 못해서 고문님과 모니카님이 선발대로 내려가보다가 아니다 싶어서 다시 올라와서 다른 하산길로 하산을 한다.
길의 흔적도 없는 거친 비탈길을 내려갔다가 아니다 싶으면 다시 기어올라와서 다른 방향으로 진행하느라 무척 힘이 들었다. 그래도 쉬는 동안 고사리도 꺽고 예쁜 각시붓꽃도 보았다.
거친 비탈길과 커다란 돌이 깔린 계곡길을 치고 내려오니 꽃이 가득한 전원마을이 나타났다.
마을 끝에서 모두들 지쳐서 앉아있었고 나와 똘이는 더 내려가서 내 차를 회수해서 일행들을 태우고 고문님 차가 있는 보곡리 봄처녀정자까지 갔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교동저수지 옆에 있는 대박집에 들러 도리뱅뱅이와 어죽을 시켜서 소맥을 마시면서 기분좋게 뒤풀이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