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22일 목요일
옥천 금강휴게소 가까운 곳에 어깨산(봉)이 있다. 몇 년전에 어깨산의 하늘전망대에서 텐트를 치고 주변의 풍경과 함께 금강을 둘러싼 운해가 깔린 사진을 보고는 꼭 한번 가보고 싶어서 마음 속에 저장해놓았던 터였다. 새벽 산책을 하면서 똘이가 요 며칠 산행을 하지 못해서 안달을 내는 것 같아서 오늘은 옥천의 마성산을 갈까 하다가 결국 어깨산으로 향했다. T-map에는 어깨산주차장으로 찍어야 하고 네이버 지도에는 옥천 옻문화단지를 찍고 가면 입구 주차장에 갈 수 있다.
주차장에는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는 화장실도 있고 여러 대의 차량이 주차할만큼 넓었다.
주차장 바로 옆의 임도로 올라서면 어깨산으로 향하는 이정표가 있다.
입구표지판에는 느라골전망대라고 되어 있는데 전망대의 위치가 조금 뜬금없다는 생각을 했다.
정상까지는 약 50분 정도 계속 오르막을 올라가야 하는데 등산로는 넓게 아주 잘 관리되어 있는 편이었다.
며칠 사이에 벌서 가을이 깊어진 느김이다.
아침부터 안개가 끼어서 내심 어깨산 정상에 오라서면 금강주변의 운해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했는데 결과적으로는 판단 미스였던 것 같다. 그렇지만 산을 오르는 내내 안개때문에 조용하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느끼면서 새로 산 카티아 부니아티쉬빌리의 라비린트라는 앨범을 들었다. 정말 음과 음 사이의 연주가 멋진 곡들이었다.
짧지만 적당히 운동이 되는 알찬 산책이었다.
조금 가다보니 멧돼지들이 목욕을 한 흔적이 보이고 나무 기둥에는 몸을 비빈 자국이 보였다.
128계단은 조금 허술하게 만들었는지 노후되어 그런지 발을 디딜 때마다 불안할 정도였다.
어느정도 고도를 올리니 어깨산탑길이라는 팻말이 있고 여기부터는 군데군데 돌로 작은 탑을 쌓아놓았는데 며칠전 모정의탑을 보고 와서 그런지 탑이라고 인정하기도 어려운 수준이었다.
중간에 금강전망대가 있어서 여기서 자켓도 벗고 커피도 마시면서 잠시 쉬었다. 등산 시작할 때 자켓을 벗어야 하는데 아무 생각없이 여기까지 왔더니 벌써 땀에 흠뻑 젖었다. 나는 온도 변화에 둔감한 것인지 늘 땀을 흘리고 나서야 겉옷을 벗는다. 집사람과 같이 산행할 때에는 벗어라 입어라 중간 중간에 조언을 해주다보니 그것에 익숙해져서 그런가 싶다.
우리 똘이는 내가 쉬거나 담배를 피우고 있으면 저렇게 나를 등지고 보초를 서곤 한다.
어깨갈림길을 지나면서는 길이 좁아져서 사람 한 명 정도 지나갈 정도의 오르막이 계속된다.
여기는 산불이 난지 얼마되지 않았는지 산불의 흔적이 남아있었다.
어깨정에 도착했다. 여기까지 오면 오르막이 끝이다. 어깨정은 바람에 밀린 것인지 옆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얼핏 보아도 허술하게 지어진 것을 알 수 있다. 어깨산 정상 부근의 이정표 팻말도 다 뽑혀서 제 구실을 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 관리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 것 같았다.
여기가 어깨산 정상인데 정상을 표시하는 아무런 팻말도 없었다. 바로 여기서 좌측으로 50미터 지점에 하늘전망대가 있다.
처음에 어깨산 정상에 표시가 없어서 하늘전망대를 찾지 못하고 여기까지 왔다가 다시 돌아가서 찾았다.
하늘전망대에 도착했지만 안개가 자욱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날씨가 맑았을 때의 이곳 사진을 자주 보아왔던 나로서는 실망이 컸다.
다음에 집사람과 날씨가 좋을 때 이곳에서 하룻밤을 보내도 좋을 것 같았다.
다시 어깨산 정상 부근에 도착하니 아까는 하나도 보이지 않던 경치가 윗부분부터 조금씩 열리기 시작한다.. 하지만 언제까지 저 운무가 가라앉기를 기다릴 수도 없어서 하산하기로 한다.
어깨산을 내려오면서 집사람에게 전화해서 점심을 먹으러 구읍에 있는 문정식당으로 오라했다.
80세도 넘으신 노인분이 조리를 하는 짬뽕과 볶음밥을 먹었는데 하루에 점심 3시간만 장사를 하면서도 유지가 될만한 맛이었다. 특히 볶음밥은 은은한 불향과 어우러진 좋은 쌀로 지은 맛있는 밥이 인상적이었다. 안개와 구름때문에 보지 못한 어깨산 정상 주변의 풍경을 다시 보기 위해서 가까운 시일 내에 다시 찾게 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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