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올레

좋았지만 괴로웠던 올레16코스

준형아빠 2024. 2. 9. 00:06

2019년  11월  16일

 

어제 두 코스를 하루에 마치고 나서 그런지 오늘 아침에 일어나보니 몸이 영 불편하다.  어제 숙소의 파티도 나먼저 일어나서 방에 와서 자료를 정리하고 나름대로 일찍 잠자리에 들었는데도  아침에 평소보다 늦게 일어났다.   9시쯤에 숙소를 나서서 곽지해수욕장 근처의 해장국집에서 순대국을 먹고 있는데 숙소 주인이 전화를 했다.  내가 카메라를 놓고 갔단다.  다시 숙소로 돌아가 카메라를 찾아서 오늘의 출발지인 고내포구에 도착한 시간이 10시가 넘는 시간이었다.  

 

아침에 숙소에서 바다쪽을 보니 오늘 날씨가 참 맑고 청명하게 느껴졌다.

출발지점인 고내포구에 도착해서 출발하려는데 어제 접질린 발목이 영 좋지가 않다.  발목이 불편하니 한쪽으로 힘을 주어서 그런지 고관절은 어제보다도 더 아프다.  그래도 할 수 없이 걷기 시작한다.

오늘 코스는 어제보다 오르막 내리막이 더 많은 것 같았다.

그래도 제주의 경치는 좋다.  날씨는 맑고 하늘에는 멋진 구름이 떠 있고, 모든 조건은 좋은데 내 몸은 그에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

애월쪽으로 향하는 경치가 너무 좋다.  바다는 파랗고 오늘의 해안은 다른 곳보다 바위가 많아서 그런지 더 푸르게 느껴진다.  

'애월읍경 항몽멸호의 땅'이라고 씌여있다.  애월읍의 경계는 몽골에 항쟁하고 오랑캐를 무찌른 땅이라는 자랑스런 문구를 적어놓은 비석이 있었다.  

관광객들에게는 그런 역사가 무슨 소용이 있으랴.  그저 애월의 바다 풍경에 취해서 사진을 찍고 즐길 뿐이다.  

올레길은 도로만 따라가지 않는다.  도로 옆의 해안 벼랑쪽으로 길이 이어진다.  경치를 가까이 느끼기에는 좋겠지만 발목이 편치 않은 나에게는 여간 곤혹스런 일이 아니다.  

 

바닷가에서 해녀 할머니가 물질을 끝내고 나올 때를 맞추어 할아버지가 오토바이를 타고 와서 채취한 해산물을 받아주고 같이 들고 가는 모습을 보았다.  늙으면 부부밖에 없는데 저렇게 서로를 위해주면서 살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바다 벼랑길은 경치가 좋고 볼거리가 많았으나 내 발목은 아주 욱신거리고 영 불편했다.  

바다 경치가 좋은 곳에 의자와 테이블을 비치해두었는데 관광객들이 쓰레기를 가져가지 않고 버렸는지 "쓰레기를 가져가지 않으면 당신이 곧 쓰레기"라고 써놓은 것을 볼 수 있었다.

아무래도 발목이 너무 좋지 않아서 파스를 뿌리고 잠시 쉬어간다.

인기기 많은 카페인지 손님이 많았는데 카페 안쪽에 안락한 침대의자에 눕거나 앉아서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이 잠시 부러웠다.  

제주 해안 어디를 가나 용천수를 잘 꾸며놓았다.

저 바위에서 낚시를 하는 사람들이 궁금해서 가까이 가보았는데 한참을 기다려도 고기 잡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낚시하는 사람인 것으로 보이는 오토바이가 도로가에 주차되어 있었다.  가까운 해변으로 낚시대 하나 들고 오토바이를 타고 와서 낚시하는 저 사람들이 부럽게 느껴졌다.

이곳 갯바위에도 낚시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구엄리 돌염전의 모습이다.  예전에는 이곳에 진흙으로 저렇게 막아놓고 바닷물을 받아서 소금을 생산해서 제주의 여러곳으로 판매를 했다고 한다.  

오늘도 배가 아파서 저 콘도 안에 있는 편의점에서 담배를 사고 화장실을 부탁해서 볼일을 보았다.  이곳에서 올레길은 내륙쪽으로 이어진다.

이 마을에도 개발 바람이 부는지 타운하우스가 여러곳에 있었다.

 

조금 더 진행하니 길은 수산봉으로 이어진다.  다른 오름보다 크지는 않았지만 내 발목 상태가 좋지 않고 몸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인지 무척 힘들게 올라갔다.

정상에서 16코스를 역방향으로 진행하는 부부를 만났다.  나보다 조금 젊거나 또래 같았는데 제주로 이사를 와서 살고있고 올레를 2월부터 시작했는데 이제  두세코스만 하면 끝내게 된다고 한다.  

수산봉에서 내려오니 저수지가 있고 그네가 보여서 잠간 앉아서 담배 한대 피우며 쉬었다가 내려갔다.

이제부터 마을길로 이어지는데 비가 많이 내리면 계곡이 되는 건천을 지나간다.

점심 때가 지났는데 식당도 찾을 수 없어서 할 수 없이 길가에 앉아서 엊그제 사놓은 과자를 먹었다.  과자 케이스가 커서 어지간히 양이 되는 줄 알았는데 열어보니 어린애 주먹만한 봉지 두개가 전부였다.  그나마 과자라도 조금 먹으니 위안이 되었다.  

이곳을 지나면서 발목은 아프지 배는 고프지 몸은 힘들지 모든 것이 다 귀찮고 아무곳에라도 드러눕고 싶은 마음이었다.

저 멀리 한라산의 영실기암이 보였다.

조금 고도가 있는 곳을 지날 때에는 애월 앞바다도 보인다.

이곳은 항몽유적지의 토성인데 처음 볼 때는 왜 저렇게 흙을 쌓아놓았는지 궁금했었다.

항목유적지 부근에는 멋진 나무들이 자주 보였다.

작년인가 집사람과 여기에 와서 사진도 찍고 했던 일이 생각나서 감회가 새로웠다.

드디어 중간스템프를 찍는 곳에 도착했다.  이 정자에서 잠시 누워있다가 다시 출발한다.

항목유적지 근처에서 공사중이어서 올레길을 잠간 잃어버렸다.  토성을 한참 넘어서 진행했었는데 알고보니 토성 바로 직전에 직진을 해야했었다.

길은 다시 내가 좋아하는 숲길로 이어진다.  이곳을 지날 때는 정말 시원하고 기분이 좋았다.

카메라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 나는 이 사진을 찍은 후에도 마을길로 내려가면서 여러장을 찍고 마지막 도착지의 모습도 찍었는데 사진을 정리하려고 보니 사진이 없어졌다.  이곳을 지나고 한참을 내려가니 마을이 나오고 식당도 있어서 밥도 먹고 마지막 도착지인 광령1리 사무소의 모습도 모두 날라갔다.  어쨌든 오늘 하루는 정말 힘든 하루였다.   광령리 사무소에서 택시를 불러 내 차를 회수해서 제주시내 쪽으로 가다가 새로 생긴 사우나에서 목욕을 하고 숙소로 돌아와서 숙소 바로 앞에 있는 식당에서 생선조림를 시켜서 소주도 한 잔하고 일찍 잤다.  오늘 걸은 총 거리는 순토시계 기준으로 17.53Km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