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1월 19일
추자도에 가기로 한 날이다. 숙소에서 나와보니 오늘도 바람이 조금 약해지기는 했지만 안심할 정도는 아니었다. 미리 제주항에 연락해서 예약을 했지만 확실하게 답을 주지 못하고 일단 예약만 잡아두겠다고 한다. 불안한 마음으로 12시쯤 제주항에 도착했는데 여전히 출항여부가 결정되지 않았다고 한다. 점심으로 라면을 먹으면서 기다렸더니 1시 조금 넘어서 출항이 결정되었다. 한참을 왈가왈부하다가 출항이 확정되어서 배를 타고 하추자항에 도착한 시간이 3시가 거의 다 되어서였다. 출항 여부도 결정되지 않았으니 숙소 예약은 할 생각도 하지 않은 상태였다. 하주자항에 내려보니 여기저기 숙소에서 예약자들을 픽업하려고 차들이 대기중이었다. 나도 그사람들에게 예약은 하지 않았는데 숙박할 수 있냐고 물었더니 일단 차에 타라고 한다. 이틀 동안 추자행 배가 뜨지 않아서 추자에 내리는 손님이 다른 때보다 몇 배는 많다고 한다. 내가 따라간 숙소는 한옥휴양펜션이었는데 숙박비가 6만원이란다. 너무 비싸다고 말을 하니 숙박비 5만원이고 식사는 한 끼마다 1만원에 해주겠다고 한다. 숙소에 짐을 두고 올레길 표시를 확인하려고 하는데 올레표시가 보이지 않는다. 아무리 동네를 둘러보아도 올레표시가 없다. 추자도에는 올레표시를 설치하지 않았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올레표시를 찾으러 1시간 반 정도 돌아다니다가 숙소로 돌아오니 내가 내린 곳이 하추자항이고 내가 정한 숙소는 올레길과는 어느 정도 떨어져 있는 곳이라 한다. 저녁을 먹으면서 소주 한 병을 마시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그동안 제주의 숙소에서 잠을 자면서 위쪽 공기는 차고 바닥은 전기담요때문에 더워서 잠을 자면서 이불을 걷어차고 잠을 자서 그런지 며칠 전부터 감기 기운이 있다. 계속 콧물은 흐르고 쉽게 잠들지 못하고 자다 깨다를 반복하며 뒤척이다가 아침 6시에 짐을 정리하고 나와서 아침식사를 하고 7시부터 마을 순환버스를 기다렸다. 한참을 기다려 7시 40분에 버스를 타고 오늘의 출발지인 상추자항에 도착한 시간이 8시였다.
처음에 도착한 하추자항의 모습이다. 내가 바다낚시에 한창 빠져있던 90년대 초에 한 번 왔었던 곳이다. 하지만 거의 30년만에 와보니 모든 것이 낯설었다. 하기야 그동안 방파제도 새로 만들었고 동네도 많이 바뀌었으니 알아보는 것이 이상하다 할 것이다.
숙소 마당에 나와 바라본 모습이다.
내가 묵었던 숙소다. 겉보기에는 좋아보였지만 잠을 잘 때 윗풍이 심해서 조금 불편했다.
아침에 도착한 상추자의 여객선 대합실이고 이곳이 올레 출발지점이다. 출발도장과 종점도장을 같이 찍고 길을 시작한다.
캐리어를 계속 들고 다닐 수 없어서 이 식당에 마치고 식사하러 올 것을 예약하고 캐리어를 맡겨두었다.
추자초등학교로 들어가서 학교 뒤편의 최영사당으로 길이 이어진다.
최영사당을 지나 능선에 오르니 추자도 주변의 부속섬들과 바다의 풍경이 멋졌다.
오늘은 계속 가파른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었는데 나는 경치를 구경하느라 스틱을 꺼낼 생각도 하지 못하고 그냥 계속 걸었다.
그동안 올레표시를 찾아서 걸은 시간이 얼마였던가. 이제 끝날 때가 다가오니 다시금 올레표시가 새롭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봉골레산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내려와 올레길은 마을길을 따라 이어져서 조금 올라서 나바론 정상으로 이어지는데 나는 올레길을 무시하고 나바론 하늘길을 걷기로 한다. 그동안 추자올레를 다녀온 사람들의 블로그를 보니 나바론 하늘길을 걷지 못한 아쉬움을 많이 보였고 추자도 버스기사도 추자도에는 나바론하늘길이 최고지 나머지는 별로란다. 또 나바론 코스는 내가 오래전 낚시를 왔을 때에 낚시를 했던 장소였고 그 때의 멋진 풍경이 기억나는 것 같아서 조금 힘이 더 들더라도 평이한 올레길을 무시하고 나바론하늘길을 올라가기로 한다.
나름대로 지자체에서 여러가지 꽃길과 덩쿨식물들을 위한 시설을 해놓았는데 잘 유지되는 것 같지는 않았다.
나는 저 앞 산의 정자에 다녀오기로 했다.
정자에서 내려다보니 저 아래에 내가 오래전에 낚시를 했던 홈통 포인트가 보인다. 그날 낚시사장은 나를 이 포인트에 안내하고 자신은 민박집으로 돌아가 쉬다가 민박집 앞에 있는 방파제에서 낚시를 했다는데 나는 대상어를 잡지 못하고 돌돔 새끼와 고등어만 잔뜩 잡아서 모두 방생하고 민박으로 돌아가니 방파제에서 낚시를 한 사장이 큰 감성돔 두 마리와 돌돔을 잡아놓아서 회를 먹었던 기억이 난다.
