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0월 3일 일요일
장흥의 천관산은 가을 억새로 유명한 곳이다. 작년 이맘때쯤에도 천관산자연휴양림에 머물면서 천관산을 등산한 적이 있었는데 집사람이 개천절 대체휴일까지 3일 연휴니까 천관산을 가자고 한다. 사실은 고흥의 내 땅에 지난주에 묘목을 심었는데 농업경영체 등록을 하기 위해서 현지 이장에게 확인서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어차피 고흥을 가야했던 참이었다. 연휴의 첫날인 토요일에는 한토에서 완주의 천등산을 진행해서 참석해서 등산했다. 거리가 그리 길지는 않았지만 날씨도 더웠고 경사도 제법되는 암릉산행이어서 적지 않게 땀을 흘렸다. 일요일 새벽 6시쯤 집에서 출발해서 고흥에 도착한 시간이 거의 10시 정도였다. 묘목을 심었던 우리 땅을 둘러보고 이장댁을 물어서 찾아가 확인서를 받았다. 이장과 대화를 해보니 내 땅을 포함한 이쪽 용암마을 상당 부분이 고흥군에서 집라인과 모노레일을 설치하는 공사의 계획이 있는데 내 땅쪽에 길을 넓혀서 주차장 부지로 지목되었다고 한다. 아마도 집라인 공사를 다시 하는 바람에 조금 늦어지는 모양인데 짚라인 공사가 끝나면 모노레일 공사와 함께 군청에서 토지보상에 대한 접촉이 있을 예정이란다. 나는 농업경영체 등록 때문에 고흥에 묘목을 심은 것인데 이장은 내가 토지 보상을 예상하고 미리 묘목을 심은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어찌되었든 고흥 땅을 팔라고 부동산에서 지난번에 연락이 자꾸 왔었는데 아마도 그 가격보다는 더 받게 되지 않을까 기대가 된다. 고흥을 떠나 천관산으로 가다가 대구지리로 점심을 먹고 천관산 등산로 입구인 탑산사 주차장에 도착한 시간이 거의 1시가 넘은 때였다.
우리는 천관산 문학공원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조금 더 올라가니 더 윗부분에 주차장이 또 있었다. 날씨가 더워서 조금이라도 위쪽에 주차하고 싶은 생각이지만 그냥 올라가기로 한다.
우리는 주차장 오른쪽으로 천광산을 올라가서 탑산사 방향으로 하산하기로 한다.
경사가 제법 되는 등산로를 오르려니 더운 날씨에 땀이 비오듯 쏟아진다.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팔까지 땀이 줄줄 흐른다. 날씨는 더웠고 올라가느라 고생하기도 했지만 오르는 내내 멋진 바위들이 자주 나타나서 지루하지 않았다.
저 멀리 연대봉과 환희대라 보인다. 우리는 이 길로 올라가서 능선을 따라서 연대봉, 환희대를 거쳐서 구룡봉 방향으로 하산할 계획이다.
천관산은 멋진 바위가 많은 산이다. 전에 휴양림 방향으로 오를 때에도 바위가 멋진 산이라는 느낌을 받았었는데 탑산사 쪽으로도 여러가지 모양의 바위 풍경이 멋졌다.
능선에 오르자 저 멀리 바다쪽 풍경과 아래쪽 들판이 보이는데 오늘은 하늘이 뿌옇게 보여서 시야가 그리 좋지 않았다.
그래도 오르는 내내 길가에 구절초가 피어있고 가끔씩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주어서 다행이었다.
책바위라는 곳인데 시야가 좋았다면 저 바위 위에 올라서서 먼 경치를 구경했을 것 같은데 아쉽다.
연대봉에 가까워질수록 억새가 확연히 눈에 많이 띈다.
아직은 때가 이른지 작년처럼 은빛으로 반짝이는 억새의 모습이 아니었다. 이제 막 억새가 피기 시작하는 것 같았다.
옆사람에게 부탁해서 우리 똘이까지 인증샷을 찍었다.
환희대에 가까워지니 억새도 더 많이 보이고 또 더 활짝 피어있었다.
우리는 용담꽃이 지천에 깔린 소나무 아래에 잠시 쉬면서 커피도 마시고 억새의 물결을 감상했다.
진죽봉에는 솟은 바위들의 풍경이 멋졌다.
구룡봉을 지나고 아주 급경사의 계단길과 너덜길로 이어진 하산길을 내려오니 주차장에 도착했다. 이번 천관산 산행은 시기가 절정에 조금 못미친 때여서 전처럼 억새의 장관을 보지는 못했지만 바위 풍경으로 대신 위안을 받은 셈이다. 차를 회수해서 전에 들렀던 마량항으로 가서 감성돔 3마리와 매운탕 거리를 준비해서 숙소인 천관산자연휴양림으로 가서 샤워를 하고 회와 매운탕으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다음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구례에 들러 동아식당에서 가오리찜과 족탕으로 점심 식사를 하고 지리산온천에서 목욕을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