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16일 토요일
이번주 한토는 북한산 비봉을 산행한다. 참가신청을 하고 있었는데 고문님이 토요일에 덕룡산에 답사를 가신다고 한다. 그 먼 거리를 운전하고 산행을 하려면 무척 힘이 들고 위험하기도 할 것 같아서 같이 가기로 했다. 토요일 아침 6시에 판암역 환승주차장에 내 차를 주차하고 고문님 차로 출발한다. 이서휴게소에서 아침을 먹고 등산 들머리인 소석문에 도착한 시간은 9시 45분 정도였다. 소석문에는 버스 2대와 승용차 여러대가 주차해있었다.
주차장에서 나와 돌다리를 건너면 바로 등산로 입구다.
오늘 우리는 소석문에서 작천소령까지 가는 코스다. 이곳은 남도의 공룡능선이라고 불리울 정도로 멋지지만 힘든 코스다. 거리도 멀지 않고 해발고도도 높지 않지만 결코 얕볼 수 없는 코스다.
오늘은 오랜만에 만년설님과 함께 산행한다.
입구에서부터 능선까지는 제법 경사가 있는 오르막이 계속된다. 아직 진달래가 피지 않았을 거라 생각했는데 입구에는 이른 진달래가 피어있는 모습이 보였다.
집사람이 한 주동안 힘들었을 것인데도 씩씩하게 잘 올라간다.
조금 올라서니 반대편으로 석문산이 보인다.
우리가 올라서야 하는 능선의 모습도 일부 보였다.
계속 가파른 바위길을 올라서야 하는데 바위에는 스테이플러 모양의 발 디딤을 만들어놓아서 손으로 붙잡고 발로 디디면서 사족보행 수준으로 올라가야 한다. 시작부터 힘들어 하시는 고문님을 기다리다 보니 어느새 집사람이 능선에 돌라서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능선에 도착하니 사방의 조망이 좋았다. 산악회 일행들이 우리보다 늦게 출발한 것 같은데 우리를 추월해서 지나간다.
아래에는 꽃을 피운 진달래가 보였는데 능선에 올라서니 진달래가 아직 피지 못한 모습이 보인다.
우리가 출발한 소석문 바로 전에는 저수지가 있었다.
능선에 올라서면 조금 편해질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이후에도 계속해서 거친 바위와 급경사가 이어져서 매달리면서 올라가고 매미처럼 바짝 붙어서 내려와야 했다.
바다 방향을 보니 전에 가본 가우도 다리가 보여서 줌을 이용해 당겨서 찍어보았다.
어쩌다 편안한 흙길이 나오기도 했지만 거의 대부분은 거친 바위를 타고 오르내려야 했다.
이런 스테인레스 스테이플러를 밟고 오르려니 자칫하면 미끄러지기 쉬웠다. 오늘 산행을 해보니 덕룡산은 비가 오는 날에는 정말 위험할 것 같았다. 바위들도 화강암이 많았지만 군데군데 차돌같은 바위도 있어서 미끄러지기 쉬웠다. 나도 오늘 두 번 정도 바위에서 미끄러져서 엉덩방아를 찧었다.
눈으로 볼 때는 멀지 않은 동봉인데 정말 힘들게 동봉에 도착했다. 나도 힘들게 느껴지는데 고문님은 얼마나 힘드셨을까 싶다. 75세의 연세에 몸무게도 거의 100Kg은 되실텐데 힘들다고 말도 못하고 산행을 이어가신다. 먼저 올라서서 뒤돌아 기다리다 보면 저 아래에서 올라오시는 모습이 보이는데 정말 울기 직전의 표정이 보인다.
다른 산객에게 부탁해서 나도 같이 찍어보았다.
