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여행

너무 만족스러웠던 손죽도

준형아빠 2024. 2. 20. 05:49

2020년  10월  2일 

 

집사람은 집으로 배달되어 오는 월간 '산'을 재미있게 읽는 편이다.  잡지에서 멋진 산이나 섬에 대한 기사가 나온면 대부분 내게 같이 가보자고 한다.  9월호에는 손죽도에 대한 기사가 나왔던 모양이다.  얼마전부터 손죽도를 가보자고 한다.  나도 손죽도는 예전에 낚시할 때 몇 번 가본 곳이기도 하고 최근에는 섬에 가자고 하면 나는 언제나 콜이다.  추석이 지나고 10월 2일 아침 일찍 손죽도를 가기 위해 나로도항으로 출발한다.  나로도항으로 향하는 차에서 픽업트럭을 사서 언제 어디서나 자유롭게 산행도 하고 낚시, 캠핑을 하는 생활을 하자는 즐거운 대화를 하면서 나로도항에 도착했는데 왠일인지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  나롣도에서 출발하는 여객선이  고장이 나서 수리중이라 손죽도에 가려면 여수로 가야한단다.  딱 한 번 쉬고 3시간을 넘게 운전해서 갔는데 다시 2시간 가까이 여수로 넘어가야 한다.  나로도에서 팔영대교까지 약 40분 정도 걸리고 팔영대교에서 여수까지는 30분 남짓 걸리지만 여수 시내를 통과해서 여객선 터미널까지 가는 시간도 만만치 않다.

 

 

여수여객선터미널의 모습이다.

배를 타니 우리 똘이가 지쳤는지 잠을 잔다.  하기야 쉬지도 않고 5시간 이상을 차를 탔으니 그럴만도 할 것이다.  그렇지만 5시간 이상을 운전한 나는 설레림과 기대감 때문에 피곤한 줄을 몰랐다.

어찌되었든 오후 3시 정도에 손죽도에 도착했다.  손죽도는 정말 아담하고 작은 섬이었다.  섬 전체를 한 바퀴 다 돌아도 2~3시간이면 충분할 정도다.  섬은 작지만 섬이 주는 느낌은 정말 좋았다.  섬 주변에 작은 섬들과 무인도들이 잘 어우러져서 바다를 바라보는 풍경이 참 좋았다.  게다가 우리가 간 날은 바람도 없어서 그야말로 장판바다였다.  조용하고 명상적인 분위기가 감싼다.

오늘은 배낭도 평소보다 무겁다.  내것이 약 23Kg정도 되는 것 같다.  하지만 섬이 작고 걸어야 하는 거리도 2KM정도여서 스틱도 하지 않고 걸었다. 사람들이 사는 마을은 내항에 위치하고 있는데 얼핏 보니 몇십가구 정도만 사는 것 같았다.

다음날 왜 이렇게 야자매트를 쌓아놓았느냐고 물었더니 손죽도 둘레길을 조성하기 위해서 공사를 한다고 한다.  우리는 마을의 반대쪽인 삼각산에 텐트를 치기로 했다.  가면서 보니 아닌게 아니라 삼각산  밑에서 삼각산쪽으로 산길을 만들고 있었다.

손죽도의 유일한 학교인데 전교생이 2명인데 교장겸 선생님이 한 분 있다고 한다.

코스모스가 피어있는 곳을 지나면서 집사람이 사진을 찍어달라고 한다.  다음날 오전에 나오면서 보니까 더 멋지고 화려하게 피어있는 꽃밭이 있었는데 그 때는 사진 찍을 생각도 하지 못했다.  

삼각산 바로 밑에는 이대원장군 유허비와 묘지가 있었다.

묘지를 지나면 바로 산죽밭을 지나는 터널길이다.  다음날 섬을 둘러볼 때도 보았지만 손죽도에는 정말 산죽이 많았다.  그래서 섬 이름도 손죽도가 되지 않았을까?

삼각산에는 전망데크가  3곳이 있는데 우리는 첫번째 데크에 텐트를 쳤다.  꼭대기에 있는 데크는 야영금지라는 말을 얼핏 들었던 것 같았다.  타프와 텐트를 치고 가지고 간 드론을 띄워서 손죽도의 전경을 영상으로 찍어보았다.  

잠시 쉬었다가 삼각산 정상까지 드론만 가지고 올라가 보았다.

두번째 데크의 모습인데 결과적으로 첫번째 데크에 텐트를 친 것은 잘한 일이었다.  높이 올라갈수록 전체적인 조망은 더 좋았지만 조용한 바다풍경을 바라보면서 명상적인 분위기를 느끼기에는 첫번째 데크가 더 좋았던 것 같다.

이곳이 정상데크인데 꼭 야영금지가 아니더라도 이곳은 바람을 막아줄 아무것도 없어서 바람이라도 불면 야영하기가 어려웠을 것 같다.  하지만 다음날까지 보통 바닷가의 바람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바람이 없고 잔잔한 날이었다.

