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9월 24일 금요일
제주와 완도 사이에 있는 추자도는 그동안 몇 번 다녀왔었다. 90년대 초 내가 낚시에 한창 빠져있을 때에는 낚시를 하러 다녀왔었고 제주올레를 하면서 추자올레를 하러 갔다오기도 했다. 언제나님이 추자도 예초리에 지인들과 얼마씩 갹출해서 시골집을 구매해서 가끔씩 며칠 정도씩 추자도를 다녀오고 있다면서 내게 같이 가자고 한다. 사실은 지난 9월초에 가기로 했었는데 기상이 좋지 않아서 취소되었던 적이 있다. 지난 9월 23일 언제나님에게 전화가 온다. 24일(금)에 들어가서 28일(화요일)에 돌아오는 일정으로 가자고 한다. 24일 새벽 3시에 출발해서 완도까지 쉬지도 못하고 달려서 겨우 추자행 배를 타게 되었다.
10시 30분 정도에 신양항에 도착해서 차를 타고 상추자로 가서 올레를 할 적에 식사를 했던 신등대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술과 부식, 낚시 밑밥고 미끼등을 사서 예초리 집으로 간다.
집은 예상대로 전형적인 시골집인데 약간의 보수를 하고 사용하고 있었다. 그래도 화장실과 세면장이 있고 온수도 나온다. 전기도 잘 공급되어서 전기밥솥으로 밥을 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지인들 중에 미술교수가 있어서 추자군도의 여러 낚시 포인트를 그려놓았는데 보면 볼수록 잘 그려놓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둘이어 거의 대청소급으로 청소를 하고 전기밥솥에 밥을 지어서 점심을 먹고 예초리 방파제로 낚시를 하러 갔다. 오후 내내 낚시를 했는데 큰 고기는 잡히지 않고 손바닥만한 고등어와 전갱이 새끼들만 잡힌다. 예전에는 추자도 하면 고기가 잘 잡히기로 유명했는데 요즘은 그렇지 않은 것 같았다. 방파제에서 낚시를 하던 사람이 있었는데 완도에서 배를 타고 추자도까지 왔는데 차라리 완도에서 낚시를 할 것을 공연히 돈만 날리고 고생만 한다고 투덜거리는 것을 보았다. 언제나님은 열심히 낚시를 하기는 하는 것 같은데 가만히 보니 낚시를 전혀 할 줄 모르는 상태였다. 마치 아빠를 따라온 어린 아이처럼 고기를 보면 쫒아다니면서 낚시대를 던지는 수준이었다. 그래도 잡은 고기라고 방생 사이즈들이었는데도 집으로 가지고 와서 회를 떠서 먹고 나머지는 매운탕을 끓여서 소맥을 마셨다.
다음날 아침을 먹고 전에 추자올레 할때에 돌아가는 배시간을 맞추려고 빼먹은 추자올레의 나머지부분을 걷기 위해 집을 나셨다.
이번에 새로 구입한 스카르파의 싸이러스라는 등산화를 신었는데 가볍고 든든했다.
언제나님은 올레길에는 관심이 없고 온통 낚시 포인트만 찾아다니면서 설명을 한다. 어제 보니까 낚시 바늘을 묶을 줄도 모르고 낚시의 기본인 수심측정도 거의 관심이 없었다. 한참 그런 모습을 보다가 차라리 원투낚시를 하라고 가르쳐주었다. 원투낚시는 특별한 기술도 필요치 않고 그저 미끼를 달아서 던져놓으면 알아서 고기가 물어주는 낚시이니 언제나님에게는 충분히 통할 수 있는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다음날 언제나님이 던져놓은 낚시대에서 제법 씨알이 좋은 복어 2 마리와 용치놀래기 한 마리를 잡았다. 결국 그 세마리가 이번 추자도 여행에서 먹은 회다운 회의 전부였다.
올레길을 따라 걷는 숲길은 좋았다. 가끔씩 조망이 터지는 곳에서는 추자군도 주변의 시원한 바다풍경이 좋았고 숲길은 싱그럽고 조용한 모습이 보기 좋았다.
전에 올레길을 할 때에 정난주마리아의 묘소를 지난 일이 있는데 이곳에는 정 마리아가 제주로 유배를 가면서 추자도에 들렀을 때 강보에 쌓인 아들을 중죄인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게 하려고 갯바위에 이름과 생년월일을 써서 아기를 두고 갔다고 한다. 그 아들이 황경한인데 이곳 추자에서 대를 이어서 살고 있다고 한다. 실제도 다음날 우리가 전에 쓰던 이불을 버리려고 나갔는데 어떤 사람이 그 이불을 밭에다 덮어놓으면 풀이 나지 않는다고 자기가 가지고 가겠다고 했는데 그 사람이 황경한의 자손이라고 했다.
추자도는 천주교에서는 거의 성지와 같은 대우를 받는 곳이다. 그래서 그런지 황경한 애기를 놓아두었던 곳에 십자가를 설치해놓았는데 언제나님은 저런 곳이 낚시 포인트니 하는 것이 조금 우스웠다.
정자에서 잠시 쉬면서 준비해간 커피를 마셨다.
황경한 묘소 부근에 조그만 샘이 있었는데 황경한의 눈물이라고 표시해놓았다.
황경한 묘소 근처를 둘러보고 우리는 추석산으로 향한다. 걷는 내내 보라빗 이름 모를 꽃들이 많이 피어있었다.
숲을 걷다가 으아리꽃을 보았다.
추자도 숲길을 걷다보면 나뭇잎들이 싱싱하다 못해 빛이 난다. 언제나님에게 왜 섬에 사는 나무들은 잎이 모두 빛이 나는지 물어보았으나 대답을 못한다. 아마도 먼지가 없는 깨끗한 공기여서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추석산 일제 진지 동굴이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보니 박쥐들이 날아다닌다. 어둡기도 하고 박쥐도 날아다니고 무섭기도 해서 얼른 나왔다. 무서운 이유중의 하나는 누군가 흰색의 작은 조각상을 놓아두었는데 컴컴한 벽에 하얀색 조각들의 표정이나 포즈가 왠지 무서운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추석산에서 내려오니 길가에 엄바위가 있었다. 엄바위는 커다란 바위인데 바로 옆에 돌장승과 정자를 설치해놓았다.
엄바위를 지나서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와서 점심을 먹고 우리는 묵리방파제로 가서 낚시를 했다. 이곳에도 역시 잔챙이만 잔뜩 나와서 별 재미를 보지 못했다. 어떤 사람이 에깅을 해서 무늬오징어를 잡았다가 올리는 과정에서 놓치는 모습을 보았다. 언제나님이 에기를 가지고 있어서 해볼까 하다가 남의 채비로 낚시를 하는 것도 그렇고 해서 그만두었다. 집으로 돌아와 잡고기로 매운탕을 끓여서 새벽 2시까지 맛있게 먹으면서 술자리를 가졌다. 추자도에 와서 매일 저녁마다 술을 마시는데 공기가 좋아서 그런지 취하지도 않고 많이 마시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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