동봉을 지나 서봉으로 가는 중간에 우리는 자리를 펴고 집사람이 준비해온 돼지고기 김치찌게를 끓여서 점심을 먹었다. 별빛청하 두 병과 팩소주 한병을 가지고 왔는데 고문님은 앞으로의 산행이 걱정되시는지 청하 한 잔을 드시고는 술을 마다하신다. 내가 나머지 술을 마시려는데 집사람이 내 걱정이 되는지 나와 함께 나눠 마신다. 점심을 먹고 다시 길을 이어간다. 저 앞에 바로 서봉이 보이는데 서봉까지 가는데도 힘이 많이 들었다.
드디어 서봉에 도착했다. 미리 산행지도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던 나는 서봉을 지나면 바로 하산길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아니었다. 서봉은 거의 오늘 산행의 중간지점 정도였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서봉을 지나면서 편한 길이 많아졌다는 점이다.
가야할 길을 바라보니 저 앞에 좌측으로 작천소령이 보이고 그 너머로 세 개의 뾰족한 봉이 이어진 두륜산도 보인다.
작천소령까지도 이런 바위산을 계속 넘어야 했다. 바위산들을 넘얼 때마다 힘들게 매달리고 조심조심 발을 내딛으면서 지나서 돌아보면 경치는 그야말로 죽음이었다.
아직 진달래가 피지 않을 때인데 이 멋진 경치에 진달래가 활짝 피면 얼마나 멋질까 생각하니 진달래가 만개할 때 다시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 힘들게 바위길을 지나왔는데도 집사람은 멋진 바위를 보면 기분이 좋은 것 같다.
고문님이 안보여서 찾아보니 힘드시는지 저렇게 앉아서 쉬고 계셨다.
첫번째 수양마을로 내려가는 갈림길을 지나서 이곳이 두번째 갈림길인데 우리는 한토산행때에 이곳으로 하산하는 C코스를 만들어야겠다고 결정했다.
나무에 새 잎이 피려고 하는 모습이 예뻤는데 촛점이 맞지 않았다.
지나온 길을 돌아보면 경치는 참 좋다. 서너시간을 쉬지 않고 운전해서 바로 산행을 해서 힘들게 느껴졌을 것이다.
금년들어서 처음보는 현호색이 반가웠다.
지나온 길을 돌아보았다. 산죽이 낮게 깔린 길이 멋져보였다.
드디어 작천소령 직전의 작은 주작산에 도착했다. 주작산 주봉은 작천소령을 지나서 있다.
집사람은 자꾸 쳐지는 고문님을 뒤로 하고 먼저 하산한다. 미리 내려가서 택시를 불러야 하기 때문이다.
저 앞에 오소재에서 시작하는 주작산 능선이 보인다. 그 너머로 두륜산과 케이블카 승강장도 보였다.
한참을 기다리면서 담배를 한 대 태우고 나니 고문님이 도착한다.
드디어 모두가 하산을 마친다. 9시 45분에 산행을 시작해서 5시 13분에 하산했으니 거의 7시간 30분 동안 산행했다. 주작산휴양림 상단주차장까지 택시가 와서 택시를 타고 소석문으로 돌아가 차량을 회수해서 바로 대전으로 향했다. 고문님이 저녁을 먹자고 하시는데 점심을 늦게 먹은 것도 있고 마음 편하게 술도 한 잔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대전에 가서 먹자고 했다. 밤 8시 40분에 지족동 남해아구찜에 도착해서 아구내장수육을 시켜서 술도 마시고 기분좋게 뒤풀이를 했다. 덕룡산은 정말 멋진 곳이었다. 내가 농담으로 덕룡산은 10년에 한 번씩 가야하는 산이라고 했다. 좋기는 한데 힘들어서 10년쯤 지나면 힘들었다는 사실을 잊어버릴 것이니 좋았던 기억만 남을 것이고 그 때 다시 찾으면 된다고 했다.
'산행기록' 카테고리의 다른 글
태백산 금대봉 대덕산 야생화 천국 (1) | 2024.05.27 |
---|---|
거제 북병산 (0) | 2024.04.08 |
대청호오백리길 한토 행사 (0) | 2024.03.11 |
충주 포암산, 만수봉 (0) | 2024.03.02 |
곡성 동악산 (0) | 2024.03.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