섬을 둘러보니 정말 작은 섬이지만 참 보기에 예뻤다.  

다시 텐트로 돌아와서 일찍부터 집에서 준비해온 고기를 구워서 술을 마시면서 많은 대화를 했다.   고기도 넉넉하게 준비했고 술도 커다란 페트병의 맥주와 소주 한 병을 가져갔는데 딱 적당한 양이었다.  술을 마시면서 앞으로도 시간을 내서 우리나라의 섬들을 모두 둘러보자고 했다.  그 때는 낚시대도 가지고 가서 고기를 잡아서 회를 떠주겠다고 약속했다.

조금 있다가 노을이 지는 시간인데 날이 갑자기 흐려지면서 멋진 노을은 보지 못했다.

데크와 계단의 난간에는 조명시설도 있어서 위험하지도 않고 좋았다.

마지막은 혜련이표 볶음밥이다.  늘 그렇지만 오늘도 참 맛있게 먹었다.

 

 

 

 

전날 8시도 채 되지 않은 시간에 잠을 잤기 때문에 새벽에 일찍 잠에서 깨서 바다풍경을 바라보면서 음악을 들었다.  집사람은 늘 그렇듯 늦게까지 자고 있었고 나 혼자 바라보는 새벽 바다풍경이 참 좋았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일찍부터 고기잡이에 나서는 배들도 보고 점점으로 박혀있는 무인도들을 보면서 나도 언젠가는 섬에서 살게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요즘에는 섬과 섬을 다리로 연결하는 곳도 많으니 다음에 넉넉한 시간을 가지고 내가 살만한 곳을 찾아볼 생각이다.  통방 몇 개 던져놓으면 반찬거리는 잡힐 것이도 등산하기 좋은 산을 끼고 있는 섬에 살면서 조용히 음악 듣고 책도 읽고 가끔씩 낚시, 등산을 하면서 살면 참 행복할 것 같았다.

한참 있다가 집사람이 깨어서 아침을 먹고 짐을 정리해서 철수한다.

대합실 옆에 있는 정자에 우리 짐들을 놓고 섬의 반대쪽을 둘러보기로 했다.  

손죽도라는 이름처럼 산죽들이 늘어선 산길에는 온통 거미줄 천지다.  스틱을 빙빙 돌리면서 거미줄을 제거하면서 올라갔다.

손죽도에는 여기저기 데크를 많이 설치해놓았다.  데크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바라볼만한 풍광이 많다는 뜻일 것이다.  

저 아래 커다란 바위 위에는 낚시꾼들이 텐트를 쳐놓고 낚시를 하고 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돌돔낚시를 하는 것 같았다.  나도 아주 오래전에 저렇게 섬에 있는 바위 위에 텐트를 쳐놓고 야영낚시를 하곤 했었다.  갯바위에서 대충 썰어 먹는 회가 얼마나 맛있었는지 기억이 새롭다.

산을 내려와서 점빵에서 맥주 두 병과 육포를 사서 대합실 옆 정자에서 마시면서 동네 사람들과 이런 저런 대화를 해보았다.  섬 사람들은 많은 사람들이 여수에도 집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예전에는 인구가 1000명 가까이 되었는데 이제는 얼마 되지 않는다고 한다.  대화를 하면서 내가 놀랐던 것은 할머니 같은 아주머니들이 낚시를 자주 한다는 사실이었다.  고기도 잘 잡히는지 한 아주머니가 낚시를 해볼까 하니 다른 할머니가 낚시를 시작하면 중독이 되어서 일상적인 일들을 등한시 해서 집안 꼴이 엉망이 된다면서 아예 시작도 하지 말라고 한다.  그러면서 섬에서 살면 돈이 들어갈 일이 없어서 좋다고 한다.  낚시를 하든지 통발을 던져놓으면 반찬거리는 충분하고 쌀만 있으면 나머지는 돈 들을 일이 없단다.  이 할머니들이 내가 평소 가지고 있던 나의 로망을 대신 말해주시는 것 같아서 내가 더 기분이 좋았다.  

배를타고 여수로 나와서 늦은 점심을 먹고 여객선터미널 근처에서 목욕을 하고 대전으로 돌아왔다.  이번 손죽도 여행은 비싼 음식을 사먹지도 않았으면서 맛있었고 새벽의 바다풍경을 바라보면서 행복했다.  참으로 만족스러운 여행이었다.  아! 언제쯤 나는 이런 섬에서 살고 있으려나 ........

 

 

 

 

'섬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지도 명사십리 야영장과 상산  (0) 2024.02.22
금당도 공산,금당산  (0) 2024.02.21
역시 아름다웠던 소매물도  (0) 2024.02.21
너무나 아름다웠던 매물도  (0) 2024.02.20
다시 가본 울릉도  (2) 2023.0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