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올레

드디어 완주했다 제주 우도올레(올레 1-1코스)

준형아빠 2024. 2. 12. 11:59

2020년  3월  12일

 

오늘은 제주올레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날이다.  사실 우도는 여러번 다녀왔고 전에 간달프 내외와 집사람과 함께 우도올레를 완주했지만 올레 패스포트에 도장이 찍히지 않아서 그야말로 도장을 찍으러 가는 셈이다.  그 의미야 어떠하든 같에 오늘을 끝으로 2017년  6월 28일에 시작한 제주올레를 3년애 걸쳐서 몇 차례 제주를 찾아서 걸었던 올레길을 드디어 오늘  완주한다고 생각하니 감회가 새롭다.  아침 일찍 숙소에서 잠을 깼지만 같은 방을 사용하는 손님들이 일어나지 않아서 조용히 숙소를 빠져나와서 성산에 가서 목욕을 하고 아침식사까지 하고 왔는데도 아직도 사람들이 일어나지 않았다.  잠간 책을 읽으면서 시간을 보내다가 9시가 다 되어서 성산항으로 가서 우도행 배표를 샀다.  

성산항에서도 코로나19때문에 비상이다.  손소독제를 뿌리고 체온을 확인한 후에 입장시킨다.

한 십여분 정도 배를 타고 우동에 도착했다.

하우목항에 도착하자마다 올레 시작지점인데 스템프를 찍고 출발한다.

항에서 내리자마자 전기차나 오토바이, 자전거 등을 타라고 호객을 한다.  하지만 나는 걷기 위해 왔으니 그냥 걷는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내가 오늘 5시간 정도 걸은 길을 저런 탈 것들을 이용하면 1시간 내외면 우도 전체를 둘러볼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이미 우도를 많이 돌아보았다.  오늘은 걸으면서 우도를 느낄 생각이다.

서빈백사의 풍경인데  물이 참 맑고 물색이 다양하다.  얕은 롯은 모래때문에 연한 하늘빛이고 깊은 곳은 아주 검푸른 색이다.

모래밭에 누워서 사진을 찍는 저 분은 나보다 나이가 더 많은 분인 것 같았는데 부인 사진을 찍어주기 위해 저렇게 모래밭에 누워서 사진을 찍어준다.  나는 언제 저렇게 성의껏 집사람 사진을 찍어준 일이 있나 생각해보니 한 번도 그랬던 적이 없는 것 같다.  

부인이 예뻐서 그런가 하고 자세히 보니  우리 마누라보다 예쁘지도 않더구만.  ㅋㅋ

언제나 우도는 색으로 기억된다.  검푸른 바다와 노란 유채꽃, 푸른 보리밭과 형형색색의 지붕들.

하얀 동백꽃은 처음 보는 것 같았다.  

골파밭은 연한 녹색이고, 보리밭은 진한 초록색이다.  노란 벽도 예쁘다.

주금 더 진행하니 올레길에 톳을 말리고 있었다.  생업이 먼저지 싶어서 조심스럽게 한 옆으로 피해서 걸었다.

파란 하늘과 원색의 지붕들, 검고 푸른 밭과 노란 유채꽃이 참 예쁘고 평화스러워 보였다.

이곳을 지나는데 까마귀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놀랄 정도였다.

조금 더 걸어가비 천진항의 모습이 보인다.

여기에도 시작돠 종점을 알리는 스템프가 있었다.  우도는 거리는 짧지만 스템프는 가장 많았다.

소원을 비는 돌탑이라는데 나는 그다지 간절히 빌 소원이 없다.  그냥 이대로 살아갈 뿐.  지나고 생각하니 로또라도 한 번 당첨되기를 빌어볼 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ㅎㅎ

우도는 어디를 가도 그냥 그림이다.  

이 돌의자에 앉아 생수에 커피를 타서 마시면서 쉬었다.

길은 다시 우도봉을 향해 산 길로 이어진다.

무슨 식물인지 모르겠지만 둥그렇게 군락을 이루고 있는 모습이 신기했다.

여기서 전에 간달프 내외와 땅콩아이스크림을 먹었던 생각이 나서 잠간 들러서 아이스크림을 사보았다.

우도봉을 오르는 이 풍경이 너무나 낯익고 익숙하다.  

그냥 풀밭처럼 보이지만 왼쪽의 언덕은 온통 무덤이었다.  

항로표지 체험관도 코로나때문에 휴관이다.  

