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7월 24일 토요일
요즘 날씨가 더워도 너무 덥다. 며칠 전부터 집사람이 오랜만에 덕유산에 가보면 어떠냐고 묻는다. 곤도라를 타고 설천봉에서 시작해서 안성으로 내려오는 코스를 걸어보면 좋을 것 같단다. 그 말을 들어보니 나도 덕유산의 그 부드럽고 포근한 능선이 그리워졌다. 이렇게 더운 날이면 덕유산 능선을 걷는 것도 피서의 한 방법이 되겠다 싶었다. 토요일 아침을 먹고 꼬마김밥을 사고 판암IC로 가서 출발한다.
덕유산 곤고라를 타본지도 오래되었다. 덕유산은 가깝기고 하고 특히 겨울의 설경이 기막히게 멋져서 한 해에도 몇 번씩 찾곤 했었는데 작년에는 집을 짓는다고 이래저래 신경 쓸일도 많고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와보지 못했다.
눈이 없는 설천봉의 모습이 새롭다. 설천봉에 도착하니 기온이 거의 20도 내외라 시원했고 초록의 풍경이 싱그러워서 좋았다.
너무나 익숙한 계단길도 반갑다.
덕유산을 향하면서 마음 속에는 원추리, 동자꽃, 모시대 정도를 생각했는데 나리꽃도 한창이었다. 중나리의 모습이다.
지리산 종주할 때 자주 보았던 동자꽃이다. 폭설로 스님을 기다리던 동자가 얼어죽자 이듬해 동자를 묻은 자리에 붉게 피어났다는 전설을 들었다.
부러진 뼈를 이어주어 골절 치료에 좋다는 속단꽃이다. 오늘 처음 알게 된 꽃인데 덕유산 산행을 하면서 자주 보았다.
눈덮힌 모습으로 자주 보았던 구상나무도 반갑고 .....
사진을 찍는다고 사람들이 줄 서있던 전망대의 나무도 반갑다.
보라색 꼬리를 치커든 산꼬리풀도 자주 보인다.
어수리꽃
곰취꽃도 오늘 처음 알게 되었다.
향적봉 정상은 코로나로 밀집 촬영을 금지한다고 팻말을 세워놓았다.
향적봉에서 바라본 덕유산 능선이 반갑다. 추운 겨울이면 이곳에서 바라보는 산그리메의 풍광이 정말 멋진 곳인데 오늘은 그다지 좋아보이지 않는다.
향적봉 대피소에서 컵라면을 하나 사서 준비해온 꼬마김밥으로 점심을 먹는다. 그늘도 없는 야외탁자에 앉아서 식사를 하는데도 전혀 덥지 않고 오히려 시원하다. 오늘도 더운 날시인데 확실히 고도가 높은 곳이어서 기온이 채 20도가 되지 않는다.
여기서부터 그리웠던 원추리가 자주 보인다. 원추리꽃, 동자꽃 등 반가운 야생화들이 도열해 있는 시원한 산길을 걷는 것이 즐겁고 시원한 바람이 지나가는 이 길을 걷는 것은 그야말로 힐링의 시간이었다.
우리가 자주 찌게를 끓여 반주를 하던 이곳이 이제는 고산식물의 증식과 고도적응을 위한 묘포장이 되었다.
가끔 만나는 모싯대는 참 우아하고 고고한 느낌이 든다.
나무그늘 터널 사이로 오랜만에 보는 중봉의 모습이 반가웠다.
아직 채 꽃을 피우지 못한 일월비비추의 모습이다.
산오이풀도 길가에 종종 보인다.
2011년 5월이니까 딱 10년전에 집사람과 박배낭을 매고 이 길을 걸어서 무룡산에서 하룻밤을 자고 황점으로 하산했었다. 그 때 덕유평전을 보고 가끔씩 이 모습이 그리웠다. 다른 어떤 산의 능선길과도 다른 푸근한 모습의 덕유산을 그때부터 좋아했고 그 이후로도 종종 찾곤했었다. 사계절 어느때 찾든지 늘 내게는 반가운 고향같은 느낌이다.
바위채송화도 보인다.
계속 진행할 수록 일월비비추가 점점 더 피어가는 모습이다.
바람 부는 언덕 위에 홀로 줄기를 세우고 있는 원추리가 대견하다.
송계삼거리까지 평소 같으면 1시간 정도 걸리는 길을 우리는 거의 2시간 정도 걸렸던 것 같다. 꽃들이 얼마나 많고 다양한지 그 꽃들을 바라보고 찾아보고 하느라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다. 하지만 어차피 바쁜 일도 없고 이 시원한 길을 걷는 것 자체가 즐거움이고 휴가인데 서두를 이유가 없었다.
이 덕유산 장엄한 능선 한 가운데 내가 서있다는 사실이 나를 행복하게 해준다.
흰여로의 모습이 얼마나 기품있게 느껴지던지 한참을 바라보았다.
우리는 예전의 기억들을 소환하면서 익숙한 그곳에서 잠시 쉬면서 예전에 힘들었지만 뿌듯했던 그 날을 회상하기도 했다.
이 풍경은 마치 지리산 노고단 언덕에서 내려보는 장면과 흡사하다는 생각을 했다. 계곡을 가운데 두고 양쪽에 늘어선 능선들이 멋지다.
물레나물꽃이 예쁘다. 꽃의 모양이 마치 옛날 물레를 돌리는 모습을 닮았다해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물레나물꽃도 오늘 처음 보았다.
동엽령에 가까워질수록 일월비비추가 점점 더 꽃잎을 벌리고 있다.
동엽령에는 긴급재난 안전쉼터가 있어서 간단한 구급약과 휴대폰 충전기 등이 설치되어 있다.
동엽령에서 한참을 쉬면서 물도 마시고 계곡의 아름다움도 느끼면서 쉬었다가 안성방향으로 하산한다.
계단을 보수하고 있었다. 한참 내려오다 보니 공사하는 아저씨들도 더위에 지쳤는지 계곡에서 쉬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산죽과 너덜길을 지나 한참을 내려와보니 길가에 물소리가 들린다.
칠연폭포 삼거리인데 따로 들리지 않고 그냥 하산한다.
드디어 안성지구 탐방지원센터에 도착했다. 택시를 불러 곤도라주차장까지 가는데 3만5천원이란다. 전에는 3만원이었는데 그동안 값이 올랐나보다. 내 차를 회수해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추부에 들러서 충남식당에서 보신탕 3인분을 포장해서 집으로 돌아와 어머니와 함께 복달임으로 오랜만에 보신탕을 먹었다. 오랜만에 드셔서 좋으셨는지 어머니가 잘 드신다. 덕유산은 언제 가도 좋은 곳이지만 이번에 느낀 것은 삼복더위에도 덕유산을 찾으면 시원하고 여러가지 야생화도 많아서 여름 휴가산행으로 다시 가봐도 좋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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