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자도 여행 - 2
2021년 9월 26일 일요일
26일 아침 일찍 잠에서 깼다. 아침을 먹고 언제나님은 오늘도 아침부터 낚시를 가자고 하지만 나는 추자도에 오게 된 가장 큰 이유중의 하나였던 나바론하늘길을 걷자고 했다. 예전에 낚시할 때 나바론직벽에서 바라본 추자도 앞바다의 풍경이 멋졌고 올레길을 걸었을 때에도 그 기억을 잊지 못해서 쉬운 올레길을 버리고 나바론 하늘길을 걸었을만큼 나는 추자도에서 가장 멋진 코스로 나바론 하늘길을 꼽는다. 결국 언제나님도 동의를 해서 우리는 아침 식사후에 커피를 마시고 느긋한 마음으로 나바론하늘길 입구로 향한다.
계단을 조금만 올라도 후포해변의 풍경이 시원하다. 가두리 양식장 우측의 흰 절벽도 유명한 낚시 포인트다.
좌측에 있는 두개의 산 사이에 자리한 용둠벙도 예전에 내가 낚시를 하던 자리다. 이곳이 나바론이라고 이름 붙여진 것은 바다쪽에서 절벽 방향으로 바라보면 그 모습이 예전 영화 "나바론 요새"에서의 전투 배경과 거의 흡사하다고 해서 낚시꾼들 사이에서 나바론직벽이라고 이름 붙여진 것에서 시작되었다.
나바론하늘길을 걷는 내내 구절초와 가을 야생화가 피어있었다.
깍아놓은듯 내리꽃히는 절벽의 아래쪽을 내려다보면 무서운 생각이 든다. 흰색, 회색, 검정색의 바위와 그 아래 파란 바다의 풍경이 어우러지는 멋진 풍광을 가지고 있는 곳이다. 가끔 추자도를 생각하면 나바론직벽의 모습이 생각나고 오래전 민박집 아주머니가 해주었던 돌돔과 감성돔 껍질을 데친 음식이 생각난다.
저 멀리 예전에 보았던 기억이 없는 정자가 세워져있다. 저곳에 서면 상추자와 그 앞바다의 풍경이 시원하게 펼쳐진 멋진 경치를 볼 수 있는데 가까이 가서 보니 최근에 세워진 것 같지는 않은데 나는 이 정자에 섰던 기억이 없다.
언제나님은 나바론하늘길을 작년에 걸었다고 하는데 그 때는 날씨가 흐리고 해무가 가득해서 오늘처럼 멋진 풍경을 보지못했다고 한다. 와보았던 길을 다시 걸으면서 감탄을 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빨리 오지도 않고 여기 저기서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찍느라 잘 따라오지도 않는다.
정자에 도착해서 앞을 보니 상추자의 모습과 그 앞 바다의 풍경이 멋지다.
코끼리바위에 도착했는데 별로 코끼리를 닮았다는 느낌은 없었다. 대신에 코끼리바위 저 멀리 바다의 풍경이 마음을 서늘하게 한다.
억새가 춤을 추는 것을 보니 가을이 왔다는 실감이 든다. 다음주에 천관산을 가기로 했는데 천관산의 억새는 참 멋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등대쪽으로 가지 않고 처사각이 있는 갈림길로 들어섰다.
내려오면서 보니 잎은 크로바 모양인데 꽃은 낯선 모습이다. 밭에서 일하시는 할머니에게 무슨 꽃이냐고 물어보니 잘 모르고 심으셨다고 한다.
우리는 처음에 시작했던 곳으로 걸어가서 차를 회수해서 집으로 돌아와 점심을 먹고 잠시 쉬다가 묵리방파제로 가서 낚시를 했다. 역시 고등어와 전갱이 새끼들만 잡아서 집으로 돌아와 매운탕을 끓여서 밤늦게까지 술을 마셨다. 다음날 (화요일 27일)은 집으로 가는 날이다. 완도로 가는 배가 오후 4시에 출항을 하기 때문에 나는 혼자서 돈대산 산행을 한다. 집에서 나와 처음에는 방향을 잘못 잡아서 상추자 방향으로 가다가 입구를 찾지 못해서 엄바위까지 다시 돌아가 돈대산 산행을 했다. 비가 흩뿌리는 날씨에 돈대산 산행을 하니 나름대로 운치도 있고 기분 좋게 걸었다. 상추자로 향하는 다리까지 도착했을 때부터 비가 심하게 내리고 바람도 많이 불어서 조금 추운 느낌이었다. 언제나님에게 전화해서 픽업을 부탁했다. 집으로 돌아가 추자에서의 마지막 식사를 라면으로 먹고 조금 쉬다가 완도행 배를 타고 완도에 도착한 시간이 거의 7시 정도였다. 환도에서 생선구이백반으로 저녁을 먹고 대전에 도착한 것이 밤 11시 정도였다. 집사람이 유성월드컵 경기장까지 차를 가지고 마중나와서 집까지 편하게 돌아올 수 있었다. 이번 추자도 여행은 나름대로 재미도 있었지만 조황이 영 신통치 않았다. 현지인들에 의하면 추자도도 옛말이란다. 고기도 잘 잡히지도 않아서 추자도를 찾는 사람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그래도 추자도는 나바론하늘길이 멋지고 섬 주변의 풍광이 좋다. 내게는 30년 전의 추억이 간직되고 있는 추억속의 섬으로 남게 될 것이다.