이곳에는 세계의 여러 등대와 국내의 등대 들의 모형을 전시해놓았다.  

우도봉을 향해 오르는 계단을 올라가면서 무릎이 좋지 않음을 느꼈다.  하지만 어차피 오늘이 마지막이니 참고 조심스럽게 올라갔다.

우도봉에서 내려가려는데 코로나때문에 시설물 개방을 하지 않는다며 올레길을 막아놓았다.  다른 길도 없어서 프랭카드 아래로 개구명을 넘듯이 진행한다.

우도봉에서 내려가면서 내려다 보는 풍경이 참 예뻤다.  

올레길은 비양도를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여러번 우도를 와보았는데도 비양도를 가보지 않았던 것 같아서 나는 비양도를 가보기로 한다.   이곳을 지날 때가 오후 1시 반이 넘었는데 배가 고팠다.  식당이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 조금 더 해안쪽으로 가보려는 생각도 있었다.

비양도 바로 앞에 식당이 있어서 짜장면을 시켰다.  무슨 짜장면이 만원이나 하냐며 투덜거리면서 시켰는데 나름대로 돼지고기도  옛날에 먹던 것처럼 덩어리채 들어있었고 맛도 먹을 만 했다.  

짜장면을 먹으면서 우도 출신 강영수씨의 책을 읽어보았는데 글을 쓰네 하며 특별한 생활력도 없는 자신을 대신해서 거친 해녀일을 하면서 지낸 세월을 읽어보면서 울컥하는 대목이 있었다.  

비양도는 우도에 딸려있는 작은 섬인데 지금은 다리 위로 아프팔트 포장까지 되어 있어서 쉽게 갈 수 있는 곳이다.  언젠가 비양도에서 텐트를 치고 하루를 보내는 청년의 모습을 TV에서 본 적이 있었다.  그  프로그램을 보면서 나도 언젠가 비양도에서 텐트를 치고 하루 정도 보내볼 생각을 했었다.

이곳은 바람이 많이 부는 곳이니 야영객들이 바람을 막기 위해 돌을 둘러쌓은 모습이 보였다.

아주 작은 섬이었지만 비양도를 들르기를 잘했다 생각했다.  

하고수동 해수욕장 입구에는 중간 스템프를 찍을 수 있는 곳이 있었다.  이 해수욕장은 파란 바다와 하얀 백사장이 잘 어우러져 참 멋진 풍경을 볼 수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우도를 찾는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곳 같았다.  

올레길은 해수욕장을 지나 섬 안쪽으로 이어진다.

나는 오래전부터 제주도를 좋아했고 자주 찾곤 했었다.  하지만 지금의 제주는 예전의 자연스럽고 고풍스러운 모습이 아니다.  너무 많이 개발되고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제주에 대한 내 애정이 식고 있는 중이었는데 우도에 오니 예전 제주에서 느꼈던 그런 모습들이 조금 남아있는 듯 해서 반가웠다.  

이 길을 지날 때에는 그야말로 꽃길을 걷는 느낌이었다.

보리밭을 지날 때에는 밀밭이나 보리밭을 좋아하는 집사람이 생각났다.   같이 왔으면 얼마나 탄성을 지르면서 좋아했을까.

드디어 처음 시작했던 하우목동항에 도착했다.   성산에 가서 차를 회수해서 오늘의 숙소인 올레스테이로 가서 짐을 풀고 올레센터에서 올레 패스포트를 제출하고 몇 가지 질문에 답을 한 후에 완주증을 받았다.  완주증과 메달을 받고 425Km의 제주올레를 다 돌았다는 완주인증포토존에서 사진을 찍었다.  완주증을 받으면서 읽어주는 완주증 선언을 들으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맺혔다.  나는 기념하는 한 마디를 쓰라고 하기에 이렇게 썼다.  " 결국 해냈다.  제주가 더 좋아졌다."

 

완주행사가 끝나고 올레스테이를 나와서 바로 옆에 있는 참치횟집으로 갔다.  자축하기 위해서 혼자 왔는데 5만원짜리 안주를 준비해달라고 부탁하고 소주도 두 병 마셨다.  정말 힘든 순간도 있었고 행복했던 순간들도 많았다.  곶자왈의 어둡고 깊은 숲길을 걸으면서 많은 생각도 했다.  마치고 나니 제주의 모든 풍광들이 파노라마 처럼 내 머리를 스쳐지나가는 것을 느꼈다.  참 행복했고 의미있는 시간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