이곳이 나바론이라 불리는 이유는 저 직벽 절벽이 옛 영화 '나바론탈출(?)'에 나오는 요새와 흡사한 모습이라서 낚시꾼들 사이에서 나바론 직벽포인트로 불리면서 마을 사람들도 나바론이라고 불렀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직도 나는 나바론직벽이니 섬생여, 사자바위 등의 옛 낚시 포인트를 기억하고 있다.
정자에서 내려와보니 그 사이에적지 않은 사람들이 와서 낚시를 할 준비를 하는 모습이 보였다.
저 앞에서 배낭을 맨 젊은 친구는 나하고 거의 같은 시간에 출발했는데 살이 쪄서 그런지 걸음이 많이 느린 것 같았다. 내가 정자까지 갔다 와서 담배 한 대를 다 피우고 나니 도착했다.
이제 나바론하늘길로 오른다. 이곳 역시 가파른 계단과 바위로 되어있는 코스라 오르는데 힘이 들었다. 중간에 몇 번씩 그냥 내려가서 올레코스로 돌아갈까 망설였지만 그냥 참고 계속 올라갔다. 오늘도 역시 무릎관절과 발목은 상태가 좋지 않았다.
말머리바위라는데 정말 자세히 들여다 보니 말머리같이 생겼다.
중간정도 올라와서 내려다본 모습이다. 이런 곳을 계속 오르내려야 한다.
나바론하늘길을 걸으면서 좌우로 보이는 풍경이 참 시원하고 멋지다. 그래서 버스기사도 추자도에서 나바론하늘길이 최고라고 했던 것 같다. 어느 정도 오르면 상추자의 모든 경치가 내려다 보이고 더 진행해서 등대전망대까지 가면 하추자의 모습도 다 조망이 된다. 결국 나바론하늘길을 걸으면 추자도의 모든 경치를 다 내려다 볼 수가 있는 셈이다. 올레길에 나바론하늘길을 포함시키지 않은 것이 이상했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나바론하늘길을 포함시키면 시간도 많이 걸리고 올레꾼들도 이렇게 거칠고 힘든 길을 걷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그나마 이제는 길을 많이 정비하고 계단도 많이 설치하고 있었다. 조금 있으면 좀더 많은 사람들이 편하게 이 길을 걸을 수 있을 것이다.
저 멀리 횡간도 방향의 바다 풍경이 멋지다.
나바론절벽의 바람이 얼마나 센지 나무들이 다 바위쪽으로 바짝 드러누워있었다.
잠시 걷기 좋은 숲길이 끝나니 다시 거친 바위길로 이어진다.
저 멀리 바다에 어선 한 척이 지나가고 있다. 만선의 기쁨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멀리 보는 경치도 좋고 내려다본 경치도 좋았다.
언덕위 저 의자에 앉아서 담배를 피우는데 불을 붙이기도 어려울만큼 바람이 심하게 불었다.
여기서 다시 올레길과 합쳐진다. 이제부터는 그나마 거친 바위는 덜 있는 느낌이었다.
등대전망대의 옥상까지 올라가 보았다. 사방의 멋진 풍경들을 다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여기에 있는 올레표시판을 보니 지금까지 3 Km를 왔다고 한다. 처음 시작해서 봉골레산을 지날 때가 2Km 정도 였으니 내가 거의 두 시간을 올라온 곳을 올레길은 1Km 정도의 평이한 지름길로 올 수 있었다는 말이다. 내 시계로는 5.23Km이고 소요시간은 2시간 26분이다. 봉골레산까지는 30분도 걸리지 않았으니 나는 3Km의 나바론하늘길을 2시간동안 올라온 것이다.
산길을 내려서니 저 앞에 추자대교의 모습이 보인다. 이 다리를 건너면 상추자는 끝나고 하추자로 넘어간다.
발전소를 지나 다리를 걸어서 건넌다.
다리를 건너니 바로 돈대산 입구다.
나바론하늘길을 생각하면 돈대산길은 거의 산책 수준이었다. 물론 오르막도 있고 힘든 구간도 있지만 그렇게 힘들게 느껴지지도 않았다.
돈대산을 내려와서 마을길을 지나서 묵리슈퍼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중간스템프를 찍을 수 있다.
길은 다시 바다로 향하고 저 섬이 섬생여인데 오래전에 내가 다금바리를 잡은 곳이다. 그 때는 그 고기가 다금바리인 것도 몰라서 저 섬 반대쪽 바위에 텐트를 치고 회를 떠서 먹었다. 같이 갔던 낚시가게 사장님이 다 먹은 고기의 머리와 가시를 들고 가서 어제 먹은 고기가 무어냐고 물었더니 선장이 다금바리도 모르면서 낚시가게를 하느냐며 먹지 말고 가지고 왔으면 팔아서 출조비를 다 충당해도 되었을 것이라며 놀렸던 기억이 난다.
신양까지 간 다음에 신양은 어제 다녀오기도 했고 무릎도 좋지 않아서 더 이상 진행하지 않고 버스를 타고 출발지로 돌아왔다.
아침에 캐리어를 맡긴 식당에 가서 우럭매운탕을 시켜서 소주도 한 잔 마시고 4시 30분 배를 타고 제주항으로 돌아왔다. 이로서 이번 올레여행은 끝나게 된다. 오늘 숙소에서 잠을 자고 내일 10시 30분 비행기로 청주공항으로 돌아간다. 제주올레를 걷는 것은 너무 좋았지만 나는 여행을 1주일 이상이 되면 자꾸 집이 그리워지고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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